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오래끌지 않을 것"…정·관계인사 첩보 포착
불법 로비 드러날 경우 대생 인수 무효화 될 수 있어
한화측 "결사적 결백 주장할 듯"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 로비의혹의 실체는 과연 있는가.
대검 중수부(박상길 검사장)은 `한화채권'을 수수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관계 인사관련 첩보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연 회장 등 한화그룹 관계자 7∼8명을 출국금지 조치하며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검찰은 이미 서울 명동 사채업자들에 대한 잇따른 소환 조사와 계좌추적을 통해 `한화채권'의 유통과정 중 금품 로비와 관련된 중요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정부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서 한화컨소시엄이 대생의 인수사업자로 선정된 2002년 9월을 전후해 한화가 90억원어치의 채권을 사채시장에서 사들였고 이중 일부가 사채시장으로 되돌아온 것이 확인된 것이다.90억원대 채권 중 검찰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채권은 용처가 확인되지 않은 30억원이며 사채시장으로 되돌아온 채권은 문제의 30억원과 관련돼 있다.한화측은 문제의 채권 30억원 중 20여억원은 김승연 회장이 지인에게 빌려준 것이라고 주장해 왔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최근의 수사과정에서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검찰은 한화측을 상대로 채권의 `진짜' 용처를 집중 추궁하면서도 사채시장에서 현금화된 채권의 이동경로를 역추적, 한화채권의 최종 수수자를 밝히는 데 몰두하고 있다.검찰이 적어도 채권을 현금화한 쪽에 대한 구체적 단서를 가지고 있다면 수사는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채권을 받은 쪽과 현금화한 쪽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 수사의 성패를 예단할 수는 없다.다만 검찰 수사관계자가 "로비단서가 드러난 것 없다"고 강변하면서도 "오래끌지는 않겠다. 연내에 끝낼 수도 있다"고 언급한 점을 감안한다면 어느 정도의 `밑그림'이 그려져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을 낳게 한다.그렇다면 이번 로비의혹 사건과 관련된 검찰의 정.관계 인사 소환 조사가 이르면 주중 가시화되지 않을까 하는 예상도 가능해진다.검찰이 주목하고 있는 부분 중 하나는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이 2002년 9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른바 `국정원 도청자료'를 근거로 한화 측에서 대한생명 인수를 위해 당시 청와대와 여권 실세에게 로비를 시도하려 했다는 주장이다.물론 이러한 추론은 한화가 실제 대생 인수를 위한 로비를 벌였다는 점을 전제 한 것이다. 그러나 수사가 진척되면서 한화의 로비 의혹에 면죄부를 주는 쪽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무성한 소문에도 불구, 로비 자체가 실제로 없었기 때문일 수도 있고 검찰이 입증할 진술이나 증거를 끝내 찾아내지 못해서 그럴 수도 있다. 불법 로비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대생 인수가 무효화될 수 있어 그룹의 사활과도 직접 관련이 있는 이번 수사에서 한화측은 결사적으로 결백을 주장할 것이 틀림없다.경제에 부담을 주는 기업수사를 장기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속에 속전속결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이는 검찰의 다음 행보가 초미의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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