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변효선 기자] 2011년 3월 일본에서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이웃나라인 한국에도 원전에 대한 공포를 심어줬다.
한국의 탈(脫)원전 정책의 바탕에는 원전 사고에 대한 공포가 바탕에 깔려있다.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기념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에너지 정책 방향을 언급하면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경주 지진을 언급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간접 공포’를 체험한 한국은 원전 비중 축소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 노후 원전 수명연장 등을 통해 24기(22.5GW)였던 한국의 원전은 오는 2030년까지 18기(20.4GW)로 줄어들 전망이다.
반면 직접적으로 사고를 겪은 일본은 한국과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때 ‘원전 제로 정책’까지 선언했던 일본은 원자력 발전의 스위치를 다시 켜기로 했다. 현재 2% 수준인 원자력 발전 비중을 오는 2030년까지 20~22%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로 한 것.
온실가스 감축 문제, 전기요금 상승 등 원전을 포기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부작용이 생각보다 컸기 때문이다.
원전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여타 발전원보다 현저히 적다. 원전은 1kWh의 전기를 생산하는 데 10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반면 다른 발전원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kWh 당 각각 △석탄 991g △석유 782g △액화천연가스 549g △태양광 57g △풍력 14g 수준이다.
전기요금 인상 문제 역시 무시하기 어렵다. 사고 발생 이후 원전 비중을 26%(2010년)에서 0.3%(2015년)로 대폭 낮춘 일본은 5년 동안 가정용 전기요금이 19% 올랐다. 같은 기간 산업용 전기요금은 29%나 상승했다.
한국이라고 이 같은 부작용을 피해갈 수 있을까.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에너지 정책 변화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은 없고, 2030년까지도 전기요금 인상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이미 업계에서는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원전의 안전점검 강화로 가동률이 줄어들자 지난해 4분기 한국전력의 영업이익은 18분기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발전 단가가 저렴한 원전 대신, 액화천연가스(LNG) 등의 비싼 전기를 사야했기 때문이다. 한전의 적자가 지속되면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압박은 커질 수밖에 없다.
신재생에너지를 포기하고, 원전만을 계속 고집하자는 것이 아니다. 방향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속도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시기상조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