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란과 분노의 ‘도가니’…“현실은 영화보다 더 참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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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란과 분노의 ‘도가니’…“현실은 영화보다 더 참혹하다”
  • 이서현 기자
  • 승인 2011.09.21 1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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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목 대책위 대표 “인화학교 성폭행 사건, 잊혀져갈 뿐 해결된 것 아니다”

▲ 영화 도가니 포스터
[매일일보] 지난 2005년, 광주의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학교, 인화학교에서 성폭행 사건이 벌어졌다.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있었지만 대한민국 기득권 구조의 벽 앞에서 ‘진실’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 자세한 내용을 2009년에 소설가 공지영 씨가 소설 『도가니』라는 제목으로 소설을 써서 한 포털사이트에서 1600만 클릭이라는 엄청난 화제를 낳았고, 그게 다시 영화로 만들어져서 다시 한 번 화제가 되고 있다.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은 아직도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당시의 가해자들은 학교에 복직해 근무중이다.

영화보다도 더 충격적인 현실과 관련해 사건 초기부터 ‘인화학교 성폭력 대책위원회’ 대표를 맡아온 김용목 목사가 19일 저녁에 방송된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이 사건의 전말을 이야기했다. 인터뷰 내용을 발췌 정리했다.

성폭력 혐의 기소된 특수교사, 공소시효 지났다고 석방…복직

대책위에서 파악한 또 다른 가해 교사도 현재 교사로 재직 중

단 한 차례의 사과도 없고 피해구제 약속도 뭉갠 재단

간판 바꾸고, 업종도 더 확대해 확장개업 강력 추진중

김용목 대책위 대표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 대부분이 지적장애인

그런 재단에게 지적장애인들의 복지나 교육까지 맡길 수는 없다”

인화학교는 1960년 광주광역시에 설립된 청각장애인 교육을 위한 특수학교로, 한때 100여 명이 넘었던 재학생은 현재는 22명으로 줄어든 상태이다. 2005년도에 이 사건이 일어났을 당시 사회복지법인 우석에서 운영하는 인화학교와 인화원(장애인생활시설), 근로시설과 보호작업장 등에 연 35억여원이 공공자금이 지원되고 있었다. 2005년에 조직적 성폭력 사건이 알려지게 된 것은 당시 인화학교 학부모회 회장의 자녀가 친구들을 통해 들은 성폭력 관련 이야기를 엄마에게 전했고, 학부모회장이 이를 확인하기 위해 피해학생을 성폭력 상담소에 데리고 가 상담을 하면서였다. 이후 2006년도에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직권조사를 한 결과 2000년부터 2005년까지 5년 사이에 교장과 행정실장을 포함해서 성폭력 가해자 6명, 초중고등학교 피해학생이 9명이 드러났으며, 이 중 가해자 6명은 형사고발이 됐고, 성범죄 행위의 은폐, 축소에 관련된 혐의로 관련자 2명이 추가 고발됐다. 인화학교 성폭력 대책위원회 대표를 맡고 있는 김용목 목사에 따르면 피해 유형은 강간부터 성추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졌다.

학교와 재단 실권자들은 한 핏줄

인화학교는 재단 설립자인 이사장의 큰 아들이 당시 교장, 작은 아들이 행정실장, 처남이 근로시설장, 동서가 인화원장에 재직하는 등 족벌체제 때문에 사건이 쉽게 외부에 알려지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조직적 성폭력의 가해 당사자들이 친인척 관계로 얽혀서 학교의 실권을 장악하고 있다보니 공론화 이전에도 한 두어 차례 정도 피해 학생들이 교사나 학생부장 등에게 피해사실을 이야기해도 중간 관리자들 사이에서 모두 묵살당하고 알려지지 않았었던 것이다.

이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형사고발한 성폭력 관련자 6명 가운데, 4명은 실형 선고를 받았지만 2명은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기각이 됐고 성범죄 은폐 교사 2명도 처벌에서 제외가 됐으며, 실형을 받은 4명도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받고 복역 중이던 교장이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 또 집행유예 3년으로 풀려나는 등 실형을 받은 4명 중 2명이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대책위 “가해자들, 여전히 재직중”

사실 ‘인화학교 성폭력 대책위원회’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 직권조사에서 발표한 가해자 6명, 피해자 9명보다 많은 가해자 10명, 피해자 12명이 있는 것으로 조사했고,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가 더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 영화 '도가니' 시사회에 참석한 김용목 인화학원 성폭력 피해 대책위원회 대표 ⓒ뉴시스
대책위 대표를 맡고 있는 김용목 목사는 19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인터뷰에서 “저희들은 사법적인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이제 객관성을 가지고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대책위에서는 인권위 조사보다 좀 더 광범위한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는 것으로 조사를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용목 목사는 “그 외에도 이제 부모님들이 사회적 낙인이라든지 아이의 또 장래 문제라든지 이런 것들로 인해서 사건화 되는 것을 굉장히 반대한 사례들이 있었다”고 밝혀 대책위 발표 외에도 추가 피해사례가 더 있음을 시사했다. 김 목사는 특히 “성범죄 은폐 혐의가 있어서 고발된 교사 2명도 현재 복직되어서 교사로 일하고 있다”며, “성폭력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가 한 명은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면했을 뿐 아니라 복직이 됐고, 대책위에서 파악한 또 다른 어떤 가해 교사도 현재 교사로 재직 중에 있다”고 밝혔다.
김 목사에 따르면 이 사건과 관련해 학교법인에서 법적 책임을 진 사람은 없으며, 이사장이 설립자에서 설립자의 사위로 바뀌었는데, 그나마도 설립자 이사장이 사건 이후에 사망했기 때문으로, 학교의 운영체제나 의사결정구조에는 변화가 없다고 덧붙였다. 김 목사는 “2010년도에 인화학교와 인화원에서 생활하는 학생들과 원생들 사이에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다”며, “이것은 교육청을 통해서 다 사실 확인이 된 것으로, 이 부분을 저희 대책위에서 민관 합동조사를 요구를 했지만 재단에서 반대해서 아직까지 조사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나 광주시, 해당 구청, 해당 교육청 등 관계기관의 역할이 부재한 상황에 대해 김 목사는 “현재 사회복지사업법의 한계라고 좀 볼 수 있는 부분”이라며, “직접적으로 재단에 이런 심대한 문제에 대해서 책임을 묻기 어려운 그런 한계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저희 인화학교 대책위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또 시설 인권과 관련된 활동가들이 노무현 정부 후반기 때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을 요구를 했는데 사회복지재단들의 저항이나 반발이 굉장히 심해서 결국 법이 개정이 되지 못하고 오늘에까지 왔다”고 덧붙였다.

대책위 등이 추진하고 있는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의 요지는 이런 시설 내에서 범죄행위가 있었을 때 재단에 직접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관리감독이나 운영에 대한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최소한 공익 이사들이 같이 참여할 수 있는 구조나 의사결정 과정에서 외부에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사과는 커녕…확장개업 추진중?

한편 2009년 공지영의 베스트셀러 소설 『도가니』와 최근 개봉한 동명 영화를 통해 이 사건의 문제점들이 사회적으로 공론화되고 있는 가운데 문제의 인화학교 측은 지난 6월 구청에 학교와 시설의 명칭을 모두 ‘인화’에서 ‘서영’으로 변경하는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구청에 제출된 신청서에는 법인 명칭 변경과 함께 목적사업 변경도 포함되어있는데, 기존 청각 언어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과 복지사업을 지적장애인을 대상으로까지 확대하겠다는 내용이다. 재단의 요청은 해당 구청과 시청에서 일단 반려됐지만 재단 측은 ‘행정소송까지 불사하겠다’면서 강력하게 추진 중이라고 한다. 대책위나 지역 시민사회에서는 “이 사건과 관련해 한 차례도 공식적인 사과나 해결에 대한 진정성이 없었던 재단이 이제 간판도 바꾸고, 업종도 확대해서 확장개업 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김용목 목사는 “그동안 우리가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을 미리 지역에서 막을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이 재단이 여기까지 가는 것에 대해서는 절대 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의 대부분이 지적장애인인 상황에서 그런 재단에게 지적장애인들의 복지나 교육까지 맡길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사업목적 변경에 대해) 혹자들은 ‘이거 뭐 고양이에게 생선가게 전체를 통째로 맡기는 격’이라고 한다”고 꼬집었다.

▲ 영화 '도가니' 스틸사진
고통 계속되는 피해학생들

김용목 목사는 재단 측이 명칭변경과 사업목적 확대를 시도하는 이유와 관련해 100여명이 넘던 재학생 중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타 학교로 전학을 가고 남은 22명도 연고자 없이 인화원에서 기거하는 학생이 대부분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사건으로부터 벌써 6~7년이 지난 현재 피해 학생들의 대부분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상태로, 직장생활을 광주나 또 타 지역에서 하고 있는 청년들이 있고, 또 일부는 대학에 진학해서 공부하는 학생들도 있다. 이와 관련 김용목 목사는 “안타까운 것은 상당수 청년들이 직장생활에 좀 적응이 어렵고 또 중복의 장애를 가지고 있는 분들은 일반 직장이라든지 이런 게 상당히 어려워서 무직자로 살고 있는 분들이 있다”고 밝혔다. 김 목사는 “이 사건이 알려지고 나서 이분들이 생활하는 장애인 공동생활 가정이 있다. 거기에서 이제 생활하는 이분들을 위해서 우리 지역에서 사회적 기업을 준비하고 있다”며, “그래서 장애인 카페를 만들어서 이분들이 좀 직장생활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목사에 따르면 사건 당시 재단에서는 피해학생들의 보상과 또 심리치료 등등을 약속을 했지만, 아직까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김 목사는 “대책위에서 심리치료 등등을 했지만 많이 좀 미진한 부분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약속했던 것을 어긴 것에 대한 책임 추궁’과 관련해 김 목사는 “그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과 심리치료, 또 뭐 학교와 시설에 대한 어떤 투명한 운영 등등의 여러 가지 약속이 있었지만, 대부분은 지켜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대책위에서는 교육청이나 행정기관에 요구를 했지만 그 약속 자체가 갖는 어떤 법적인 한계들 때문에 전혀 지금 더 이상 진척이 안 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청이나 해당 구청에서도 그걸 강제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는 말이다.

여전히 진행중인 사건

이 사건과 관련한 민사재판에서는 2천만원의 피해 보상 판결이 내려지기는 했지만 사후 처리 측면에서 제대로 이루어진 것은 거의 없는 현실. 이와 관련 김용목 목사는 “저희들도 대책위를 해산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이게 진행 중인 사건이라고 보기 때문에 해산할 수가 없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책위가 인화학교 재단인 사회복지법인 우석 측에 제시하고 있는 첫 번째 요구는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이다. 여기에 덧붙여 법인 산하 시설인 인화원에서 살고 있는 거주인들에 대한 치료, 재활, 교육 등 사회복지를 위한 투명한 서비스 제공 계획을 제시하고, 애초에 약속했던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심리치료 등 포함)도 하라는 것이다. 한편 김용목 목사는 CBS 인터뷰에서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며, “많은 분들이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이 다 끝났다,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이제 이 영화를 통해서 끝난 것이 아니라 계속 진행되고 잊혀져갈 뿐이지 해결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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