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머니 머신"···트럼프발 '방위비 10배 폭탄' 시나리오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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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머니 머신"···트럼프발 '방위비 10배 폭탄' 시나리오 '촉각'
  • 이태훈 기자
  • 승인 2024.11.07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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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 우선주의 정책 일환···한미 SMA 합의 뒤집을 가능성
방위비 협상 좌초에 병력 철수···트럼프 '돌출 행동' 대비 필요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컨벤션센터에서 대선 승리 연설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컨벤션센터에서 대선 승리 연설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제47대 미국 대선에서 승리해 4년 만에 백악관으로 복귀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을 '머니 머신(Money Machine·부유한 나라를 의미)'으로 지칭하며 한국이 더 많은 방위비 분담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진 인물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앞서 타결된 주한미군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의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점쳐지면서 한국도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7일 정치권과 외교가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누르고 미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요인에는 '자국 우선주의' 공약이 있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원칙을 미국에 '군사적 지원'을 받는 국가들에 어김없이 적용할 공산이 크다. 그는 취임 후 미국의 안보지원을 받으려면 그에 상응하는 기여를 제공하라는 취지의 압박을 동맹국 등에 가할 가능성이 있다.
한미는 지난달 4일 2026년 첫해 분담금을 전년 대비 8.3% 증액하고 이후 분담금 인상률을 물가상승률에 연동시키는 방식으로 5년간 적용되는 12차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에 전격 합의했다. 2030년까지 적용되는 방위비 분담 금액을 확정한 것이다. 현행 협정 만료를 2년 가까이 남겨둔 상황에서 협상의 조기 착수에 나선 것은 이례적인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SMA를 재협상하자고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미 수차례 재집권 시 대폭 인상된 '방위비 청구서'를 내밀 것임을 시사했다. 지난달 15일(현지 시간)에는 한국을 '머니 머신'으로 표현하며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한국은 (방위비로) 연간 100억 달러(약 13조9490억 원)를 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100억 달러는 2026년 방위비 분담금으로 정해진 액수(1조5192억 원)의 9배에 달한다. SMA는 국회 비준 절차가 필요한 한국과 달리 미국에선 '행정협정'으로, 의회 동의 없이 대통령 판단만으로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다. 정부 안팎에서는 어느 정도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무리한 수준의 인상을 요구한다면 양국 간 마찰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트럼프 1기' 시절 양국은 방위비 인상 수준에 견해차를 보이며 SMA가 타결되지 못했고,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서야 SMA를 마칠 수 있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방위비 재협상을 위해 앞서 1기 행정부 때처럼 주한미군 철수·감축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방위비 협상 타결이 지연됐을 당시 트럼프 당선인이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수시로 언급했다는 이야기는 당시 참모들의 폭로로 여러 차례 알려진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4월 한국을 '부자 나라'라고 부른 뒤 "왜 우리가 다른 사람을 방어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 등을 대폭 인상하지 않을 경우 현재 2만8500명 규모의 주한미군을 철수·감축하는 방안도 협상 카드로 던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읽힌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1기 집권 당시인 2020년 9월 자신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를 거부한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와 충돌하며 독일 주둔 미군 병력의 3분의 1을 철수시킨 바 있다. 당시 트럼프는 미군 철수 이유에 대해 "독일이 국내총생산(GDP)의 2%를 분담금으로 지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다른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미국의 한국 전문가들 역시 트럼프 당선인이 내년 1월 취임하면 한국과 조율 없이 북한과 직접 협상하고 주한미군 주둔 비용 인상을 요구하면서 한미관계에 긴장이 생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동아시아정책연구센터 한국석좌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 주한미군 배치에 대한 비용을 더 청구하겠다고 반복해서 말했는데, 이게 한국과 마찰을 일으킬 수 있다"며 트럼프 하에서 한미관계는 평탄하지 않고 예측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위해 '돌출 행동'을 할 가능성이 곳곳에서 제기되면서 한국도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한국에 방위비 부담 증가 등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취지의 질문에 "한참 전부터 여기(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에 대한 발생할 수 있는 이슈 대응논리를 준비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SMA와 관련해 "(미국 측의) 재협상 요구가 설사 있다 하더라도 마무리 지은 협상 결과를 토대로 논의를 하는 것이 우리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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