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중소와 대기업 모두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곳이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일부 지주회사가 부채비율이나 자‧손회사 지분율을 규제한도에 겨우 맞추고 있고, 대기업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지배력을 확대하는 사례도 있어 개선 필요성이 제기된다.2일 공정거래위원회는 9월 기준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현황’을 발표했다.이에 따르면 9월말 현재 지주회사는 193개(일반지주 183개, 금융지주 10개)로 전년 대비 일반지주회사만 31개 증가했다. 이는 99년에 제도가 도입된 이후 최대치다.규모별로 보면 자산 5000억원 이상 지주회사는 3개, 1000억원 이상 5000억원 미만은 44개사가 늘었다. 이로써 5000억원 미만 중소규모 지주회사는 총 130개사로 전체 지주회사의 67%를 차지하고 있다. 공정위는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추후 중소규모 지주회사들이 규제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7월 개정된 공정거래법 시행령에 따라 지주회사의 자산요건은 1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상향됐다. 이에 올해 보성산업 등 5개사가 지주회사 제외를 신청했다.대기업집단이 보유하고 있는 지주회사는 41개로 전년(20개 회사)대비 21개사가 늘었다. 공정위는 이러한 지주회사로의 전환이 기업의 소유구조 및 출자구조의 투명성을 높일 것으로 예상했다. 소속 계열사간 출자만 대상으로,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은 대기업집단의 출자구조는 평균 4.5단계로 복잡한 반면, 지주회사로 전환한 대기업집단은 평균 3.9단계 정도로 나타났다.또 부채비율이나 자‧손자회사 지분율 등도 규제요건을 넉넉히 충족해 지배력 확대에 대한 우려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193개 지주회사의 평균 부채비율은 38.4%로 공정거래법 규제 수준인 200% 초과를 크게 밑돌고 있었다.지주회사로 전환한 대기업집단 소속 지주회사의 평균 부채율은 44.8%이고, 그 중 부채비율이 가장 높은 지주회사는 제일홀딩스(140.4%), 코오롱(117.4%), 셀트리온홀딩스(114.3%) 순이었다.자본규모에 따른 조정없이 단순 합산해 평균한 지주·자회사의 자회사에 대한 평균 지분율은 74.3%였고, 손자회사에 대한 평균 지분율은 78.2%로 규제 수준보다 2배 이상 높게 보유하고 있었다.일반지주(자)회사는 자(손자)회사 지분을 상장인 경우 20%, 비상장은 40% 이상 보유 해야 한다. 금융지주(자)회사는 자(손자)회사의 지분을 상장인 경우 30%, 비상장은 50% 이상 보유하면 된다.  그러나 한솔테크닉스(20%), 씨제이대한통운(20.1%), 코오롱 생명과학(20.3%) 등 법 규제 요건을 겨우 넘은 지분율을 보유한 경우도 상당했다.계열회사의 지주회사 체제 편입 비중을 보여주는 ‘지주회사 편입율’은 지주회사로 전환한 22개 대기업집단의 경우 73.3%로, 전체 835개 계열회사 중 612개를 지주회사 체제 안에 보유하고 있었다. 지주회사 체제 밖에 있는 나머지 223개는 총수일가 등이 지배하고 있는데 이 중 56개가 특수관계인이 발행주식을 일정 비율 이상 소유한 ‘총수일가 사익편취 대상’ 회사에 해당했다. 사익편취 대상 회사는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는 등의 우려가 있을 수 있다.한편, 지주회사로 전환한 대기업집단 20개 중 엘지(주) 등 9개 집단이 12개 금융사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 중 SK(주)는 상장 자회사인 SK증권(주)의 지분율을 9.9%만 보유하고 있어 지난 8월 3일자로 위반이 발생한 상태다. 공정위는 2년의 유예기간 안에 시정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비상장 자회사 (주)메이크어스의 지분을 26.5% 갖고 있는 (주)옐로모바일에 대해 지난 9월 25에 이미 시정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지배력을 확대하는 사례도 있었다.현대중공업은 지주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지난 4월 4개 회사로 인적분할을 단행했는데, 현대중공업의 자기주식 13.37%에 분할 후 신주를 배정해 의결권을 부활시켜 지배력을 확대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