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등 유통업계에서는 실제 5만원짜리 크기의 상품권을 출시하고, ‘5만원 상품전’도 진행하는 등 ‘5만원 시대’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6월23일부터 발행되기 시작한 5만원권의 유통 비중은 지난해 6월 말 8.2%에서 7월 말 13.7%, 9월 말 21.6%, 올해 1월 말 30.3%, 4월 말 35.2%, 6월 말 38.9%로 빠르게 늘었다.
5만원권의 확대는 올해 상반기 두드러진 경제 회복세와 물가상승 등으로 고액권 수요가 늘었기 때문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반면 5만 원권 다음으로 액수가 큰 지폐인 1만 원권은 유통 비중이 급감했다. 1만원권의 유통 비중은 지난해 6월 말 84.5%에서 이달 현재 52.5%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5만원권 소비패턴이 새롭게 자리잡고 있다.
사람들의 씀씀이는 자연스럽게 커켰다. 똑같은 5만원을 소비해도 1만원권 다섯 장과 5만원권 한 장은 느낌이 다르다. 일종의 착시현상이지만 5만원권 한 장이 나가면 마치 돈을 덜 쓴 것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주부 김나정(33)씨는 5만원권이 등장한 뒤 씀씀이가 조금 커졌다.
예전 같으면 지갑에 1만원권으로 5장을 손에 쥐고 대형마트에서 3만~4만원어치의 상품을 사는 것으로 쇼핑을 끝냈지만 최근에는 5만원권을 모두 사용한 뒤 집으로 향했다. 5만원권 등장이 소비 확대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김씨는 “5만원권이 생기면서 3만~4만원대 상품을 구입해도 거스름돈으로 다시 다른 물건을 구입하고 싶은 소비심리가 생긴다”고 말했다.
조하현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심리적으로 화폐 단위가 높아지면 소비가 늘어나고 돈이 쉽게 나가는 경향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유통가는 5만원권이 나온 뒤 5만원 안팎의 스카프, 넥타이, 허리띠 등 잡화 매출이 늘었다.
아이파크몰은 추석 명절을 맞아, 매장에서 상품권(10만원)을 사용한 후 남은 5만원은 상품권이 아닌 5만원권으로 돌려주고 있다.
이택근 아이파크몰 홍보팀장은 “추석을 앞두고 5만원권이 평소보다 30~40%이상 들어오고 있다”며 “유통시장뿐 아니라 지폐를 사용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신 5만원권 라이프스타일’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