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최대 4조‥현대그룹 1조5천억, 현대차 4조5천억 확보
현대차 “풍부한 유동성”‥현대그룹 “강력한 인수의지” 강조
제3의 기업 등장 가능성 적어‥현대건설 “현대가라면 OK”
[매일일보] 지난 2001년 8월 유동성 위기로 채권단에 넘어간 현대건설이 매각 공고를 시작으로 9년 만에 새 주인을 찾는다.
외환은행 등 채권단은 24일 매각공고를 내 채권단이 보유한 현대건설 3887만9000주(34.88%)를 매각한다고 밝혔다. 이는 이날 주가 기준으로 환산하면 2조6826억5100만원 가량에 달한다.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더하면 현대건설 인수 금액은 3조~4조원대로 알려졌다.입찰참가의향서(LOI)는 다음달 1일 오후 3시까지, 본입찰은 11월12일 오후 3시까지 실시키로 했다. 이후 연말까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본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현재까지 직간접적으로 인수의향을 밝힌 곳은 현대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이다. 현대차그룹은 10월1일 인수전에 참여하겠다고 공식 밝혔다.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이날 월1일 현대건설 인수 의향서를 제출하고 앞서 오는 29∼30일께 입찰 참여 의사를 공식화할 계획"이라며 "현재 발표할 문구를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이들은 현대가(家)의 모태기업인 현대건설을 손에 넣을 경우 안정적인 경영권은 물론 상징성까지 확보할 수 있어 의욕적으로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M&A 업계에서는 정주영 명예회장의 적통성을 주장하는 현대그룹과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한 현대차의 맞대결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현재 현대건설은 한국정책금융공사가 최대주주로 지분 11.12%를 보유하고 있으며 외환은행, 우리은행, 기타채권단이 각각 8.72%, 7.51%, 11.17%씩 확보하고 있다.◇포문 연 현대그룹 “왕 회장 적통은 우리”인수전의 포문은 현대그룹에서 먼저 열었다. 추석 연휴인 지난 21일 ‘현대건설, 현대그룹이 지키겠습니다’라는 내용의 TV 광고를 내보내 현대건설 인수의 정당성을 강조한 것이다. 광고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 부자가 건설 현장을 함께 살피는 흑백사진을 보여준다. 이 광고에 대해 현대그룹 관계자는 “정몽헌 전 회장이 정주영 명예회장에게 현대건설을 이어받았고, 유동성 위기에서 회사를 지키려 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며 현대건설을 반드시 인수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그룹은 지면광고도 낼 예정이며, 추석 연휴 이후에도 TV광고를 계속 내보낼 예정이다. 1조5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한 현대그룹은 인수에 필요한 나머지 자금 대부분을 현대상선을 통해 해외 금융기관에서 조달할 계획이다. 국내에서 자금 융통이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법원이 현대그룹이 낸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며 신규여신 중단 등 채권단의 공동 제재도 풀릴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상황을 들어 현대그룹이 국내에서대규모 자금 융통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인수자금을 마련할 전략은 세워놓았지만 현재는 구체적인 전략을 공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재계 관계자는 “현대그룹의 경우 채권은행들과 갈등이 있기 때문에 국내 1, 2 금융권들로부터 자금융통에 어려울 수도 있다”면서 “현대상선 선박을 담보로 국내외 자금을 융통하는 방법이 유력할 것 같다”고 말했다.◇현대차그룹 “자금 넉넉‥1일 인수의향서 제출”범 현대가의 적자인 현대차그룹은 이날월1일 현대건설 인수 의향서를 제출하고 앞서 29∼30일께 입찰 참여 의사를 공식화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현대차그룹 고위관계자는 "우리는 현대건설을 글로벌 종합엔지니어링사로 키우고자 하는 경제논리에 의해 인수에 참여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누가 현대건설을 기업가치에 맞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울 수 있는지를 시장과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현대차그룹은 현재 외국계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를 인수자문사로, 삼일회계법인을 회계자문사로 각각 선정해 인수를 위한 물밑작업을 진행 중이다.현대차그룹의 최대 강점은 현금성 자산만 4조5000억원에 달한다는 점이다. 현대건설 몸값이 최대 4조원대여서 외부 차입금이 필요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현대중공업과 KCC 등 범 현대가가 현대건설 인수를 측면지원하고 있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현대그룹이 강력한 인수 의지를 밝혔음에도 현대차그룹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이유도 풍부한 유동성 때문이다. 지금까지 벌어진 대부분의 M&A에서 승패를 가른 것은 결국 가격이었다.국내외 M&A 정보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범현대그룹의 태동과 관련이 있어 양측의 인수 명분이 분명하고, 건설경기가 현재 어렵기 때문에 현대건설 인수에 추가로 뛰어들 기업은 없을 것”이라면서 “결국 두 진영의 싸움이 되겠지만 현재로서는 자금력이 풍부한 현대차그룹의 인수가능성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정몽구 회장은 21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준공식에서 현대건설 인수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잘 아시지 않습니까?”라며 즉답을 피했다.◇제3자 인수 나설 가능성은?한편 외형상 흠잡을 데가 별로 없는 두 그룹의 인수전 참여에 채권단도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경쟁이 치열해 질수록 몸값을 더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제3자 매각 가능성을 언급하며 부채질에 여념이 없다. 채권단은 인수 가격을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고, 경영능력도 주요 항목으로 살필 계획이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두 그룹 외에 제3의 기업이 인수에 나서는 것은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현대건설이 현대가의 모태 기업인데다 그동안 고착된 ‘현대건설’이라는 이름을 바꾸는데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반면 현대건설이 브랜드 가치와 기술력이 높기 때문에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눈독을 들이는 곳이 많아 예상외로 3파전이 될 수도 있다는 조심스런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현대건설 내부 분위기는 제3의 기업보다 현대가로 인수되는 것을 내심 바라는 눈치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24일 “제3의 기업이 인수할 경우 핵심자산만 빼먹는 소위 ‘먹튀’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내부 임직원들은 과거 한 식구였던 현대가에 인수되길 바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이 관계자는 “현대가라면 인수기업이 어느 곳이던 상관없다”며 “다만 글로벌 건설사로 도약하는데 있어 계열사간 시너지 창출 효과를 많이 낼 수 있는 곳이 인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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