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김시은 기자] 웨스틴조선호텔(이하 조선호텔)이 잇단 악재로 구설에 오르고 있다. 조선호텔 대표가 여직원 성희롱 의혹에 휩싸이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데 이어, 최근 성희롱 의혹을 제기한 노조가 횡령 혐의로 압수수색을 받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노조를 경찰에 고발한 주인공이 조선호텔 경영진임이 알려지면서, 일각에선 ‘제 살 깎아먹기’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매일일보>은 웨스틴조선호텔이 잇단 악재로 구설에 오른 사연을 취재해봤다.
성희롱 의혹 제기한 조선호텔노조 압수수색 받아, 일각 “보복성 고발”?
조선호텔측 “성희롱 사건과 이번 사건 무관”, 일각 “제 살 깎아먹기”?
사측의 보복성 고발?
그런데 최근 또 다시 조선호텔이 구설에 휩싸였다. 이번엔 조선호텔측에서 노조 위원장의 횡령혐의를 폭로하고 나선 것이다. 조선호텔은 지난 8월 김모 위원장을 남대문경찰서에 고발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01년 8월1일부터 조선호텔이 노동조합에 매달 지원했던 행정보조비 200만원 중 15만원 외에 나머지 185만원을 업무상 횡령(1억 7945여만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선호텔은 “노조 재정자립도를 높여준다는 명목으로 노조에 지급한 지원금 중 일부를 개인 자금으로 횡령했다”고 주장했다.그러나 노조와 김 의원장의 주장은 좀 다른 것으로 나타나 일각에선 “성희롱 의혹을 제기하고 문책을 요구한 노조에 대한 보복성(?) 수사를 요청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조선호텔의 말과는 달리, 노조는 별도로 관리하는 통장에 대해 6개월 단위로 조합 감사를 받았으며 이와 관련한 증빙서류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고발한 행정보조비는 전체 영수증처리하고 통장 관리를 했으며 석달간 경찰 조사에서 증빙을 다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노조는 사측이 회사 간부 150여명(전 조합원)과 조합원 70여명을 강제로 회유해 조합비를 수사해야 한다는 탄원서를 받아냈다고 주장했다. 노조 관계자는 “근거자료와 소명을 통해 김 위원장의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게 되자 회사의 강요에 의해 작성된 일부 조합원들의 탄원서를 이유로 고발사건과는 무관한 조합비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해 법원을 기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실제로 남대문경찰서는 지난 14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노동조합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수사관 4명을 파견해 3시간에 걸쳐 관련 문서와 장부를 확보해간 것이다.이에 대해 조선호텔 관계자는 “노조의 행정보조비 부분에 대해서만 지난 8월 경찰에게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이 추가로 조합비 부분을 수사한 것이지 사측이 요구한 것이 아니다”며 더 이상의 의혹을 경계했다. 당초 경찰의 수사를 의뢰한 것도 김 위원장을 통해 노조에 사용 내역 공개를 요구했지만 응하지 않은데 따른 것이고 서류가 누락된 부분도 있었다는 해명이다.결국엔 제 살 깎아먹기?
하지만 노조는 사측이 불법 수사를 요청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조합원 총회를 통해 매년 회계 감사 및 결산보고를 받은 조합비를 수사 대상으로 삼는 것은 명백한 노조 탄압”이라고 주장했다.노조는 이 외에도 대표의 성희롱 문책을 요구하는 집회 이후에 행정보조비 지원을 중단시키거나 정수기 물 지원을 중단시키는 등 사실상 노조를 탄압해왔다고 전했다. 노조 관계자는 “합법적으로 집회에 참여한 대의원들에게 징계조치를 내리고 노조와 사전 협의 없이(임금협상1차 진행 중에) 일방적으로 전직원에게 일시금으로 200%를 지급해 노동조합의 무력화를 시도했다”며 “10월30일에는 노동조합 사무실을 폐쇄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행정보조비에 대한 부분을 이제야 문제 삼는 것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이 때문인지, 일각에선 ‘제 살 깎아먹기’라는 비난도 일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조선호텔은 끊임없이 성희롱 문제로 노조와 갈등을 빚어왔다. 사실여부를 떠나 성희롱 사건이 계속해서 거론되는 것은 이미지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이미지에 금이 가는 것은 물론, 노조와의 갈등을 여기까지 이끌고 온 사측의 책임도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조선호텔 관계자는 “그동안엔 노사 간의 합의에 따라 행정보조비를 지원했지만 2010년 7월 타임오프제 시행이후 이런 지원을 해주는 게 문제가 될 것 같아 경찰의 수사를 의뢰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라면 노사 간의 합의에 따라 행정보조비를 지원해주기로 했지만, 사측이 마음대로 노조에게 행정보조비 내역을 요구하는 것은 일종의 월권을 행사하는 것이라 그렇게 할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 마저도 탄원서를 제출해 조합비에 대한 수사를 요청했다는 노조의 주장과는 상반되는 부분이 있어 수사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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