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당 “지지율 답보 일시적” “본격 대선행보 시작되면 상황 달라질 것”
속내 들여다보면 ‘불안’…“국민으로부터 또다시 지지를 바랄 수 있을까?”
대선 3수 식상함 가장 큰 문제…국민 “진보정당 맞아? 이해하기 어렵다”

쪽방촌도 가고, 재래시장도 방문했다. 물론 내로라하는 연예인이 모습을 드러낸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얼마 전 참석했다. 반기업적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기업도 수시로 방문했다. 엄연히 대선후보로서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느라 안 가본 데가 없을 정도다. 정치는 ‘낮은 곳에서부터 숨쉰다’는 기치 아래 ‘2007 대선에서 기필코 집권을 하겠다’는 목표 속에서 분투노력하고 있다. 당선을 위해 당선에 필요한 요소는 무엇 하나 빠트리지 않고 갖추겠다는 셈법이다. 최선을 다해 발로 뛰고 있는 것도 그렇지만, 정세의 흐름도 나름대로 우호적이다. 범여권이든 한나라당이든 ‘잡음’ 속에서 혼탁한 대선행보를 하고 있는 주변의 환경, 특히 개혁과 진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노선’이 비슷한 대통합민주신당의 우왕좌왕, 좌충우돌, 티격태격은 개혁과 진보를 갈구하는 유권자들로 하여금 다른 쪽으로 시선을 옮겨가게 할 충분한 이유가 되고 있다. 그 한 축엔 ‘서민을 위한 진보정당’으로 당당히 자리매김을 한 민주노동당, 그리고 민주노동당 대선주자인 권영길 후보가 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민주노동당은 대외적인 유리한 상황과 달리 얌전히 리모콘이나 돌리고 있는 답답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모두’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유권자의 시선이 자연스레 권영길 후보쪽으로 집중되지 말란 법도 없는데 작금의 그림은 전혀 그렇지 못하고 있다. 권 후보가 아무리 용을 써도 정치판의 흐름을 바꾸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정치인들이나 유권자들이 정치권의 빅뱅으로 불릴 수 있는 ‘대안카드’, 그러니까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을 지지하고 있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도대체 왜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비롯한 다른 대선주자를 위협하는 맞상대로 떠오르지 못하며 이토록 애를 먹고 있는 것일까. 벌써 한 달. 지난 달 15일 대선후보로 확정된 이후 한 달 가까이 지났지만 권영길 후보는 대중매체에 그 이름 석 자를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권 후보는 1941년 생. 한국 나이로 올해 67세다. 단언컨대, 권영길 후보는 다음 대선을 노릴 수 없다. 대통령이 되고 싶다면 올해 ‘반드시’ 대통령에 당선되어야 한다.

◇ 민노당 “대선주자로 급부상할 것” =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선을 두 달 여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의 지지율은 그야말로 답보 상태다. <중앙일보>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권영길 후보의 지지율은 3.8%, 문국현 후보는 3.4%로 조사됐다. 민주신당 후보들의 ‘집안싸움’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은 ‘대선에 세 번째 출마하는’ 권영길 후보에 대해 ‘대선에 처음 출마하는’ 문국현 후보와 비슷한 비율의 냉정한, 바꿔 말하면 ‘무관심에 가까운’ 평가를 내린 셈이다.

<MBC>는 최근 유권자들에게 “대통령감으로 누가 가장 낫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었는데 이명박 후보가 55%를 차지한 것과 달리 권영길 후보는 2.4%에 머물렀다. 권영길 대선후보의 대중적 지지율은 바닥을 기고 있는 형국이다. 민주노동당의 평소 지지율이 10% 안팎인 점을 감안할 경우, 권영길 후보가 최악의 밑바닥 지지율을 내달리고 있는 까닭에 ‘권영길 효과’로 인한 민주노동당의 대선 흥행 성공은 별로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는 조심스런 분석이 정치권에 이미 싹트기 시작할 정도다. ‘사회 양극화 해소, 빈부격차의 해소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진보정당’이라고 목청을 높이며 지지를 호소 중인 민주노동당에 ‘위기론’이 피어나고 있는 것이다.권영길 대선후보의 위기설이 이처럼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지만 당사자인 민주노동당은 정작 이 같은 위기론에 고래를 가로 짓고 있다. 권영길 후보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권영길에게 표가 안 오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면서 “민노당을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정당으로 만들어주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결국 이 말은 민주노동당이 ‘권 후보를 띄우기 위한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실제 지난 14일 선대위 출범식을 개최한 민주노동당은 임시전당대회가 열린 뒤 권 후보의 대선 행보가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앞서 지난 12일 열린 선대대책위원회 첫 회의에선 선거전략을 ‘심화’시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창현 상임 선대본부장은 이와 관련 “선대위 출범에 따라 권 후보의 본격적인 대선 행보가 시작될 것”이라며 “대선 행보가 시작되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이미 잘 알려진 대로 민주노동당은 권영길 후보와 함께 ‘당내 비중’과 ‘대중성’을 두루 겸비한 심상정ㆍ노회찬 공동선대위원장과 함께 ‘삼각 트리오’의 고른 활약으로 ‘표심’ 공략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권 후보를 단독으로 내세우는 것보다 대중성이 강한 노회찬 선대위원장과 경선 1차에서 이른바 심바람 돌풍을 일으키며 2위를 기록했던 심상정 의원이 ‘당내 주춧돌’로서 역할을, 그리고 당내 ‘최대 정파’를 유지하고 있는 권 후보가 이들과 함께 전면에 부각될 경우 선거전력에 ‘효과적’일 것이고 언론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바꿔 말하면 심상정ㆍ노회찬 의원을 전면에 내세워 권 후보의 ‘약점’을 보완할 계획이라는 뜻이기도 하다.권영길 후보는 앞서 지난 7일 북한산에 올라 “셋으로 나뉘어 경쟁하던 역량이 모여, 집권을 향한 단일한 힘을 형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선대위는 이를 위해 당 지지자 가운데 상당수가 범여권이나, 이명박쪽으로 지지를 선회한 것과 관련, 이들을 다시 원상복귀 시키는 데 초점을 맞출 계획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른바 ‘사표심리’인데, 이를테면 민주노동당 후보를 찍으면 사표(죽은표)가 되니까 차선책으로 차라리 이명박이나 범여권 후보를 찍자고 생각하는 유권자들의 심리를, 정책과 대안으로 다시 승부해 민주노동당의 당선 가능성을 높인 뒤 떠난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한다는 것이다.특히 ‘민주노동당’이라면 무조건 찍어주는 고정 지지층에 가까운 ‘농민’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반대와 비정규직 철폐 문제 등에 대한 홍보전략을 통해 노동자 중심의 진보정당답게 ‘민주노동당에만 투표하게’ 만든다는 방안이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 한 관계자는 “대선 한 달 전인 11월 11일로 예정된 ‘100만 민중대회’가 성공적으로 치러질 경우 여론의 집중 조명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민중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밑바닥 ‘민심’에 접근하는 방향으로 대선전략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민주노동당은 한나라당 경선과정과 범여권의 경선과정 속에서 여론이 두 정당에 대해 집중함에 따라 권 후보에 언론의 보도와 편집이 집중되지 않았지만, 범여권 후보들이 조금씩 정리되고 선대위가 활동이 본격화됨에 따라 권 후보에 대한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와 관련 심상정 선대위원장은 “이번 대선은 ‘진짜 진보’(민주노동당)와 ‘진짜 보수’(한나라당)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그럼에도 안 뜬다 안 떠!= 그러나 이 같은 ‘자신감’ 넘치는 포부와 달리 민주노동당의 집권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이미 일각에서는 “한나라당의 집권 가능성이 가장 높고, 변수가 생길 경우 대통합민주신당이 집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민주노동당이 집권할 가능성은 확실히 낮다”며 초조한 기색이 역력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의석 9석인 민주노동당은 그동안 진보적 정체성과 안정감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는 등 뚜렷할만한 성과점을 내놓지 못했다”면서 “대선과 내년 총선에서 참패하고 당이 흔들리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가장 큰 문제점은 ‘진보정당, 니들이 뭔데?’라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민주노동당의 입장에서 볼 때 올해 대선은 처음으로 ‘심판’을 받아야 하는 대선임에 분명하다. 물론 민주노동당은 여태껏 국회에서 볼 수 없던 정책을 만들고 또 진보적인 의정활동을 펼쳤던 게 사실. 그러나 “국회로 보내주면 노동자와 서민을 위한 세상을 만들겠다”고 장담했던 것과 달리, 노동자, 농민, 서민에게 ‘행복’을 만들어주진 못했다는 인식이 널리 깔려 있다.특히나 대통합신당을 포함해, 서민의 삶이 밑바닥을 헤매면서 세상을 구원할 것처럼 ‘너도 나도 진보정당’이라는 깃발을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진보정당들은 당내 정치에 발목이 잡혔고, 정책은 없이 ‘폼’만 잡은 까닭에 진보개혁 세력 내에서도 이들에 대해서 ‘무능하다’는 평가를 내리는 등 지지자들의 정서와는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국민에게 신선한 감동조차 주지 못했고.지지자들뿐만이 아니라 국민 정서와도 부합이 되어야 대중적인 공감 속에서 대선을 노릴 수 있다는 시각에서 접근했을 때, 민주노동당의 정치노선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는 목소리도 무시할 수 없다. 한 예로 민주노동당은 집권을 목표로 한 정당이기 때문에 설사 그게 ‘정략적’이었다고 하더라도 한미FTA(자유무역협정) 저지투쟁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한미FTA 저지투쟁은 현재 맥없이 가라앉았다. 한미FTA를 반대함으로서 기존 정당과 극명한 차별점을 보여 왔던 것은 사실이나, 결코 민주노동당에 유리하게 작용하진 않았다. 민주노동당을 제외한 거의 모든 당들이 조건부이지만 결국 찬성했고, 찬성 여론 또한 50%를 넘고 있는 것은 민주노동당을 불안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민주노동당에 관심을 전혀 두지 않는 유권자의 입장에서 볼 때 무상 교육ㆍ무상 의료ㆍ부유세 등의 공약 등이 너무나 비현실적인 것처럼 비쳐지고 있는 점 또한 권영길 후보가 대선 레이스에서 뜨지 않는 이유로 손꼽힌다. 권영길 후보가 지난 경선 과정에서 밝힌 ‘코리아연방공화국 건설’에 대한 구상 역시 일반 국민의 보편적 정서와는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이와 함께 구시대적 패러다임 가운데 하나인 ‘친북 좌파’라는 이념논란 속에서 상대진영의 주공격 메뉴였던 ‘퍼주기’ ‘끌려다니기’의 비판을 참여정부가 당했을 때, 민주노동당도 덩달아 이 같은 시대착오적 색깔논쟁에서 범여권과 함께 자유롭지 못했다, 다시 말해 ‘손해를 봤다’는 주장도 나온다.위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집권 가능성이 현저히 낮기 때문에 민주노동당을 찍는 건 ‘사표’라는 대중의 암묵적 합의도 민주노동당의 대선 성공 가능성을 좌우하게 될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게 될 전망이다.마지막으로 진보정당에서 똑같은 후보가 계속 출마하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권영길 후보는 지난 1997년, 2002년에 이어 대선 삼수에 도전하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하지만 ‘삼수’는 진보정당에 덧씌워진 비대중적 이미지로 지적받고 있다.정치전문가들은 “‘식상한 진보’로는 유권자의 선택을 받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민주노동당은 외연을 확대하지 못할 경우 대선은 물론, 내년 18대 총선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정치전문가는 “민주노동당이 17대 대선후보로 권 후보를 선택하면서 세대교체 열망은 여전히 숙제로 남게 됐다”면서 “비록 안정적일지는 몰라도 권영길 후보를 식상해 하는 유권자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의문”이라고 지적, 권 후보의 ‘역동성’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