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연구소, 내년 성장률 심지어 2%대까지 예상
스페셜리포트…한국경제 침몰중인가?....1
정부는 그간 남발했던 갖가지 경제정책으로도 내수경기가 미동을 않자, 드디어 각 부처가 추진중인 경기활성화 대책들을 집대성 재포장해 백화점 바겐세일용 비슷한 ‘한국형 뉴딜’이란 것을 내놨다. 그 골자는 민간이든, 공공이든 쓸수 있는 모든 돈(연기금등 대략 10조원 정도)을 끌어다 경기자극 효과가 가장 큰 SOC와 IT부문에 쏟아 붓겠다는 것이다. 또한 자금투하시기는 재정 조기집행의 ‘약발’이 떨어지는 내년(2005년) 하반기로 잡았다.
그간 한국경제가 아직은 튼튼하다고 굳건하게 버티던 정부도 이젠 어지간히 다급해진 모양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지난 13일 LA에서 “(한국경제가) 역사상 가장 재무구조가 좋고 가장 많은 이익을 올리고 지금도 호황을 누리고 있으며 투자여력도 많다”고 자신감을 피력한 것은 마치 97년말 IMF직전 듣던 ‘펀더멘털튼튼론’을 또 다시 듣는 것 같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평소 생소하기 짝이 없는 이유인 ‘성장하방위험 증대’를 이유로 “지금은 물가보다는 경기가 더 중요한 시기”라며 지난 8월에 이어 콜금리를 다시 0.25% 인하했다. 이에 대해 즉각 미 FRB가 기준금리를 연 2.00%로 0.25%포인트 인상한 것과는 정반대로 내외금리차 확대에 따라 자본의 해외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함께 터져 나왔다.
국책연구기관인 KDI는 “내수부진과 수출증가세의 점진적 둔화로 경기가 완만하게 더욱 하락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는 “경기 부진이란 종래의 진단보다 더 악화돼, 경기가 회복은 커녕, 아직 바닥을 친 상태도 아니고, 한없는 밑바닥을 향해 계속 침몰중”이라는 소리이다. 정부가 고집스럽게 5%대 성장 전망을 고수함과는 달리 민간연구소와 외국 기관들은 이미 한국 경제의 내년 성장률을 하향 조정했고, 심지어 2%대 성장을 예상하기까지 있다.
도대체 한국경제가 왜 이럴까? 한국경제 침몰의 근본원인을 도외시한 채 정부가 한국형 뉴딜정책의 겉치장을 아무리 잘 꾸민다 해도, 당시 미국경제의 활력소가 될 세계적 대소모전인 2차대전을 앞둔 상황을 꿰뚫어본 루즈벨트가 한국엔 없다는 점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해외투자자들 ‘옛 망령 재현 우려’
유동성 함정 빠질수도 있어
해외언론(블룸버그)이 “한국은 지난 외환 위기의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됐던‘자아도취(complacency)’에 다시 직면하고 있다”며, “지난 96년말 OECD 가입으로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으나 당시 호황이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으로 성급하게‘샴페인’을 터뜨렸으며, 이로 말미암아 결국 사상 최악의 경제 위기를 자초했음”을 한국인들은 결코 잊지 말라고 경고한 바 있다. 과거에 대한 건망증이 극심한 한국인들이 “외환 위기를 성공적으로 탈출하면서 세계 최고수준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경제 강국으로 재부상했으나, 이제 (해외)투자자들은 ‘자아도
취’의 옛망령이 한국에 재현되지 않을까”를 우려한 것이 엊그제 같다.
해외 경제전문기관에서 한국의 백만장자(2000년기준 100만달러/12억원의 현금자산 보유자)를 추산한 바에 의하면, 보스턴컨설팅그룹(5만2천명/165조원소유), 메릴린치(8만6천명/270조원)이다. 최근 보스턴콘설팅은 “금융자산이 25만달러(한화 약3억원) 이상인 한국의 부자는 지난해 50만명으로 이들의 자산 총액은 4760억달러(한화 562조원)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수정했다
1998년이후의 은행수신동향(韓銀)에 따르면, 5억원초과 저축성 거액예금은 IMF가 들이닥친 1998년(2만7800좌/49조2410억원)이후 6년만인 2003년(6만6500좌/168조 9880억원)에, 1998년보다 계좌로는 249%(3만8700계좌), 금액으로는 343%(119조7470억원) 늘었다. 이러한 추정하에, 97년말 IMF이후, 개인 금융자산중 은행수신 예금 보유계좌(172,721천좌, 금융소득발생 저축성향예금 1인1계좌 추정)와 금액(총724조4240억원/2003년말)을 근거로, 경제활동인구(2292만명)만이 경제에 유효한 소득을 예금하고 있다는 전제아래, 비경제활동인구(1458만명)를 제외한 경제활동인구를 기준해 부의 분포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는 98년(2143만명)에서 2003년(2292만명)까지 1.07배(통계청), GDP는 1.49배(484조원/98년→721조원/2003년) 늘었다(한국은행). 그 동안 국민들의 은행예금액은 1.71배(424조원→724조원), 가계빚은 2.43배(184조원→448조원) 증가했지만, 개인 금융자산의 부채 대비 배율은 2.88배에서 2.06배로 줄었다.
한편 1천만원이하 예금자는 98년(1218만명/22조6950억원보유)에서 2003년(1176만명/30조3480억원), 1인 보아 98년(경제활동인구대비율56.87%/예금보유대비율 6.70%)에서 2003년(51.31%/7.27%)으로 됐다. 이들이 국민의 반이상인 계좌당 고작 258만원(2002년말 262만원)의 (편의상) ‘서민층’이다.
1천만원초과 5천만원이하는 98년 628만명(90조0270억원)에서 2003년 337만명(77조4810억원), 비율은 98년(인구대비29.31%/예금대비26.50%)에서 2003년(14.69%/18.57%)으로 대폭 줄었다. 이들이 계좌당 2300만원(2002년말 2336만원)인 ‘중산하층’이다.
5천만원초과 1억원이하는 98년 42만9천명(30조8840억원)에서 2003년 40만5800명(30조1900억원), 비율은 98년(인구대비2.00%/예금대비9.10%)에서 2003년(1.77%/7.23%)으로 줄었다. 이들이 계좌당 7440만원(2002년 7429만원)을 지닌 ‘중산상층’이다. 1억원초과 5억원이하는 98년 34만명(65조3770억원)에서 2003년 28만3600명(59조6250억원)이고, 비율은 98년(인구대비1.58%/예금대비19.30%)에서 2003년(1.24%/14.29%)으로 줄었다. 이들이 계좌당 2억1024만원(2002년 2억1247만원)을 지닌 ‘부유층’이다.
5억원초과는 98년 7만1천명(130조0970억원보유)에서 2003년 6만8800명(219조6820억원), 비율은 98년(인구대비0.33%/예금대비38.40%)에서 2003년(0.30%/52.64%)으로 됐다. 이들이 계좌당 31억9305만원(2002년 29억9342만원)을 지닌, 경제적으로 최상류층인 ‘부호층’이다.
반면, 98년 9.90%(212만1천명)에서 2003년 30.69%(703만3600명/신용불량372만0031명 포함)로 폭증한 사실상 깡통계좌의 경제활동인구가 명실상부한 ‘빈곤층’이다.
빈곤층(212만명→703만명)은 491만명(20.79%) 폭증, 서민층(1219만명→1176만명)은 42만명(5.56%) 감소, 중산하층(628만명→337만명))은 291만명(14.62%) 대폭 감소, 중산상층이상(84만명→76만명)도 8만명 줄었다. 무일푼 빈곤층을 제외한 예금보유액은, 서민층 98년(22조6950억원)에서 2003년(30조3480억원)으로 7조6530억원 증가, 중산하층 12조5460억원(90조0270억원→77조4810억원) 감소, 중산상층이상은 83조1390억원(226조3580억원→309조4970억원) 폭증했다.
상류층(소득중간값의 150%이상), 중간층(70~150%), 중하층(50~70%), 빈곤층(50%이하)으로 분류되는 OECD기준 중간값이 3160만원(724조원/경제활동인구 2292만명)이라면, 서민층이하 1880만명(82.00%)은 빈곤층의 한계(50%)인 1580만원의 반도 못되는 28%수준(448만원)으로 ‘OECD적 빈곤층’, 중산하층 337만명(14.69%)은 ‘OECD적 중간층’, 중산상층이상 76만명만(3.31%)이 ‘OECD적 상류층’이다. 이는 IMF이후 몇 해 사이 한국사회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극도로 심화돼간 결과, 중산층(291만명)이 급격히 해체되어 빈곤층으로 전락했음을 뜻한다. 더구나 빈부격차가 얼마나 심한지 중하층이 존재치 않고, 곧장 빈곤층으로 떨어진다.
경제적 빈부계층 구조로 본다면, 대한민국은 1789년 프랑스대혁명의 빌미가 된 구제도(Ancien Regime)하의 프랑스 계급사회를 능가하는 불균형 상태이다. 당시 프랑스 인구(2300만)중 제1신분(승려) 0.5%(12만), 제2신분(귀족) 1.7%(40만), 2.2%를 제외한 97.8%(2248만)가 제3신분이었고, 신분이 낮을수록 가난했다. 물질적 부족함이 없는 부호층(0.30%)과 부유층(1.24%)의 1.54% 국민이 현재 한국 국부(國富)의 66.93%를 독차지하고 있다면, 우리 경제는 200여년전 프랑스 Ancien Regime보다 더 심각한 불균형인 셈이고, 그 당연한 결과로 현재 한국경제의 ‘구조적 경기침하의 장기불황국면’은 필연적 귀결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부의 분포는 자금순환표상 개인부문 전체 금융자산(995조원/2003년)의 73%에 해당하는 은행수신 예금자산(724조원)에서 추출된 것이므로, 이 비율을 금융자산 전체에 유추적용해도 무방할 것이다. 결국 부호층(524조원), 부유층(142조원), 중산상층(72조원), 중산하층(185조원), 서민층(72조원)이 금융자산을 나눠가져, 국부의 93%(923조원)가 중산층이상(18%)에 쏠려 있고, 그중에서도 상위 3.31%(75만8200명)가 74%(738조원)의 금융자산을 독차지하고 있다. 반면 금융부채(448조원)의 100%는 서민층이하(82%)에게 몰려 있는 걸로 추정된다.
재작년 韓銀이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51%인 750만 가구가 평균 5천만원의 가계빚이 있다고 밝혔고, 1130만명이 1인당 3940만원의 개인대출을 쓰고 있다고 금감원이 언명했듯, 중산상층이상 상위 3%의 부자(76만명)는 빚을 쓸 필요가 없고, 중산하층도 신규주택 구입등외에는 특별히 빚을 쓸 일이 없다. 이들 외에 극빈층(331만명)은 빚얻을 담보가 없는 계층이고, 신용불량자(372만명)는 더 이상 빚을 낼 여력이 없는 경제적 불구자들이다.
韓銀, 국내 전체가구 51%가 가계빚에 허덕
재벌그룹 27조여원 보유 투자할 곳 못찾아
그렇다면 가계대출 대상은 서민이고, 경제활동인구의 51%인 서민층(1176만명)중 1130만명이 예금자산(260만원)에 비해 15배의 개인빚(3940만원)으로 분수이상 과다한 ‘부채비만증’에 걸려 있다. 결국 금리를 아무리 내린다 한들, 중산하층(337만명) 15%외에 가계빚은 이미 포화상태이고, 금리인하로 미국처럼 내수소비가 증가할 턱이 없다. 서민층이하(82%)는 더 이상 빚을 얻어 쓸 여력이 없고, 중산상층이상(3%)은 빚얻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바로 여기에서 한국경제의 장기불황을 예고하는 ‘구조적 경기침하’가 일어난다.
설사 금리를 0%로 내린다 해도, 중산층이상(18%)은 부동자금(417조원추정)을 굴릴 데도 마땅찮은 마당에 은행 등에서 ‘더 이상 돈 빌릴 필요(必要)’가 없고, 서민층이하(82%)는 가계부채(448조원)에 짓눌려 ‘더 이상 돈 빌릴 여유(餘裕)’가 없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말이 맞다면, 중산층이상(18%)이 主인 개인의 부동자금(354조4천억원)은 정부의 통화정책을 완전히 무력화해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에 빠뜨릴 만큼 심각하며, 재벌그룹들도 27조1066억원의 현금을 쌓아놓고도 투자할 엄두를 못내고 있다.
지난해 7월 10일 韓銀이 콜금리를 4%에서 3.75%로 내려, 작년에만 0.5%를 내렸고, 올들어 8월 0.25%, 그리고 최근 11월에 다시 0.25%를 내려 현재 3.25%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계속적인 콜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시설투자는 여전히 살아나지 않고, 경기는 더욱 가라앉았다. 기업 보유 거액 단기부동자금(123조4천억원)이 대변하듯 기업들은 돈이 없어 투자를 안하는 것이 아니다. 여유자금이 남아돌아도, 현 경제상황에서 최소한 금리보다 높은 영리를 이룰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투자를 기피하고 있다. 이처럼 서민에겐 소비할 돈이 없고, 기업에게도 투자의욕이 안생긴다면, 정부가 위기의 본질과 상관없이 백화점식으로 나열하는 어떤 미봉책을 아무리 내놔도 경기는 미동도 않을게다.
현재 단군역사이래 초저금리로 이미 유동성 함정에 빠진 통화 금융정책으로 말미암아, 단순한 내수소비 위축을 넘어선 최악의 불황은 이미 시작됐고,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서민층이하(82%)의 금융자산은 53조원에 불과하고, 가계빚(448조원)에 비해 395조원 모자란다. 가계빚의 56%가 주택구입용도라는 한은 말대로 251조원은 부동산에 잠겼고, 서민 예금자산(53조원)의 실질도 가계빚의 일부이며, 나머지(144조원)는 마치 백만장자처럼 이미 2001년부터 과소비해 전액을 탕진했고 빚의 원금(448조원)만 고스란히 남아 있다는 결론이다. 올 상반기동안 가계빚은 10조원 가량 늘어 458조원이 되었다.
그러나 이 또한 적절치 않다. 중산상층이상(3%)의 재산소득이 포함된 전체 가처분소득보다는, 중산하층이하(97%)의 주소득원인 요소국민소득중 피용자보수(318조원/2003년)로 계산해야 정확하다. 1인당 2~4천만원의 예금을 지닌 중산하층은 월급장이들중 고액연봉 근로자들로서, 서민층으로 추락할 우려가 매우 크다.
가계대출받아 부동산을 사거나 주식투기에 매달리면 이들 또한 ‘빚의 덫’에 걸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중산하층의 실질은 ‘빚없는 서민층’일 따름이다.
‘버는 손의 크기는 달라도, 먹는 입의 양은 부자나 거지가 똑같다’는 속어도 있다. 우리 경제는 중산상층이상 부자(3%)들의 초호화판 과소비에 의존해 성장하는 게 아니라, (중산하층 포함) 서민층이하(97%)에 의한 적정수준의 내수소비에 의존해 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