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오나나 댄스와 브라질 국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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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오나나 댄스와 브라질 국채
  • 최근민 인모스트투자자문 대표
  • 승인 2019.03.27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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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민 인모스트투자자문 대표.

[최근민 인모스트투자자문 대표] 얼마 전 딸이 오나나댄스를 아는지 물어봤다. 마침 인터넷 어디선가에서 유행하는 춤 이야기를 들어 흉내는 못 냈지만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딸은 ‘아빠는 인싸구나? 엄마는 아싸인데!!’란다. 아직도 필자는 ‘인싸’, ‘미먼’ 같은 단어들은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 불편한 게 사실이다. 

사람들은 유행에 민감하다. 춤, 패션, 화장, 문화를 넘어서 최근엔 말하는 단어 하나에서도 유행을 느끼게 된다. 특별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더 민감하게 받아드린다. 이런 현상은 여러 이유들이 작용했겠지만 유행을 따라가지 못하면 불편하고 불안하다고 느끼는 심리적인 요인에서 기인한다. 

투자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있다. 최근 한 분이 몇 년 전 브라질 국채에 투자했는데 헤알화가치가 떨어져 걱정이라는 말과 함께 자문을 구했다. 투자한 상품에 대해 얼마나 자세히 알고 투자했는지를 물어보니 잘 아는 친구가 괜찮다고 해서 시작했고, 앞으로 브라질 경제가 좋아지는 호재가 많다는 설명을 들었단다. 자기 말고도 여러명이 함께 했다고 답했다. 물론 투자한 금액도 적지 않다.

몇 해 전 우리나라 증권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브라질 국채를 취급했다. 거리상으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 나라, 따봉과 쌈바, 아마존강과 밀림이 있는 나라, 룰라 대통령을 알고 있다면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게 되는 그 나라, 바로 그 먼 나라가 발행한 채권을 지구 반대편 국가에 살고 있는 김씨, 박씨네들 이 산 것이다. 무슨 이유로 투자 했을까. 한 두 곳, 한 두 명도 아니고 유행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수요가 있었을까.

브라질 국채는 매월 이자가 지급되는 인컴형이 대부분이다. 시기적으로는 올림픽과 월드컵이라는 국제적 행사가 있었고, 이를 위해 막대한 인프라가 필요할 것이라는 설명이 투자자를 설득하는 좋은 빌미로 제공됐다. 브라질을 가본 사람보다 브라질 국채에 투자한 사람이 더 많을 정도로 유행을 탔던 계기가 됐다. 여기에 횡보를 거듭했던 주식시장, 낮아진 금리까지 더해져 투자처에 목말라했던 목돈 투자자의 대안이 됐던 환경도 한 몫했다.

브라질 국채 투자가 좋고 나쁨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투자포트폴리오에 일정 부분 담아도 좋은 투자라고도 보여진다. 이런 투자 결정을 하게 된 상황이 적절치 못하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투자 대상과 그 환경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이 내가 아는 사람이 추천해서, 제시된 기대수익이 좋다는 이유로 유행처럼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적절한 투자결정의 과정이 아니다.

이와 상반되는 일화를 일본 투자자 설명회를 다녀온 국내 증권사 대표의 기고문을 통해 접했다. 시골 마을 몇명 되지 않는 노년의 투자자를 위해 성의 있게 준비한 증권사 지점의 설명회에, 시간을 엄수하고 경청하는 투자자와 설명회를 마치고 꼼꼼하고 날카롭게 투자대상에 대한 질문과 해당 국가의 상황을 체크하는 모습에 감동했다는 내용이었다. 투자를 하기 전 본인의 상황과 투자 대상에 대한 적절한 이해가 동반돼야 한다는 상식과 원칙이 판매자인 증권사와 투자자인 고객 모두에게 인식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는 말이 우리사회의 투자환경과 사뭇 달라 보인 계기가 됐다.

투자는 유행이 돼서는 안된다. 오나나 댄스를 추지 못하고 인싸가 되지 못해도 인생의 많은 부분이 달라지지 않지만, 유행처럼 가벼이 여기는 투자는 경우에 따라 삶의 방향을 바꿀 수 도 있는 중요한 의사결정이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투자라는 이름의 행동이 충분한 이해와 신중한 판단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지 다시한번 생각해 볼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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