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조석래 회장, 안팎으로 눈총 맞는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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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조석래 회장, 안팎으로 눈총 맞는 사연
  • 권민경 기자
  • 승인 2007.09.20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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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회장 ‘경기고’ 학맥 채워 넣기 내부 불만…

“민감한 시기 오해 살 발언으로 전경련 위상만 흔든다” 지적도

[매일일보닷컴]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조석래 회장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경련이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의 소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지만, 최근에는 수장인 조 회장에 대한 재계 안팎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것.

10월 2일부터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에 조 회장이 대통령 수행원 대상에서 배제되면서 이를 두고 재계가 설왕설래 하는 것을 비롯해, 전경련 내부적으로도 지난 4월 초 조 회장 의지로 단행된 임원진 인사에 대한 뒷말들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지난 11일 열렸던 하반기 첫 ‘회장단 회의’에 주요 4대 그룹 총수들이 모두 불참한 것은 물론, 총 21명 가운데 고작 9명의 회원만이 참석하자 조 회장이 전경련의 ‘구심점’ 역할을 전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불신이 높아졌다. 이래저래 전경련 내 조 회장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 재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지난 3월 취임 초만 해도 조석래 회장에 거는 재계 안팎의 기대는 컸다. 정기총회서 회장 선출 실패라는 초유의 사태를 수습하고 회장에 올랐지만, 이후부터 조 회장은 ‘강한 전경련’, ‘정부에 할 말은 하는 재계’ 등등 전경련 위상 다듬기에 올인 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취임 직후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해 전경련 내부에 개혁의 바람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전경련 ‘빅3’로 불리는 상근부회장, 전무,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장을 모두 물갈이하고, 사무국 내 인사에서도 40대 젊은 인재들을 팀장급 실무진으로 발령 내는 등 조직 쇄신에 박차를 가하는 듯 했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 따르면 전경련 내부에서는 조 회장의 이 같은 ‘개혁’이 실제로는 ‘자기 사람 채우기’에 지나지 않았다는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조 회장의 모교인 ‘경기고등학교’ 출신 인사들이 전경련 실세로 떠오르면서 전경련이 ‘경기고 동문모임’이 돼버렸다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는 것. 대표적으로 조 회장 취임 후 임명된 이승철 전무, 김종석 한경연 원장 등이 경기고  출신. 조 회장과 친분이 깊어 전경련 업무를 자문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경훈 전 대우 회장 역시 경기고등학교를 나왔다. 이윤호 상근부회장을 제외하고 20명의 회장단 가운데 절반이 넘는 11명 또한 경기고 인맥들이다. 조 회장의 ‘경기고’ 라인이 전경련을 장악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내부 개혁 외치더니, 결국 ‘자기사람 심기’

겉으로는 ‘개혁’을 외치면서 실상 전경련 주요 자리를 자기 사람들로 채워 놓는 한편, 대 정부 관계에서 전경련의 파워를 보여줄 것처럼 자신하던 조 회장이 오히려 그 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지적이 나오게 된 것은 전경련이 대선 시기마다 발표하던 정책과제 ‘보고서’가 중요한 원인이 됐다.  전경련 산하 한경연(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1992년부터 대선 때마다 차기 정부에 바라는 경제계의 희망을 담은 보고서 등을 대선이 열리는 해 상반기 중에 발표해왔다. 그러나 대선을 3개월여 남겨놓은 지금까지도 한경연 보고서는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 이미 지난해부터 외부 전문가 100여명을 참여시켜 장문의 보고서를 만들어왔다고 알려졌지만, 한경연 관계자에 따르면 이 보고서에 대한 발표 일정은 구체적으로 잡히지 않았다.
한경연 관계자는 “민감한 시기이기 때문에, 괜한 오해를 받고 싶지 않아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면서 “여권의 대선후보가 확정되는 10월 중순 이후 쯤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보고서 안에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또 지난달 초 한경연이 발표할 예정이던 ‘재정 지출이 소득 분배와 국민경제에 미치는 효과’라는 보고서도 갑작스레 발표가 취소됐는데, 일부 언론에 따르면 이 보고서 역시 정부의 보건, 복지위주 재정정책에 대한 반대의 내용이 들어 있다고 전해졌다.

청와대 심기 건드린 조 회장 덕에 전경련 ‘전전긍긍’

사실 재계가 이렇게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닌 것이, 이미 조 회장은 정부의 심기를 한 차례 건드려 놓아 청와대와 여권으로부터 쓴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전경련 제주 세미나에서 ‘경제대통령론’을 운운하며 이명박 대선 후보를 감싸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 화근이 돼 당시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으로부터 “정치적 외풍에서 경제를 보호해야 할 전경련 회장이 정치를 경제에 끌어들였다”며 “시대착오적인 주장”이라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따가운 화살을 받게 된 전경련은 다급히 해명서를 내고 “일부 표현이 특정 대선후보를 지지하는 듯한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조 회장의 발언은 경제를 더욱 잘 챙기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달라는 경제인들의 바람을 피력한 것이며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강조했다.그러나 전경련의 사태 수습 노력에도 불구하고, 조 회장 발언에 대한 파장은 곧바로 정부의 ‘왕따’ 시키기로 되돌아온 모양새다. 오는 10월 2일부터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정상회담 재계 특별수행원 대상에서, 경제계 수장격인 조 회장이 빠진 것이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 구본무 LG회장, 최태원 SK회장,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4대 그룹 경영진은 대통령 수행원 자격으로 방문한다. 정부 측에서는 “경제단체장을 배제한 것이 아니고 남북경협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인사 중심으로 선정했다”는 입장이지만 조 회장 발언에 대한 ‘괘씸죄’가 일정 부분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중론.

4대 그룹 총수 여전히 불참…청사 신축도 논란

조 회장 취임 반년이 넘도록 4대 그룹 총수들을 한 번도 불러 모으지 못한 것 역시 전경련 안팎에서 우려를 낳고 있는 부분이다. 리더십에 의문을 품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조 회장 스스로 “회장단이 자주 만나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힘 있는 4대 그룹 총수들도 전경련에 자주 나오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던 것이 무색할만큼, 이를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조 회장이 발표한 전경련 회관 신축 계획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이 많다. 3천900억원이나 들여 외형을 바꾸는데 신경쓰기보다는 전경련의 영향력 추락을 더 걱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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