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성현 기자] 하병호 현대백화점 사장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풍선 효과’ 발언에 대해 작심한 듯 불만을 쏟아내자 공정위 관계자도 격앙된 모습까지 보이며 하 사장의 발언에 오류가 있다고 반박했다.백화점협회 회장 출신인 하 사장의 돌발 발언이 공정위 측의 심기를 건드린 모양새다.공정위 관계자는 23일 <매일일보>에 “영업이익률이 4.7% 라는 (하 사장의) 말은 잘못됐다. 백화점업계 영업이익률은 7~8%”라며 “일반 제조업의 영업이익률에 비하면 2배가 넘는다”고 꼬집었다.또한 영업이익 산정 방식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백화점업계는 입점업체가 고객에 판매한 물건의 가격을 매출액으로 잡고 영업이익률을 따진다. 입점업체가 판매가가 1000원인 옷을 팔면 이 가격을 백화점 매출로 올리는 식이다,하지만 공정위 측은 백화점의 매출은 판매수수료라고 꼬집었다. 백화점의 수익원은 입점업체에게 자리를 제공해주고 그 대가로 받은 수수료이므로 영업이익률을 따질 때 판매가를 기준으로 삼으면 안된다는 것이다.이 관계자는 “백화점이 물건을 사다가 직접 팔면 이해가 가지만 영업이익률을 이런 식으로 따지면 안된다”고 거듭 강조하며 “수수료로 영업이익률을 따지면 수치는 상당히 올라간다”며 하 사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공정위, 백화점들 '갑의 횡포' 극심
특히 공정위 측은 입점업체에 대한 백화점들의 횡포도 공개했다.공정위 관계자는 “백화점들은 임금도 주지 않으면서 입점업체에 판촉사원을 채용하라고 요구한다”며 “또 고용된 매장에 관련된 일만 해야 되지만 백화점 일까지 시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폭로했다.또 “심지어 추석 명절에 입점업체가 쉬려고 해도 장사를 해야 된다며 영업을 강행하고서는 인건비도 떠 넘긴다”고 질타했다.
이처럼 공정위 관계자가 발끈한 이유는 하 사장이 이날 충북 청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 발언 때문이다.하 사장은 “(공정위의 풍선효과 발언이) 억울하거나 야속하진 않다”면서도 “유통업계 어려운데 더 내놓으라니 힘들지”라고 말했다.업계 차원에서 협력사에 대한 마진을 인하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공정위가 지나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뜻으로 풀이된다.그는 또 “지난해 백화점 업계 평균 이익률이 4.7%가 나왔는데 이 정도는 돼야 재투자를 할 수 있다”며 “백화점 매출을 올리는 것이 서로에게 이익”이라고 지적했다.작심 발언은 이후로도 계속됐다. 수위도 앞선 발언보다 높아졌다.하 사장은 “많이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이익도 나지 않는데 더 내놓으라고 하니까 힘들다. 우리도 나름대로 굉장히 노력하고 있다. 영세한 협력사들을 대상으로 마진도 인하했다. 올해 공정위의 요구가 더 많아졌는데 지금으로선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고 언급, 판매수수료 인하 거부 의사를 표시했다.앞서 공정위는 20일 백화점·대형마트·TV홈쇼핑 등 3개 대형유통업체의 판매수수료가 지난 2010년에 비해 0.3~0.5%포인트 낮아졌지만 입점업체가 부담하는 비용은 증가하는 이른바 ‘풍선효과’를 보였다고 밝힌 바 있다.특히 공정위 측은 “이같은 추가부담은 대형유통업체들의 독과점이 심화되면서 계속 증가해온 현상이며 ‘풍선효과’에 대한 추가조사를 통해 종합적으로 파악·분석할 것”이라고 언급했다.실제 모 백화점의 경우 중소 입점업체에 30%가 넘는 살인적인 판매수수료를 물려왔던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게다가 명품업체에는 중소 입점업체와 비교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낮은 수수료를 매기는 ‘차별’도 자행해온 것으로 나타났다.여기에 판촉사원 인건비, 인테리어비, 판매촉진비용 등도 입점업체에 떠 넘겼다. 지난해 10월 공정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입점업체가 백화점에 내는 비용은 연평균 5억3000만원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