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사이버 성폭력으로 거침없는 성적모독 발언
성폭력 대처위한 첫째계명 “중성적 아이디(ID)를 써라”
수사단서 될 수 있는 IP주소・게시물・쪽지 등 남겨놔야
[매일일보닷컴] 우리는 흔히들 인터넷을 ‘정보의 바다’라 부른다. 앉은 자리에서 과거부터 현재까지 축적돼 온 많은 양의 정보를 획득할 수 있고, 게시판 등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타인과 자유롭게 나눌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터넷은 순기능과 함께 성매매, 스토킹, 음란물 유포 등과 같은 역기능을 갖고 있어 ‘범죄의 바다’라는 꼬리표도 함께 달고 다닌다. 이러한 인터넷의 역기능은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경찰청 사이버범죄 통계에 따르면 명예훼손, 사이버성폭력, 스토킹 등과 같은 사이버 폭력 신고율은 2002년 4,726건에서 2006년 9,436건으로 두배 이상 증가했다. 사이버 폭력의 피해는 여성에게 더욱 크게 드러난다. 물론 사이버 폭력의 대상이 여성에게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피해자가 여성일 경우, 그 대가는 더욱 크다. 성적 사생활을 겨냥한 사이버 성폭력의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 A양는 채팅사이트에서 만난 한 남자에게 미니홈피 주소를 알려줬다. 이후 그 남자는 A양의 사진과 글에 “이 여자 걸레다” “무슨 여자 ㅇㅇ에서 냄새가 나냐”는 등의 악성댓글을 달았다. 여자로서 듣기 수치스러운 폭언 때문에 A양은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 어느 날 B양은 낯선 번호로부터 한통의 문자를 받았다. 문자를 보낸 주인공은 근처 고등학교의 모 남학생으로 한 채팅에서 B양을 만났다고 주장했다. B양은 자신을 사칭해 채팅을 한 익명인 때문에 B양의 학교 뿐 아니라 타 학교에까지 자신의 소문이 좋지 않게 났다며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 C양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알게 된 사람으로 “나가 죽어라” “왜 사냐” 등의 악의성 담긴 쪽지를 지속적으로 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사태는 심각해졌다. 그는 인터넷 게시판에 C양의 사진과 함께 “C양의 XX냄새 맡는 방법” “쫀득쫀득한 C양의 XX” 등의 글을 올렸다. 이 사건으로 평소 약간의 우울증을 갖고 있던 C양은 병원신세까지 지게 됐다.
위 사례는 최근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이하 정통위)가 발표한 2007 명예훼손분쟁조정부 상담 사례중 일부로 정통위에 따르면 2007년 한해 신청한 사이버 명예훼손・성폭력 등으로 인한 상담요청은 5,599건에 이른다.
이 중 비방, 폭로, 유언비어 유포 등 명예훼손으로 인한 상담이 3,780건으로 가장 많았고, 몰래카메라나 음란채팅, 쪽지 등과 같은 사이버 성폭력이 392건, 사이버 스토킹이 186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사이버 성폭력의 경우 매년 상담신청 변동 폭이 크긴 하지만 2001년 이후 평균적으로 10% 안팎을 기록하고 있으며, 스토킹은 2001년 22건에서 2006년 184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성적 명예훼손, 여성에겐 ‘치명타’
인터넷이 활성화됨에 따라 생활은 윤택해졌지만 여성들은 사이버 폭력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위의 사례처럼 여성이 겪는 피해사례는 성적 수치심을 유발시키는 명예훼손, 성폭력 사례가 많다. 물론 모든 사이버 폭력의 대상이 ‘여성’은 아니다.
인터넷의 특성인 시・공간적 무제한성, 고도의 신속성과 전파성 등으로 ‘검증되지 않은 소문’은 삽시간에 퍼져나간다. 그러나 근거 없는 소문의 파장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크게 작용 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정통위측은 “같은 명예훼손도 피해자가 여성일 경우 성적 모욕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사이버 공간에서의 명예훼손은 현실세계에서 발생되는 경우보다 훨씬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탓에 정통위는 ‘사이버 성폭력 대처를 위한 10계명’ 중 첫째 계명으로 ‘중성적인 아이디(ID)를 쓸 것’을 꼽고 있으며, 정보통신망법 제61조는 인터넷의 특성을 고려, 사이버 명예훼손을 일반 명예훼손 죄보다 더 큰 처벌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실여부보다 정신적 고통 더 심해
직접적인 신체적 접촉이 없이도 시각, 언어를 통해 피해자에게 성적인 모욕감이나 두려움, 위협감 등의 정서적 피해를 일으켰다면 사이버 성폭력에 해당한다. 카메라 폰이 대중적으로 보급됐다는 점도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누구나 영상물을 촬영・배포할 수 있어 P2P사이트에는 연인들의 실제 성관계 장면 등이 담긴 동영상이 유포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최근 들어 미니홈피나 메신저 등을 통해 개인정보를 얻기가 상대적으로 쉬워짐에 따라 ‘사이버 스토킹’에 대한 주의도 요망되고 있다.
사이버 스토킹은 헤어진 이성친구 등과 같이 안면이 있는 사람이 지나치게 집착함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정신적인 피해를 주는 △연인 집착형, 피해자와 연관된 미니홈피, 카페 등에 개인정보를 공개하거나 생활 침해의 개연성이 높은 정보를 연속해 반복적으로 게재하는 △인터넷 게시형, 메신저, 전화 등을 통해 사이버 성폭력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내포한 △지속적 연락형으로 나뉜다.
특히 상대 여성에 대한 악성 비방이나 사진·동영상을 인터넷에 유포하는 인터넷 게시형 스토킹이 잦다. 이 같은 명예훼손은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피해여성에게 정신적 충격을 끼친다. 심지어 강간을 당하고도 사진유포 협박으로 피해여성이 도움을 호소하지 못하는 상황까지도 벌어지게 된다.
이에 정통위측은 성적 모욕이나 협박이 담긴 글을 접했을 때, 가해자가 남긴 글을 증거자료로 남겨두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상대방의 IP주소, 메일, 게시물, 쪽지, 대화내용 등 수사의 단서가 될 수 있는 보관, 관할 경찰서나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 신고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명예훼손의 경우 특별법인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어 가중처벌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