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집권→금리 인하 주춤·관세 상향 확실시
안전자산 조명··· 서울 상급지 매수·투자 확대 전망
매일일보 = 권한일·이혜경 기자 | 미국 정권교체(도널드 트럼프 재집권)가 확정되면서 국내 부동산 시장에선 불확실성 및 양극화 확대의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우리 경제와 밀접한 관계에 놓인 미국 시장에서 금리 인하 기조에 변화가 가해지고 고관세에 따른 물가·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동반될 경우, 국내 건설·부동산 업계에 직간접적인 여파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트럼프 재집권'이 확정된 전날 오후부터 이날까지 원·달러 환율은 심리적인 저항선으로 일컫는 1400원을 넘나들고 있다. 이는 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 우려가 최고조에 달했던 4월 16일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트럼프의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로 현지 물가 상승 압박도 더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해진 가운데 미국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안전 자산 선호 현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선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부동산, 특히 서울·수도권 일대 아파트에 자산이 몰릴 가능성이 높아 지역간 부동산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역 간 부동산 흐름 양극화와 서울 아파트값 급등세를 잠재우기 위해 8·8 부동산 대책과 그린벨트 해제, CR리츠 운용 확대 방침 등을 잇달아 발표했지만, 상급지로 불리는 서울·수도권 최선호 입지 거래량 증가세 및 시세 오름세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이 내놓은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4일 집계 기준)을 보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값은 3월 넷째 주 이후 33주 연속, 수도권 매매가격은 5월 셋째 주 이후 25주 연속 올랐다. 반면 지방 평균 아파트값은 24주 연속 내렸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 6일 '2025년 주택 가격 전망'에서 내년 수도권 집값은 연평균 1.0% 오르는 반면, 지방은 올해보다 하락세가 커져 연간 2.0% 내리는 등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수도권과 지방 사이에 아파트 매맷값 상승률 격차는 올해 1.6%포인트(p)에서 내년 3.0%p까지 벌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이번 전망치는 트럼프 재집권에 따른 이슈가 상당 부분 배제된 것으로, 관련 이슈까지 더해지면, 이른바 '노른자위, 똘똘한 한 채'를 향한 매수세 및 투자 확대 움직임이 커지는 등 안전자산 집중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 속도와 폭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진 점과 관세 상향으로 반도체·자동차 등 우리나라 주요 수출품의 수출 경쟁력에 타격이 가해지면서 국내 경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리서치랩장은 "현재 미국 경기가 호조인 데다 트럼프 취임 후 '미국 우선주의' 기조까지 더해지면 금리를 쉽게 내릴 것 같지 않다"며 "미국 금리 인하 속도가 둔화되면 국내 금리에도 영향을 줄 수 있고 부동산 자금 유입이나 구매력 등이 제한되는 경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트럼프 당선으로 우리나라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면서 지방과 서울·수도권 간 양극화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본다"면서도 "서울과 인천·경기도 간 양극화와 서울 내 강남·여의도·용산·반포·성수 등 상급지와 이외 외곽 하급지 간 양극화도 심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진형 광운대 법무부동산학과 교수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무역전쟁 심화로 서울 등 부동산 안전지역으로 매수 세력이 몰리는 추세가 더해질 수 있다"며 "기존 8.8 부동산 대책 등으로 이를 해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