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다도 더 충격적인 현실과 관련해 사건 초기부터 ‘인화학교 성폭력 대책위원회’ 대표를 맡아온 김용목 목사가 19일 저녁에 방송된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이 사건의 전말을 이야기했다. 인터뷰 내용을 발췌 정리했다.
성폭력 혐의 기소된 특수교사, 공소시효 지났다고 석방…복직
대책위에서 파악한 또 다른 가해 교사도 현재 교사로 재직 중
단 한 차례의 사과도 없고 피해구제 약속도 뭉갠 재단
간판 바꾸고, 업종도 더 확대해 확장개업 강력 추진중
김용목 대책위 대표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 대부분이 지적장애인
그런 재단에게 지적장애인들의 복지나 교육까지 맡길 수는 없다”
인화학교는 1960년 광주광역시에 설립된 청각장애인 교육을 위한 특수학교로, 한때 100여 명이 넘었던 재학생은 현재는 22명으로 줄어든 상태이다. 2005년도에 이 사건이 일어났을 당시 사회복지법인 우석에서 운영하는 인화학교와 인화원(장애인생활시설), 근로시설과 보호작업장 등에 연 35억여원이 공공자금이 지원되고 있었다. 2005년에 조직적 성폭력 사건이 알려지게 된 것은 당시 인화학교 학부모회 회장의 자녀가 친구들을 통해 들은 성폭력 관련 이야기를 엄마에게 전했고, 학부모회장이 이를 확인하기 위해 피해학생을 성폭력 상담소에 데리고 가 상담을 하면서였다. 이후 2006년도에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직권조사를 한 결과 2000년부터 2005년까지 5년 사이에 교장과 행정실장을 포함해서 성폭력 가해자 6명, 초중고등학교 피해학생이 9명이 드러났으며, 이 중 가해자 6명은 형사고발이 됐고, 성범죄 행위의 은폐, 축소에 관련된 혐의로 관련자 2명이 추가 고발됐다. 인화학교 성폭력 대책위원회 대표를 맡고 있는 김용목 목사에 따르면 피해 유형은 강간부터 성추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졌다.학교와 재단 실권자들은 한 핏줄
인화학교는 재단 설립자인 이사장의 큰 아들이 당시 교장, 작은 아들이 행정실장, 처남이 근로시설장, 동서가 인화원장에 재직하는 등 족벌체제 때문에 사건이 쉽게 외부에 알려지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이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형사고발한 성폭력 관련자 6명 가운데, 4명은 실형 선고를 받았지만 2명은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기각이 됐고 성범죄 은폐 교사 2명도 처벌에서 제외가 됐으며, 실형을 받은 4명도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받고 복역 중이던 교장이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 또 집행유예 3년으로 풀려나는 등 실형을 받은 4명 중 2명이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대책위 “가해자들, 여전히 재직중”
사실 ‘인화학교 성폭력 대책위원회’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 직권조사에서 발표한 가해자 6명, 피해자 9명보다 많은 가해자 10명, 피해자 12명이 있는 것으로 조사했고,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가 더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대책위 등이 추진하고 있는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의 요지는 이런 시설 내에서 범죄행위가 있었을 때 재단에 직접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관리감독이나 운영에 대한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최소한 공익 이사들이 같이 참여할 수 있는 구조나 의사결정 과정에서 외부에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사과는 커녕…확장개업 추진중?
한편 2009년 공지영의 베스트셀러 소설 『도가니』와 최근 개봉한 동명 영화를 통해 이 사건의 문제점들이 사회적으로 공론화되고 있는 가운데 문제의 인화학교 측은 지난 6월 구청에 학교와 시설의 명칭을 모두 ‘인화’에서 ‘서영’으로 변경하는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김용목 목사는 재단 측이 명칭변경과 사업목적 확대를 시도하는 이유와 관련해 100여명이 넘던 재학생 중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타 학교로 전학을 가고 남은 22명도 연고자 없이 인화원에서 기거하는 학생이 대부분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사건으로부터 벌써 6~7년이 지난 현재 피해 학생들의 대부분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상태로, 직장생활을 광주나 또 타 지역에서 하고 있는 청년들이 있고, 또 일부는 대학에 진학해서 공부하는 학생들도 있다. 이와 관련 김용목 목사는 “안타까운 것은 상당수 청년들이 직장생활에 좀 적응이 어렵고 또 중복의 장애를 가지고 있는 분들은 일반 직장이라든지 이런 게 상당히 어려워서 무직자로 살고 있는 분들이 있다”고 밝혔다. 김 목사는 “이 사건이 알려지고 나서 이분들이 생활하는 장애인 공동생활 가정이 있다. 거기에서 이제 생활하는 이분들을 위해서 우리 지역에서 사회적 기업을 준비하고 있다”며, “그래서 장애인 카페를 만들어서 이분들이 좀 직장생활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목사에 따르면 사건 당시 재단에서는 피해학생들의 보상과 또 심리치료 등등을 약속을 했지만, 아직까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김 목사는 “대책위에서 심리치료 등등을 했지만 많이 좀 미진한 부분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약속했던 것을 어긴 것에 대한 책임 추궁’과 관련해 김 목사는 “그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과 심리치료, 또 뭐 학교와 시설에 대한 어떤 투명한 운영 등등의 여러 가지 약속이 있었지만, 대부분은 지켜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대책위에서는 교육청이나 행정기관에 요구를 했지만 그 약속 자체가 갖는 어떤 법적인 한계들 때문에 전혀 지금 더 이상 진척이 안 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청이나 해당 구청에서도 그걸 강제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는 말이다.
여전히 진행중인 사건
이 사건과 관련한 민사재판에서는 2천만원의 피해 보상 판결이 내려지기는 했지만 사후 처리 측면에서 제대로 이루어진 것은 거의 없는 현실. 이와 관련 김용목 목사는 “저희들도 대책위를 해산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이게 진행 중인 사건이라고 보기 때문에 해산할 수가 없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