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김시은 기자] 한국의 얼굴 인천국제공항이 다른 나라에 매각될 위기에 처했다. 정부는 공기업 선진화계획에 따라 인천공항의 지분을 민간에 일부 매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렇게 되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우리의 자산이 다른 나라에 넘어갈 수도 있다. 그동안 인천공항은 사업자선정 특혜시비부터 뇌물, 입찰비리, 국민의 혈세를 낭비해 공사를 진행한다는 의혹까지 비리의 온상지로 꼽혀왔다.
그러나 인천공항이 세계 공항서비스에서 5년 연속 1위를 차지하는 등 눈부신 성장을 이뤄 논란을 잠시 묻어버리는 듯했다.
그런데 최근 정부의 해외매각 방안과 함께 인천공항의 유력한 매각대상자로 이명박 정부의 친인척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일자, 또 다시 국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이에 <매일일보>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인천국제공항의 비리를 요람에서 무덤까지 총정리 해봤다.
인천공항 개행과 동시에 특혜시비, 뇌물, 입찰비리, 국민혈세 낭비 등 비리 온상지
해외매각 방안과 함께 인천공항의 유력한 매각대상자로 MB정부의 친인척 거론돼
비리의 요람, 흔들거리는 공항?
인천국제공항의 비리 의혹은 제2단계 공사가 시작될 무렵부터 불거졌다. 인천공항공사는 2008년 북경올림픽을 대비하는 등 동북아 물류의 중심지가 되겠다는 야심찬 계획에 따라 지난 2002년부터 2단계 공사에 들어갔다.2000년 1단계 완공 이후 문을 연 인천공항은 동북아 물류의 중심지가 되기 위해 확장 공사(활주로와 탑승동 추가 조성)가 필수적 요소였고 이에 따라 4조 7천억이라는 천문학적 숫자가 2단계 공사에 투입됐다. 그런데 투명하고 깨끗하게 일을 처리해야 할 공사 직원들이 비리를 저질렀다가 지난 2006년 검찰에 구속됐다. 앞서 2단계 공사의 사업자 선정을 둘러싸고 특혜비리가 있다고 야당 의원들이 의혹을 제기한지 얼마지 않아 벌어진 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2004년 대림산업이 시공실적을 속여 부정 수주한 문제가 2005년 국정감사의 도마 위에 올랐고 이는 대림산업과 2순위 낙찰자인 S개발의 법적공방으로 번지기도 했다. 그러나 인천공항을 둘러싼 건설관련 비리는 이후에도 끊임없이 제기돼 부실공사마저 우려됐다. 특히 비리를 저지른 공사 직원들 중에는 취임한지 얼마 되지 않은 국정원 출신 전 부사장 김모씨가 포함돼 있었다. 김씨는 입찰에 참여한 한 업체가 공사를 따낼 수 있도록 편의를 봐주거나 감리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5억원의 뇌물을 요구했고 1억여원의 돈을 받은 것이 검찰의 조사결과 드러났다. 여기서 더욱 놀라웠던 점은 인천공항공사는 비리 사실을 그해 1월부터 알고 있었지만 8개월이 지나도록 자체감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샀다. 지난 2007년에는 모 건설업체 장모 과장 등 직원 5명이 검거됐으며, 이들은 2단계 건설현장 가설건물 공사에 사용된 레미콘 대금과 송장 등을 위조해 조달청으로부터 2천4백만원을 편취하고 레미콘업체에서 발생된 사업장 폐기물을 불법으로 매립했다. 뿐만 아니라 인천공항공사는 각종 공사와 용역발주를 공개 입찰이 아닌 수의 계약으로 사업을 진행해 예산낭비라는 비난을 산 바 있으며 공항교통시스템과 관련 특정 업체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제기돼 말썽이 일기도 하는 등 인천공항 건설 사업은 비리와 의혹으로 얼룩져갔다.성장시켜놓고 팔아먹는 이유?
하지만 이러한 각종 비리와 의혹에도 인천공항은 꿋꿋하게 성장해 나갔다. 특히 인천공항의 성장세나 지명도는 가히 다른 공항들이 엄두를 못 낼 정도의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국제공항협의회가 선정하는 세계 최우수 공항 타이틀을 무려 5년 동안이나 독차지하는 것은 물론, 전 세계 공항을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 가장 우수한 공항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런데 정부는 9년 만에 세계 1위의 공항으로 자리매김한 인천공항의 지분 일부를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51%의 지분은 정부가 소유해 인천공항의 경영권은 유지하되 49%는 매각하겠다는 것이었다.무덤까지 찾아온 비리의 영혼?
상황이 여기까지 오자, 일각에선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매각 이유에 대한 추측이 많다. 그 중 가장 유력하게 흘러나오고 있는 시나리오가 바로 ‘MB 친인척 인수설’이다.MB의 친인척 인수설은 대통령의 조카 등과 연관된 특정 외국계 기업에 인천공항 지분을 헐값에 넘겨주려는 게 아니냐는 것. 지난 2008년 친인척 인수설이 불거졌을 당시 국토해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은 인천공항 민영화 특혜의혹을 집중 추궁한 바 있다.
자유선진당의 한 의원은 “맥쿼리 그룹 회장과 이명박 대통령과는 아주 특별한 관계가 있다고 본다”며 “취임식 때도 아주 특별한 좌석에 앉아 있었다”는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정부가 최근 인천공항 사장에 공항 쪽 근무 경력이 없는 외국계 기업 CEO출신을 내정한 것도 특정 기업을 위한 지분 매각 밟기의 일환이란 주장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