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마지막 설, 정치권은 너도나도 '실업 걱정'
【매일일보닷컴】17대 마지막 설 연휴를 보내고 있는 현역 국회의원들과 보좌진들의 마음이 편치 않다. 총선에서 재선되지 못할 경우 이들 모두 고학력 실업자 신세로 전락하기 때문. 오는 4.9 총선 결과에 따라 4년 임기인 이들의 직장 폐쇄 여부가 결정되는 만큼 설 밥상에 오른 민의에 촉각을 기울이며 연휴 기간 동안에도 지역 주민들과 만나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불안은 지난 해 대선에서 승리한 한나라당보다 대통합민주신당에서 더 많이 나타나고 있다. 10%대의 낮은 당 지지율과 대선 참패에서 보여줬듯이 총선에서도 현 정권에서 대한 심판 성격이 강할 경우 기대 의석수가 현재 130석에서 절반 가량도 못 얻는다는 관측이 우세한만큼 대부분의 현역의원이 물갈이 대상이라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 신당 한 관계자는 "정책 보좌관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한나라당으로 옮기겠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정무 보좌관이나 당파성이 명확한 사람들은 옮길 수도 없다"며 "모두 한 가정의 가장이고 학부형인데 단 몇달만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여서 고민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당장은 선거가 남았기 때문에 불안해 하는 정도지만 우리당이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불안해 하는 사람이 많다"며 "고민의 중심은 모시고 있는 의원의 재선과 선거운동이지만 이것도 여의치 않아 약간 멍한 상태들"이라고 전했다. 불출마 의사를 밝힌 신당의 한 의원 보좌관은 "임기까지는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진로를) 좀 더 두고봐야 할 것 같다"며 "다른 의원실로 옮길 것도 고민하고 있지만 민감한 부분이기 때문에 속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신당 의원실에 있다가 같은 당 소속 의원실로 자리를 옮긴 한 보좌관은 "한나라당에는 그동안의 (정치) 성향이 달라서 옮기기가 쉽지 않고, 또 이쪽(신당)에 있어도 미래가 보장되지 않아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의원의 지역구가) 한나라당 색이 강해서 힘든면이 있다"면서 "현역의원이라 인지도는 높지만 지자체장들이 워낙 한나라당 소속이 많아서 (당선 가능성이) 힘든 측면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한나라당 소속 의원실로 자리를 옮긴 한 보좌관은 "당장 먹고 사는 것이 문제인데 침몰하는 배에 더이상 탑승할 수가 없었다"며 "신당 소속 보좌관들도 마찬가지 생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당 소속 의원실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으로 옮기는 것 자체가 정치를 잘못 배운 것"이라며 "정치를 길게 볼 생각을 해야지 당장 이익을 쫓는 것은 안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나라당의 경우 예선이 본선보다 더 치열한 만큼 공천 심사에 촉각을 기울이는 한편, 현재 할 수 있는 지역구를 다지는 일에 전력을 집중하고 있다. 한나라당 소속 한 보좌관은 "현재 할 수 있는 일은 의원과 함께 지역 주민들을 만나 한 표라도 더 호소하는 것"이라며 "이쪽에서 당선자가 많으면 그나마 옮길 수 있는 파이가 커지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