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방지법 시행 7년 “힘으로 누르니 옆으로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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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방지법 시행 7년 “힘으로 누르니 옆으로 퍼졌다”
  • 이서현 기자
  • 승인 2011.09.16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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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변종 성매매 업소, 주택가, 학원가, 번화가 구별 없이 확산
[매일일보] 2004년 3월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이하 성매매방지법)이 시행된 지 어느덧 7년째를 맞았다. 사법당국은 이 기간 중 어느정도 가시적 성과를 거둔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당국의 단계적 ‘성매매집결지 폐쇄정책’에 따라 성매매 여성들이 사회로 복귀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일반주택가로 파고들어 이른바 ‘신변종 성매매’영업이 확산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당국의 강력한 ‘성매매방지법’ 집행으로 더 이상 불법영업이 불가능해지자 이 여성들은 단속의 눈길을 피해 일반주택가로 침투하고 있는 것이다.

“성매매=범죄 인식은 성과지만…”

대구여성인권센터 성매매상담 ‘힘내’ 상담소 정박은자 팀장은 “성매매방지법 시행으로 성매매가 범죄라는 사실이 국민들에게 인식되고 있지만 여전히 신·변종 성매매나 기업형 성매매, 해외원정 성매매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쌓여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박 팀장은 또 “신·변종 성매매로 불리는 업소들 중 합법을 가장한 일부 이·미용 관련업소 등은 주택가, 학원가, 번화가나 성매매성업지역 구별 없이 아무렇지도 않게 버젓이 자리잡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신·변종 성매매로 불리는 업소들은 새롭게 개업해 ‘혜성처럼’ 나타난 것이 아니라, 기존의 합법적 서비스영업장을 비롯해 ‘자유업’ 등록업소 및 ‘미등록’ 상태로, 겉으로 표기된 업종과 상관없이 성매매영업을 알선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같은 업소들은 관계기관의 단속을 피해 더욱 조직적이고 은밀하게 독버섯처럼 퍼지고 있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는 것이다.

업소들, ‘안전’ 마케팅으로 손님 유혹 

‘힘내’상담소가 지난해 10월 신·변종 성매매 실태조사팀을 꾸려 대구지역 7개구 1개군을 방문, 실태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 업소들은 아직까지 세부적으로 영역을 분리해 다루지 않았을 뿐이지, 오래전부터 상담의 한 영역으로 범주화된 부분이다.

이전 ‘윤락행위 등 방지법’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던 성 구매행위의 당사자인 성구매자가 ‘성매매방지법’의 등장으로 처벌위험이 커짐에 따라 성매매업소도 새로운 영업전략을 찾게 됐다고 상담소측은 설명하고 있다.
성구매자를 유치해야하는 성매매업소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차별화되고 획기적인 영업 전략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업소는 성구매자에 대한 처벌을 피해 ‘손님들’의 안전을 도모하는 전략을 구사하게 됐다. 이에 따라 성구매 당사자인 남성이 ‘도덕성과 사회적 품위를 유지하면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들 업주들 의 영업 전략이 된 셈이다. 일명 신·변종 성매매로 불리는 키스방, 대딸방, 휴게텔, 유리대화방, 안마시술소, 페티쉬클럽, 하드코어방 등 불법영업을 일삼는 업소에서는 ‘사전예약제’ 또는 ‘정회원제’ 시스템으로 성을 구매하는 남자들의 익명성과 신변 안전을 철저하게 보장해 준다.

신·변종 성매매는 ‘성매매방지법’의 집행으로 일반 주택가로 스며드는 성매매뿐 아니라 어떤 영역에서든 남성들의 성적 환타지가 구매를 통해 현실적으로 실천된다면 이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결국 신변종성매매는 성구매 행위 양식의 변화를 반영하는 셈이다.

업소 꾸준히 증가…단속은 미미

성매매집결지의 해체와 함께 주택가 등으로 성매매업소가 분산되면서 업소 숫자 역시 증가하고 있지만 행정당국의 단속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성매매피해상담소 ‘언니네’에 따르면 최근 광주 상무·금호·용봉·첨단지구 등 4개 지역에 있는 유흥주점, 단란주점, 안마시술소, 이용원 등 성매매업소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7월 말 기준으로 등록된 업소는 482개로 집계됐다. 이 중 47.3%인 228개가 상무지구에 밀집돼 있었고 이어 첨단 166개(34.4%), 금호 57개(11.8%), 용봉지구 31개(6.4%) 순이다. 또 상무지구 성매매업소는 2009년 195개, 2010년 225개, 올해 228개로 꾸준히 증가했고 다른 지역도 매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 4개 지역의 성매매업소 중 유흥주점이 321개로 가장 많았고, 단란주점 105개, 이용원 46개, 안마시술소 10개 등이다. 키스방, 페티쉬클럽, 휴게텔 등 유사성매매 업소도 13곳이 영업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단속은 성매매업소 가운데 66곳이 서류 미비, 시설물 보완 등으로 행정처분을 받았고 성매매 알선으로 처분을 받은 업소는 6개에 불과했다. 성매매매업소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들이 상담소 지원을 받지 않는 이유는 ‘부모님이 알게 될까봐’가 가장 많았고 ‘나도 처벌 받는 건 아닐까’, ‘수년간 해 온 일이라 다른 일을 잘 할 수 있을까’ 순이다. 김희영 언니네 소장은 “성매매특별법제정 이후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이번 조사를 통해 법망을 교묘히 피하는 수법으로 성매매업소가 꾸준히 증가했고 키스방, 이미지클럽 등 변종 업소도 생겨났다”며 “불법 성매매업소에 대한 강력한 법 집행과 유사성행위, 자유업종의 단속과 처벌에 대한 법률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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