[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새누리당 비박계(비박근혜) 34명 현역 의원이 오는 27일 탈당한다. 보수정당 역사상 첫 분당이다.
비박계 대변인 격인 황영철 의원은 21일 비박계 긴급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우리는 새누리당을 떠나기로 마음을 모았다”며 “회동에 참석한 33명 중 2명을 제외한 31명이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황 의원은 “가짜 보수와 결별하고 진정한 보수 정치의 중심을 세우고자 새로운 길로 가기로 뜻을 모았다”며 “친박(친박근혜)·친문(친문재인) 패권주의를 청산하는 새로운 정치의 중심을 만들어 안정적·개혁적으로 운영할 진짜 보수세력의 대선 승리를 위해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분당 결행은 12월 27일 하겠다”며 “오늘까지 확인된 숫자는 35명이다. 오늘 회동에 참석하지 못한 분 중에서도 함께 하겠다는 의사를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포함된 35명 중 강석호 의원이 탈당 번복을 시사해 현재까지 확인된 의원은 34명이 됐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동반 탈당을 시사했다. 원 지사는 이날 자신의 SNS에 “그동안 새누리당 소속으로서의 책임감을 가지고 새누리당 변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며 “여야를 통틀은 한국정치의 틀을 바꾸기 위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비박계는 당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후에도 친박계가 당을 전면적으로 개혁할 뜻이 없음을 확인하고 탈당을 결심했다고 한다.
유승민 의원은 “마지막까지 늘 탈당은 최종카드라고 생각했었다. 마지막까지 노력했고 고민했었다”며 “일요일·월요일·화요일, 친박들의 행태와 진심을 보면서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께서 다시 마음을 둘 수 있고 저희 자식들에게도 떳떳할 수 있는 보수를 새로 시작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겠다는 결심했다”고 말했다.
김무성 전 대표는 “지난 2012년 박근혜 정부 탄생을 위해 온 몸을 바쳐 뛰었다”며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 정치는 헌법 유린으로 이어지면서 탄핵이라는 국가적 불행을 초래했다.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의 사당으로 전락해서 국민과 당원동지를 실망시켰다”고 비판했다.
비박계의 탈당에 친박계는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반응이다.
김진태 의원은 “바람난 배우자와 불편한 동거보단 서로 제 갈 길을 가는 게 맞다”며 “비록 잘해주진 못했지만 행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도 “한 숫자라도 적었으면 좋았겠지만 그 정도 규모는 예상했다”며 "그 정도 규모가 과연 탈당할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가졌지만 결국 35명이란 게 기존의 뭉쳐져 있던 세력들“이라고 밝혔다.
반면 중립성향의 정진석 전 원내대표는 “2차 탈당 이뤄지면 정당 의석 순위가 바뀔 수 있다”며 “친박 새누리당으로는 보수 대반격을 꾀할 수 없겠다고 판단해 내 진로에 대해서도 무겁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친박이 물러설 의향이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 친박도 이미 (비주류를) 탈당 시키고 딴살림 차리자고 의견을 모은 것 같다”며 “제2의 친박연대 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