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마리 토끼 잡기 참 어렵죠잉
[매일일보 권희진 기자] 삼성카드가 속이 탄다. 최근 금융당국이 오는 8월 중순까지 삼성카드가 보유한 에버랜드 초과 지분에 대해 매각할 것을 명령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KCC에 지분 17%를 매각하며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평가를 받은 삼성카드는 이후 초과 지분 처리를 두고 적당한 매수자를 찾았지만 헛수고였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이 매각 시기를 못박아 버려 어떤 식으로든지 처분해야만 할 상황에 놓였다. 더욱이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들의 시선도 부담스럽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번 금융당국의 기간 연장을 두고서도 금산법을 위반한 삼성카드에게 기간을 연장시켜주는 것은 특혜라며 강력한 제재를 요구하고 있어 삼성카드를 더욱 옥죄이고 있다. 이에 <매일일보>이 삼성카드의 속 타는 사정을 들여다봤다.
금융당국, 3개월안에 삼성카드 보유한 에버랜드 3.64% 초과지분 매각명령
삼성 “에버랜드 자사주 매입할 예정”…일각 “헐값논란 소지있어 부담될 것”
금융당국이 삼성카드가 초과 보유한 삼성에버랜드 주식을 오는 8월16일까지 강제 처분하라고 명령했다.
삼성카드가 3개월 안에 주식 처분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관련법령에 따라 이행강제금을 부과키로 했다.
초과지분 매각명령, 삼성카드 ‘난감’
지난 16일 금융감독위원회(이하 금융위)는 정례회의에서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금산법)’에 따라 삼성카드가 보유한 에버랜드 주식(8.64%)이 주식소유한도(5% 미만)를 넘지 않도록 주식 처분 명령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금융위에 따르면 삼성카드는 지난 1998년도부터 1999년까지 2년에 걸쳐 비금융 계열사인 에버랜드 주식을 5%미만 한도를 초과해 지분율 25.64%를 취득했다. 금산법 제24조 제1항 2호에서는 금융 계열사의 비금융 계열 지배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삼성그룹 지배구조 상징인 순환출자 고리를 깨기 위해서는 삼성카드가 보유한 삼성에버랜드의 지분을 5% 미만으로 매각해야 금산법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에 삼성카드는 어떻게 하면 에버랜드 지분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지배구조를 공고히 하며, 비싸게 매각할 비책마련에 들어갔다. 삼성카드는 심사숙고 끝에 마침내 지난해 말 에버랜드 지분 17%를 KCC에 매각했다. 그런데 나머지 지분 3.64%에 대해서는 적당한 매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당시 KCC가 사들인 가격은 주당 182만원인데, 이를 기준으로 삼성카드가 보유한 에버랜드 초과지분을 환산하면 무려 1,650억원에 달한다. 장기화된 경기 불황 속에 이 정도 규모의 자금을 보유한 기업을 찾기란 쉽지 않다. 무엇보다 에버랜드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서 있는 지주격 회사이고, 이건희 회장 일가 및 삼성그룹 특수관계인 외에는 지분을 소유한 이가 없어 삼성은 그동안 에버랜드 주식을 외부에 유통되는 것을 꺼려해 왔다. KCC 지분 매각 당시에도 이건희 회장과 정상영 KCC회장간의 ‘특별 딜’ 얘기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공화국의 눈엣가시 경개연
삼성카드의 어깨를 짓누르는 것은 또 있다. 바로 경제개혁연대(이하 경개연) 등 시민단체.
사실 삼성카드의 금산법 위반 사실은 2004년 초 경개연이 ‘금융지주회사 삼성에버랜드’ 문제를 제기하면서 논의가 오가던 중에 드러났다.
삼성카드로서는 경개연이 눈엣 가시인 셈이다. 2004년 당시 삼성카드는 에버랜드 지분 25.6%를 보유하면서도 금융위의 승인을 받지 않았고, 금융위는 얼마 후 이러한 사실을 공식 확인하였음에도 금산법에 마땅한 제재 근거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매각 명령 등의 시정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단지 삼성카드가 스스로 초과 지분 해소 방안을 마련할 것을 통보했는데, 삼성카드는 이를 거부하고 의결권만 행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금융위의 제재 근거조항이 없다는 해명은 새빨간 거짓말로 드러났다. 앞서 2003년 금감위가 동부화재와 동부생명에 대해 계열사인 아남반도체 주식 9.68% 가운데 5%를 초과한 부분에 대해 ‘보험업법’에 근거해 매각명령을 내린 사실이 드러난 것. 이 역시 금산법 제24조 위반에 관한 것이었지만, 금감위는 동일한 법위반에 대해 다른 조치를 취해 논란이 일었다. 이러한 논란의 와중에 재정경제부(現 기획재정부)는 2004년 말 금산법 제24조를 위반할 경우 금감위가 매각명령과 같은 시정조치를 내릴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그런데 정작 금산법 개정의 단초가 된 삼성카드 사례와 같이 과거 정부의 승인을 받지 않고 지분을 초과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제재조항을 적용하지 않도록 규정했다. 이는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주식보유 자체를 합법화시켜주는 것이라는 비판에 직면했고, 재경부는 과거 법위반에 대해 제재하는 것은 소급입법으로 위헌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삼성, “에버랜드 자사주 매입 예정”
하지만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드러난 사실은 충격이었다. 금감원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초과보유 사실을 누락시켰던 것.삼성생명은 최소한 1987년부터 삼성전자 주식을 5% 이상 계속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금산법 발효시점인 1997년부터 계속 법위반 상태였는데, 금감원이 이에 대한 자료를 누락시킴으로써 삼성을 옹호하기 위한 고의적인 은폐라는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경개연이 이번 금융위의 삼성카드에 3개월 유예기간을 허용한 것을 두고 특혜라고 주장하는 것도 일련 과정을 볼 때 충분히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 경개연은 “현재 에버랜드가 5% 초과분을 자사주로 매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5년이라는 긴 유예기간을 감안하면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때문에 이는 준법의식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카드 관계자는 “회사가 보유한 에버랜드 주식 매각작업을 조속히 마무리함으로써 금융위원회가 지정한 기간 내에 에버랜드에 대한 지분율을 5% 미만으로 낮추도록 하겠다”며 “에버랜드에서는 이미 자사주 매입결의를 했기 때문에 저희들도 조만간 임시 이사회를 열어 당사가 보유한 잔여 물량에 대한 처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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