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되면 하루 만에 전쟁 종전 협상 타결"
우크라에 무기 지원 시 '對러 관계' 회복 불가 우려도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7일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가능성에 대해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종전 의지'를 내비치는 것과 별개로, 북한의 전쟁 관여도에 따라 한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수준이 결정될 것이란 의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군의 관여 정도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단계별로 지원 방식을 바꿔나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가 어려울 때 국제사회의 도움을 많이 받아서 우리도 외국의 불법적 침략으로 어려움을 겪는 나라를 도와주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대외정책 기조, 국제주의, 평화주의, 인도주의라는 측면에서 보더라도 (우크라이나를)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그런 차원에서 저희는 인도주의와 경제적 지원 위주로 했다"며 "그런데 이제 북한이라는 변수가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당당하게 북한이란 걸 내세우며 하는 게 아니고, 위장해서 들어가는 용병이기 때문에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우리 안보를 치명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 민감한 군사기술이 이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우리는 유엔평화유지군(PKO)이나 이라크전 등 실제 전장을 경험했지만, 북한은 한 번도 (실전 경험을) 못 했는데 이게 최초의 경험이 된다"며 "시간이 지나서 (북한군이) 현대전 경험을 쌓으면 우리 안보에 치명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에 따라) 종전 같은 인도주의, 평화주의 관점에서 이제는 북한군의 관여 정도에 따라서 단계별로 지원 방식을 바꿔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무기 지원을 한다면 방어무기부터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협상으로 중재하겠다는 뜻을 내비쳐온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 대선에서 승리한 후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대선 과정에서 자신이 당선되면 24시간 안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것이라고 장담해 왔다.
트럼프는 지난해 7월 폭스뉴스와의 회견에서 "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더 이상 (지원)은 안 된다, 협상해야만 한다'고 말할 것"이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도 '협상하지 않으면, 우리는 젤렌스키에게 더 많이 (지원을) 줄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나는 하루 만에 협상을 타결 지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매개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를 압박해 전쟁을 종결하겠다는 뜻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획대로 종전이 이뤄질 경우, 한국도 러시아와의 틀어진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중론이다. 하지만 종전에 앞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할 경우 전후 러시아와의 관계 회복을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세계의 독재자들과도 적극적 소통을 주저하지 않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향이 자유민주진영에 편향된 외교정책을 펴온 윤석열 정부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동아시아정책연구센터 한국석좌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같은 독재자에 친밀감을 느낀다"면서 "전통적인 공화당원이나 미국 국가안보 분야의 기득권층이 트럼프의 관점을 공유하지는 않지만, 트럼프의 인식이 대북 정책에 대한 그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특히 김정은이나 푸틴이 우크라이나나 위험 완화와 관련해 합의를 타결하려고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접촉하기로 결정할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은 동맹과 협의하지 않고 양보할 수 있으며 이는 한국 같은 동맹의 역내 안보를 약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