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英·日과 다른 한국형 ‘주식백지신탁제도’… 공직인사 걸림돌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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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英·日과 다른 한국형 ‘주식백지신탁제도’… 공직인사 걸림돌 ‘지적’
  • 나기호 기자
  • 승인 2017.08.1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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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극적인 수탁기관 처리실적, 사실상 ‘유명무실’
[매일일보 나기호 기자] 문재인 정부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인선을 늦추는 가장 결정적 요인으로 경영권을 포기하거나 주식을 처분해야하는 ‘주식백지신탁제도’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각 국의 백지신탁제도에 견줘 공정성과 객관성 기준에 적합한 개선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공직윤리법의 주식백지신탁제도는 2005년 4월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통과돼 같은해 11월부터 시행됐다. 당시 정치권과 기업계는 경영권을 포기하거나 주식을 내놔야 하는 것은 사유재산권 침해라는 비판이 지적이 있었는 데 그 논란이 아직도 진행형이다.다른 관점에서 백지신탁제도는 편익을 사전에 방지하는 제도적 장치로 평가 받았으나, 공직 생활에 있어 과연 공정성과 통제 기준에 적합하냐는 의문도 지속됐다.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따르면 주식백지신탁제도는 기획재정부 소속 4급 이상 공무원 본인이나 배우자, 직계존비속 모두 보유주식 총액이 3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에 신고해야 한다.백지신탁 절차는 해당주식의 매각 또는 백지신탁으로 이뤄진다. 백지신탁 경우 수탁기관은 60일 이내에 최초 신탁된 재산을 다른 재산으로 처분해야 한다. 단 매각·백지신탁 의무를 면제 받고자 하는 경우에는 주식백지신탁 심사위원회에 주식의 직무관련성 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 직무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결정된 주식은 1개월 이내 매각 또는 백지신탁을 해야 한다. 만약 직무관련성이 없다고 결정 받으면 보유는 가능하다.수탁기관은 신탁계약 체결일로부터 60일 이내 당초 신탁된 주식을 처분한 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 정한 범위 내에서 운용된다. 다만 해당 기간 내 신탁재산 처분이 어려운 경우 수탁기관은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처분시한을 연장할 수 있다. 결국 ‘절대처분’ 평가를 수용해야 하는 셈이다.하지만 백지신탁제도의 허술함도 확인할 수 있다. 신탁된 주식은 대부분 비공개 주식이다. 실제 수탁기관의 처분실적도 소극적이고 백지신탁을 결정해도 행정소송이 이어진다면 기간 연장도 무제한 가능해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라는 평가다.실제 2015년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이런 백지신탁제도 허점을 활용해 금융당국에 압력을 일삼고 경남기업 자리도 유지해 일어난 파문은 백지신탁 매각에 대한 허점으로 국회 도마위에 오른바 있다.
정책연구원 관계자는 “공무수행에 있어 공정성과 공직윤리 확보를 명시한 백지신탁제도는 앞으로도 여야의 충돌이 불 보듯 뻔하며, 기업인 공직인사 지명에 절대적으로 개선되야 할 주요 현안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우리나라와 다소 상반된 해외 주요국의 백지신탁제도를 살펴보면, 먼저 미국의 경우 백지신탁에 대한 의무조항이 없다.미국은 고위 공직자인 대통령, 부통령, 연방의원 등이 주로 적용되는 백지신탁을 체결한다. 이들은 정부윤리법에 따라 윤리계약에 서명하고, 충돌 우려가 있을 시 3개월 이내에 재산을 처분, 신탁, 사임, 전보 등의 절차를 따라야 한다.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에 따르면 일본도 우리나라와 같은 주식백지신탁제도가 없다. 일본은 취임시 보유하는 주식, 전환사채 등 유가증권에 대해 신탁은행 등에 신탁하는 것으로 결정된다. 재임기간 중 계약 해약 및 변경이 불가하다는 규정도 포함됐다.다만 특정 계좌에서 운영하는 것은 제외된다. 이런 경우 장관 등을 퇴임할 때 해당 계좌에 대해 재임기간 중 거래잔액보고서를 내각관방장관에 제출해 재임기간 중 거래가 없는 사실을 고지할 의무가 있다.영국에서는 고위공직자를 대상으로 한 백지신탁제도가 재정적인 이해관계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대체 조치중의 하나로 활용된다. 백지신탁제도에 관한 명시적인 규정은 없다. 그 판단은 전적으로 장관의 개인적인 책임으로 규정한다.아울러 명시적인 규정보다 오랜 관행과 합리적인 판단을 존중하는 영국 사회의 시스템과 같이 고위공직자의 주식백지신탁제도도 명시적인 규정 없이 고위공직자의 판단과 기본적인 절차 규정만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한편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인선이 미뤄지면서 핵심부처로 급부상한 중기부 위상이 위축될까 우려하는 중소·벤처 업계의 입장도 극에 달하는 분위기다.벤처업계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의 백지신탁제도는 업계를 이해하고 추진력을 강행할 대다수 기업인을 사퇴시키는 경직된 제도”라며 “주식을 신탁하면 퇴임 후 찾아갈 수 있는 제도 등의 방안과 문제점을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중기업계 관계자는 “일주일 후면 중기부가 출범한지 벌써 한 달을 맞이하지만 장관 내정은 고사하고 언론의 하마평조차 감지 못할 수준으로 접어들었다”며 “결과론적으로 주식백지신탁제도라는 걸림돌이 작용해 정부가 마땅한 기업인을 찾지 못한다면 이해충돌을 해소할 수 있는 규정이 신설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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