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벤치마킹 유연근무제, 현실과 동떨어져
외국인 비자 혜택 등 실효성 의문
[매일일보 최서영 기자] 23일 정부가 내놓은 내수활성화 대책이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대책 일부가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23일 오전 서울정부청사에서 ‘내수활성화 관계장관회의’를 열었다. 이틀 전인 21일 기획재정부 이찬우 차관보는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차지하는 소비가 계속 둔화하면서 예상 1분기 성장 흐름을 밑돌 가능성이 있다”고 이번 대책의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는 금융 위기 시절인 2009년 3월 이후최저점을 찍었다.
정부는 유연근무제의 일종인 ‘가족과 함께하는 날’ 도입을 예고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은 30분씩 더 일하고 금요일은 2시간 일찍 퇴근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일본의 ‘프리미엄 프라이데이’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졌다.현재 유연근무제 실적은 미미한 수준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00∼299인 업체의 유연근무 도입률 27.3% △30∼99인 25.9% △10∼29인 15.1% △5∼9인 12.0%로 나타났다. 정부가 별도의 인센티브를 약속하지 않는 한 새 제도의 실효성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그밖에도 근로자들의 이른 퇴근을 독려하기 위해 KTX 조기 예약 할인도 신설된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이동통신 관련법과 배치되는 대책도 나왔다. 이날 정부는 휴대폰 개통시 경품 가액 제한을 상향조정해 이통사들의 경쟁을 촉진하기로 했다. 언론 일각은 소위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을 우회 완화했다고 평가했다. 2014년 시작된 단통법은 휴대폰을 살 때 주는 지원금을 33만원 이하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호텔·콘도 및 골프산업 지원책은 부자감세의 여지가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이번 장관회의에서는 호텔·콘도 사업자가 객실요금을 10%이상 내리면 건물 재산세를 최대 30%까지 깎아주는 계획도 등장했다. 골프산업 규제 완화 및 감세 역시 서민보다 부유층이 수혜를 입는 조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외국인 재방문객 비자발급 간소화 및 중국인 허니문 비자발급비 면제 등의 대책의 효과도 도마에 올랐다. 최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의 불만 1순위는 쇼핑으로, 그 중에서도 가격 바가지가 가장 불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자 혜택만으로 얼마나 관광을 유치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그밖에 정부는 침체 업종 부양책을 내놨다. 이제 김영란법 시행 이후 매출이 줄어든 음식점·화훼업·농축수산업 분야 소상공인은 총 800억원 규모의 저리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조선업 3사(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가 특별고용지원 업종으로 지정됐다. 그밖에전통시장 부양을 위해 전통시장 소득공제율도 상향된다.서민 지원책도 등장했다. 정부는 △실업자의 구직급여 상한액 인상 △노인 외래진료비 정액제도 개편 △대중교통 소득공제율 상향 △소액 체납 보험료 결손처분 △경차 유류세 환급 확대 △주택기금 전월세 대출한도 상향 등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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