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교부 “중개업무는 공인중개사들 고유영역, 침범마라”
“일부 시중은행에서 실시하고 있는 부동산 유사 중개행위를 자제해 주세요.”부동산 중개업계가 일부 시중은행에서 부동산 거래를 알선하는 등 중개업계의 업역을 침해한다며 정부에 시중은행의 부동산 유사중개행위 자제를 건의하고 나섰다.이에 따라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가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원 등 관계당국에 ‘은행의 유사부동산 중개행위 자제 협조를 요청’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건교부 토지관리팀 관계자는 “최근 일부 시중은행에서 부동산 거래를 알선하는 등 중개업계의 업역을 침해하고 있다는 중개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은행의 부동산 거래행위 자제를 요청하는 문서를 관계당국에 보냈다”고 말했다. 중개업계가 시중은행의 부동산 유사중개행위 자제를 요청한 것은 현행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공부법)에서 ‘부동산 중개사무소를 개설·등록치 않고서는 중개업을 할 수 없다는 근거에 따른 것이다. 은행업법과 신탁업법상 시중은행들이 직접 부동산 중개행위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현재 은행 등에서는 처분신탁을 받아 부동산을 처분해주거나 부동산 직거래 코너를 개설, 이를 통해 부동산을 처분하고 있다.그러나 시중은행 등의 이같은 부동산 처분행위는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개업계가 시중은행의 부동산 유사중개행위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은 부동산 중개행위는 엄연히 공인중개사들의 몫인데다 중개사고시 이를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 중개행위는 전문자격사인 ‘공인중개사’가 해야 한다는 것이다.한국공인중개사협회(회장 장시걸) 양소순 실장은 “은행을 통해 부동산을 직거래할 경우 중개수수료 절감 등 장점이 있을지는 몰라도 부동산 거래시 발생될 수 있는 사고의 피해로부터 구제받을 수 있는 장치가 없다”면서 “피해로부터 구제를 받기 위해서는 중개업소를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중개업소들은 현재 중개사무소를 운영하면서 매도자와 매수자의 보호를 위해 공제에 가입, 사고 발생시 공제혜택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중개업계가 시중은행의 유사부동산 행위 자제를 요구하는 또 다른 이유는 ‘공부법’과 ‘건전한 부동산 거래질서의 확립’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부동산중개업역과도 정면 배치되고 있기 때문이다.우리·국민은행-직거래 코너 운영, 고객 부동산 매매 지원
하나·외환은행-부동산 처분 신탁서비스운영, 매도측 수수료 50%는 은행으로
현재 부동산 중개행위에 직접 개입하거나 유사 중개행위를 하는 은행은 우리·국민·하나·외환은행 등이다.
이 가운데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에서 ‘부동산직거래코너’를 만들어 부동산 매물을 무료로 등록, 고객들에게 직거래를 돕고 있다.
외환은행 등 부동산 처분 신탁서비스
부동산 직거래 서비스 외 ‘부동산 처분신탁서비스’를 실시하는 은행도 있다.외환은행은 지난해 10월부터 부동산 처분을 희망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부동산처분신탁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부동산 처분 신탁은 고객이 보유한 부동산을 은행에 매도지원 요청하면 은행에서 의뢰 물건에 대해 실사 후 은행내부 네트워크를 이용, 매각하거나 부동산 중개회사 등 외부업체에 매도 용역을 의뢰해 부동산 처분을 지원하는 것이다. 부동산매매가 성립됐을 경우 고객은 법정 중개수수료의 범위내에서 수수료를 부담한다. 수수료는 기준에 따라 은행에게도 일부가 돌아가게 된다는 것이 외환은행 관계자의 설명이다.외환은행 프라잇뱅킹(PB) 양용화 팀장은 “은행에 처분을 의뢰한 매물이 거래가 됐을 경우 매도자가 부담하는 법정 중개수수료 중 50%를 가져가게 된다”면서 “이는 신탁보수 명목으로 은행이 가져가는 몫”이라고 말했다.예를 들어 고객이 1억원짜리 아파트 매물을 은행에 내놓았다고 가정해 보자. 공인중개사무소를 이용할 경우 법정 수수료율 0.5%를 적용하면 중개사에게 1백만원이 돌아가게 된다. 그러나 외환은행 부동산 처분 신탁서비스를 받을 경우 매수자가 아닌 매도자가 부담하는 중개 수수료 50만원의 50%인 25만원이 외환은행에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그러나 중개행위가 모두 완료된 이후 사고가 발생할 경우 위탁자가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외환은행은 현재 거래실적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이밖에 하나은행도 고객들이 소유하고 있는 빌딩, 상가, 토지 등 부동산 매매를 알선하는 ‘부동산 처분 신탁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중개사고시 공제혜택받으려면 중개업소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
소비자들이 시중은행들의 유사 중개행위로 직거래하다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매도·매수자들이 구제받을 수 있는 장치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한국공인중개사협회 공제사업팀 양해근 팀장은 “소비자들이 직거래를 통해 거래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당사자들이 모든 법적 책임을 지게 되거나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면서 “부동산 거래 전문가인 중개사사무소를 이용해 거래할 경우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한공협은 현재 거래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1차적으로 법률적인 검토를 거친 뒤 2차적으로 중개계약에 따른 책임을 중개업자가 부담하고 있다.공제받을 수 있는 금액은 법인인 경우 최고 1억원, 중개업소는 5천만원이다. 이 금액은 공인중개사 실수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매도자 또는 매수자에게 공제금이 돌아가게 된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