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국가가 소멸시효 경과를 주장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국민의 인권을 중대하게 침해한 불법행위를 저지른 만큼 신의성실 원칙에 위반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광주지법 제7민사부(부장판사 최인규)는 21일 이모(48)씨가 군 당국의 불법 구금 및 재판으로 인해 유죄를 받았다며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가 이씨에게 3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군 당국이 영장도 없이 원고를 강제 연행해 불법 구금한 뒤 고문, 협박 등 가혹행위로 자백을 받아내고 증거를 조작해 유죄 판결을 받게 했다"며 "또 이씨가 전역한 상황에서 전역 명령을 취소한 뒤 수사권과 재판권이 없는 수사와 재판을 진행한 위헌적 불법행위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소멸시효 경과 주장과 관련, "원고가 2006년 7월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발표 전까지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는 객관적 장애가 인정된다"며 "이번 사건의 경우 원고를 보호할 필요성이 큰 반면 위헌적 불법행위로 국민의 인권을 침해한 국가의 소멸시효 제도를 인정하게 되면 현저히 부당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원고가 젊은 나이에 억울한 누명을 쓰고 공포 속에서 감금 및 수감생활을 하고 파혼까지 겪는 등 황폐한 인생을 살아 온 점 등을 감안하면 고통이 매우 극심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손해배상금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씨는 전역을 1주일 앞둔 1984년 10월15일 군 보안사령부에 불법 구금된 뒤 고문과 증거조작에 따른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같은 해 12월27일 징역 1년 및 자격정지 1년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이씨는 만기 복역 후 1985년 11월7일 출소해 다시 군에 복무하다가 같은 해 11월21일 전역했다.
이 과정에서 이씨는 발이 묶여 거꾸로 매달린 채 발바닥부터 온 몸을 구타당하고 가족과 약혼녀에 대한 위해 협박은 물론 잠을 재우지 않는 등 고문까지 당해 허위 자백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2006년 7월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로부터 국가의 위법성을 인정받은 뒤 법원에 재심을 청구해 지난 8월 무죄 판결을 받았으며 이와는 별도로 손해배상금 5억원 청구 소송도 제기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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