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나기호 기자] 협력사와의 상생경영을 외치던 현대자동차[005380]가 영세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계획적인 기술탈취 등을 일삼아 물의를 빚고 있다. 최근 비제이씨와의 기술탈취 관련 재판 패소 결과에 불복하며 재심을 청구하는 일명 ‘시간 끌기’에 돌입하면서, 이들의 재기마저 짓밟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중소기업 비제이씨와 오엔씨엔지니어링은 5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현대차 기술탈취 피해 해결을 위한 대국민청원 기자회견을 갖고, “현대차의 기술탈취로 더는 영세한 피해 중소기업이 발생하지 않게 정부에서 공정위와 수사기관의 적극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먼저 비제이씨는 2004년부터 현대차 설비에서 발생하는 독성유기화합물·악취를 정화하는 자체개발한 특허기술인 미생물을 납품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2013년 11월부터 5개월 동안 여덟 차례 걸쳐 비제이씨에게 기술자료와 신규미생물 테스트를 요청했다. 결국 비제이씨는 원사업자인 현대차의 요구에 1억원의 자비를 들여 테스트 결과와 자료를 전달했다.이후 현대차는 산학협력 계약을 체결한 경북대에 비제이씨의 특허기술 미생물 3종, 6병과 테스트 자료를 보냈고, 미생물 분석 결과를 이용한 유사기술을 만들어 특허출원까지 했다. 심지어 경북대 산학과제를 담당했던 현대차 직원은 자신의 논문에 해당 자료를 사용해 학위까지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특허기술 원조인 비제이씨는 현대차로부터 계약해지 통보를 받게 됐다.이날 최용설 비제이씨 대표는 “현대차에 기술탈취를 당한 사실은 계약이 해지된 이후 알게 됐고, 특허 무효 소송을 제기한 20개월 결과 지난 11월21일 특허무효심판에서 이겼다”면서도 “하지만 현대차는 하루도 지나지 않아 재심을 청구해, 영세한 중소기업으로서 앞으로 5년을 더 싸워야 한다는 생각에 버텨낼 여력이 없다”고 호소했다.이어 최 대표는 “열악한 중소기업에 7년의 소송기간, 수십 번의 재판을 통해 피해 사실을 입증하라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며 “대기업 횡포에 대해 정부가 나서 공정위, 수사기관 등이 기술탈취 사건을 담당하도록 구축하고, 초기 수사만이라도 이뤄진다면 기술탈취 사건들은 해소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엔씨엔지니어링도 현대차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기술탈취를 당했다. 현대차는 비제이씨와 유사한 방법으로 오엔씨에게도 프레스설비부품과 로봇 설비에 대한 기술자료 요구는 물론, 제품 분해를 위해 공구도 준비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박재국 오엔씨 대표는 현대차의 기술탈취는 계획적인 접근이라고 지적하면서 “기술자료에 대한 설명을 실시한지 20일 뒤인 2015년 6월11일, 현대차는 다국적기업 SKF사가 오엔씨가 개발한 제품과 같은 제품을 납품하게 됐다며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면서 “이 같은 사실도 같은 해 10월경 현대차 직원으로부터 기술 유출에 대한 증거사진을 보내줘서 알게 됐다”고 말했다.더욱이 현대차는 박 대표가 기술유출과 관련한 소송 의사를 밝히자, SKF사를 통해 소송을 하지 못하도록 회유한 사실도 밝혀졌다. 이 같은 사실은 녹취록과 함께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바 있다.박 대표는 “공정위에도 조사를 접수했지만, 처리기간이 연장돼 예정일도 이달 13일이라고 통보된 상황”이라며 “지난 정부가 내놓은 중소기업 기술보호 종합대책은 저희에게 피부로 와 닿지 않는 정책이며, 기술탈취가 없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고 영세한 중소기업을 위한 청원 글에 동참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한편 현대차는 양사의 주장을 반박하는 보도자료를 통해 “비제이씨의 기술자료는 타 수처리약품 공급회사의 홈페이지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제품설명서에 불과하다. 신규 미생물제는 악취 제거에 효과가 없는 것으로도 나타났다”며 “또 특허심판원의 특허무효 소송에서 비제이씨는 자사가 이겼다지만, 특허심판원 판결은 일반 특허와 비교 시, 현대차와 경북대의 공동 특허가 진보성이 부족해 특허로 인정하기에 미흡하다는 판단일 뿐”이라고 강조했다.이어 오엔씨에 대해서는 “현대차는 기존에 개발돼 수입된 볼스크류 공급 및 사용 가능여부를 타진한 것으로 별도의 기술 개발을 요구하지 않았다”며 “오엔씨가 핵심기술이라고 주장하는 셀프락 기능의 경우, TM 스크류 자체의 고유한 기능으로 이미 표준화, 상용화돼 누구나 사용할 수 있음 제품”이라며 “이처럼 단순히 TM 스크류가 적용됐다는 이유만으로 현대차가 오엔씨의 자료를 유출했다는 주장은 부당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