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 부회장, LG 오너 일가와 다른 행보 ‘눈길’
재계 일각 ‘구 부회장 LG서 기피하는 전경련 활동,
구 회장에 대한 서운한 감정 표현…독자노선 구축
LG “부정적 얘기 만들어내는 것, 전경련 활동 큰 의미 없어”
LG상사 구본준 부회장의 분주한 독자행보가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구 부회장은 지난해 말 LG상사 사령탑에 오르고 지난달 30일 최대주주로 등극한 뒤 대내외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서울상의, 무역협회를 비롯해 전경련까지 각종 재계 단체 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며 중추적인 역할을 해오고 있는데 재계에선 이런 행보의 배경에 형인 LG그룹 구본무 회장과의 신경전이 자리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보이고 있다. LG는 98년 외환위기 때 LG반도체를 현대전자(현 하이닉스반도체)로 넘기는 빅딜 과정에서 생긴 앙금 때문에 전경련과 8년 째 등을 돌려왔다. 구본무 회장은 지금도 공공연하게 “거기(전경련)와 인연을 끊었다”고 서운한 감정을 표현하며 거리를 두고 있을 정도. 구 회장을 비롯해 LG오너 일가 역시 전경련과 소원한 관계이기 때문에 구 부회장만이 유독 전경련 활동에 참여하자 구 회장과의 갈등으로 인해 독자노선을 걷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구 회장이 지난해 연말 ‘성과위주’ 인사를 단행, LG필립스LCD를 맡고 있던 구 부회장을 교체하면서 이미 형제 간 ‘갈등설’이 조심스레 제기된 바 있다.
LG그룹은 지난 1994년부터 매년 한 차례씩 각 계열사 사장단과 해외법인 부사장급 이상 임원들이 참석하는 ‘글로벌CEO전략회의’를 개최해왔다. 올해 역시 회의가 열렸는데, 이 자리에 구 부회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전경련이 운영하는 한미재계회의 참석 차 미국 출장길에 오른 것이다. 한미재계회의가 양국 재계의 중요행사이고, 구 부회장의 경우 1월 초 새롭게 멤버로 뽑혔기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평소 전경련 활동에 나서지 않았던 구 부회장이 해외출장길에까지 동행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얘기가 나왔다.사실 매년 8월에 개최하던 글로벌CEO 전략회의를 올해 1월로 앞당긴 것은 연초부터 CEO들을 향해 ‘채찍’을 들기 위한 구 회장의 ‘특명’에서 비롯된 만큼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긴장된 회의였다. 구 회장은 당시 전략회의에서 “여전히 우리의 발걸음은 무거워 보인다. 현재와 같은 방식의 경영으로는 결코 차별화된 고객가치를 만들어낼 수 없다”고 경영진들을 질타한 바 있다. 구 부회장이 이처럼 중요한 자리에 불참하고 전경련이 주관하는 한미재계회의에 참석한 것을 두고, 재계 일각에서는 LG오너 일가가 지난 8년간 전경련을 기피하며 등을 돌려왔던 것에 비추어 봤을 때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 것이다.구 부회장 LG상사 자리 옮긴 뒤 왕성한 대외활동 왜?
권민경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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