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무차별폭력 일파만파” 확산…사측 당황
공대위, 불법 폭력사건 대해 정몽구 회장 검찰 고발
윤성근 전 노조 위원장 등 심한 부상으로 응급후송
비정규노조 “전국순회투쟁단 환영 중 공장 경비대 기습폭행” 주장
“인간이길 포기했다. 현대차의 사주를 받은 경비대들은 벌건 대낮에 갑자기 짐승으로 돌변해 평화로이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가했다. 너무나 갑작스런 도발에 노동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했고 차가운 시멘트 바닥을 뒹굴 수밖에 없었다.” 어느 비정규직 노동자의 절규다.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 경비대가 평화적인 집회를 하던 노동자들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가해 부상자가 속출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현대차 윤성근 전 노조위원장이 현대차 경비대에 폭력을 당해 부상을 입고 울산대 병원으로 긴급 호송됐다.
지난 23일 ‘4월 총파업·비정규 투쟁 승리를 위한 전국순회투쟁단’과 연대집회를 하기 위해 정문으로 이동 중이던 현대차비정규직노조(위원장 직무대행 조가영)에 대해 현대차 경비대가 달려들어 윤성근 전 위원장과 비정규직노조 조합원들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현대차비정규노조에 따르면 “12시 40분경, 약 200명의 경비대가 기다리고 있던 대오에 갑자기 달려들어 무차별적 폭력을 가하기 시작했다.”며 “경비대는 무차별적으로 얼굴과 온몸을 가격하고 쓰러진 조합원에게 몰려가 짓밟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전 현대차노조 윤성근 위원장은 집중적인 폭력을 당해 얼굴과 온몸에 심각한 찰과상과 타박상을 입고 피를 흘리며 병원으로 실려갔고 비정규직노조원 3명도 심각한 부상으로 긴급후송 됐다.
폭력을 행사하던 경비대들은 상황이 정리될 무렵, 본관 정문 앞에 순회투쟁단이 도착해 버스에서 내리자 다시 달려들어 폭력을 가해 서울에서 울산까지 내려온 순회투쟁단 소속 3명의 노동자도 병원으로 후송됐다.
이후 경비대 폭력소식을 들은 정규직노조원들이 정문에 도착했고, 비정규직노조원들은 웃통을 벗고 정문 바리케이트 앞에서 경비대와 대치하기도 했다.
비정규직노조 관계자는 “이번 폭력사태는 정규직, 비정규직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짓밟겠다는 사측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며 “80년대에도 상상할 수 없었던 노조탄압이 2005년도에 벌어지고 있다”며 규탄했다.
또 관계자는 “시민사회단체의 수차례 고소, 고발에도 불구하고 경비대의 폭력은 지속적이고 조직적이어서 조직폭력배의 폭력과 다를 바가 없다”며 폭력문제의 심각성을 주장했고, “더 이상 사과, 치료비 보상, 재발방지약속차원이 소소한 문제가 아닌 최고책임자와 경비책임자의 엄중한 구속수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관계자는 “현재 대응방침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히며, “연대의 힘이 필요하기에 민주노총 차원의 집중적인 투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이번 사태와 관련 성명을 발표 “오늘의 폭력 사태는 우연히 일어난 것이 아니라 안기호 위원장 납치사건, 5공장에서 단식농성중이던 여성동지들을 폭행사건에서 드러난 것처럼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밝히고 폭력사태를 수수방관한 경찰을 규탄하기도 했다.
또한 민주노총은 “조직적인 폭력을 가하면서 노동조합을 파괴하려는 책동을 계속한다면 민주노총은 현대자본에 대한 강도 높은 타격투쟁을 전개할 것”을 밝혔다.
이에 따라 비정규 공동대책위원회 소속 18개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을 포함한 회사간부 5명에 대해 폭력 및 부당노동행위 등으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공동대책위는 고발에 앞서가진 기자회견에서 “1만여 명에 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불법적인 파견근로로 사용해 온 것에 대해 노동부가 시정 명령을 내리고 울산 동부경찰서에 고발조치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자동차 측이 문제의 시정은커녕 비정규직 조합원들에 대한 노조 탈퇴 강요 등 부당노동행위와 폭력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고발 신고를 받은 울산동부경찰서가 형식적인 조사로 일관하고 있어 부득이하게 검찰에 직접 고발하게 되었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들 공동대책위 관계자들은 고발장에서 ▲지난 13일 현대자동차 경비직원 100여 명이 안기호 비정규직 노조위원장의 집단 폭행 후 경찰에 인계(상해 전치 3주) ▲21일 단식농성을 시작하려는 여성 노동자 4명에 대한 경비대의 폭력 행사 등의 현대자동차 측의 폭력대응을 상세하게 지적했다.
이어 공대위는 “회사의 일사불란한 지휘체계 및 조직체계에 따라 관리자들과 경비들이 움직였다”며 “이와 같은 불법 폭력사건에 대해 정몽구 회장을 비롯한 회사간부들은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고발장에서 밝혔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분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예견돼 왔던 일이다.
지난 1월 22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노조사무실 화장실에서 발생한 사내 협력업체 D기업 근로자 최남선(29)씨의 분신은 최근의 비정규직 투쟁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당시 최씨의 분신에 대해 현대차 비정규직노조와 민주노총 등은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가져온 결과”라며 밝혔었다. 2003년 2월 현대차 사내 협력업체에 입사한 최씨는 지난해 8월 몸을 다쳐 산재 판정을 받고 이 회사의 비정규직노조에서 활동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노동부가 현대차 사내 협력업체에 대해 ‘불법파견’ 판정을 내린 것을 계기로 비정규직노조가 올 들어 일부 생산라인에서 조업을 거부하는 등 적극적인 투쟁에 나섰으나 동참 인원이 많지 않고 현대차노조로부터도 전폭적인 지원을 받지 못했었다.
이런 가운데 최씨의 분신은 전체 협력업체 근로자의 동참과 현대차노조의 지원, 원청사인 현대차와 사회적 관심 등을 촉구하려는 의도였던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에 대해 당시 현대차는 “어떤 이유로 분신했는지 알 수 없다”며 비정규직 투쟁과 직결시키는 것을 경계했었다.
그 이유인 즉 분신하면서 ‘비정규직 투쟁’을 외치지도 않았고 그런 내용의 유서도 없었으며, 산재요양 중에 있으면서 비정규직노조 활동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점 등으로 보아 개인적 사유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어쨌든 최씨의 분신을 비정규직 투쟁의 새 도화선으로 삼으려는 일부 노동단체와 이를경계하는 노동단체, 또 노동부 등 관계기관 사이에 미묘한 갈등과 긴장감이 흐르고있던 중 지난 2월 18일부터 현대자동차는 5공장 150여명이 옥쇄파업에 돌입한데 이어 전 공장의 하청노동자들이 잔업거부에 나서는 등 비정규직노조의 파업이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이헌구 민주노총 울산본부장은 “비정규직의 삶은 날이 갈수록 처참해지고 있다”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더 이상 분열되지 말고 함께 싸워야만 승리할 수 있다”고 노동자들의 단결을 호소했다.
한편 비정규직 권리보장을 위해 들어가는 민주노총의 경고성 파업을 앞두고 현대자동차 노조의 현장 노동조직인 한길투가 대자보를 통해 “4월 1일 총파업은 재고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길투는 대자보에서 “민주노총의 극심한 내부분열 속에서도 유일하게 통일된 입장은 4월 1일 총파업”이라며 “이는 한마디로 난파선을 이끌고 거친 풍랑을 돌진하자는 말과 같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이어 “지금까지 현대차 노조는 민주노총의 구심점이었지만 지금의 민주노총에 대한 현대차 노조 조합원의 신뢰는 땅바닥”이라며 “민주노총의 내부 분열청산과 소속 단위 노동조합의 자정운동이 전제되지 않는 한 총파업은 재고돼야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비정규직노동조합이 밝힌 부상자 명단이다.
■입원=▲ 윤성근, 송상현, 윤용진, 정주영, 윤순재 ■ 외래치료=▲ 최용국, 조병용 ■부상정도=▲ 윤성근(현대자동차 정규대차노조 전 위원장): 현재 머리 CT촬영 함. 2~3일 경과 후 허리, 등 CT 촬영(현재 허리, 등에 통증을 호소함. 전신타박상), 송상현(현대자동차 비정규직) : 좌측 다리 반 기브스 및 안면부 타박상, 윤용진(전국순회투쟁단) : 좌측 손가락 골절로 기브스 및 안면부 타박상(4주 진단), 정주영(현대자동차 비정규직) : 우측 다리 통 기브스, 윤순재(통신비정규노조 위원장) : 3월 24일 CT 촬영 후 결과 확인 가능(전신 타박상), 최용국(현대자동차 비정규직) : 안면부 타박상 입원치료 요함(의사소견은 입원을 요하나 현재 본인이 외래치료 요망), 조병용(현대자동차 비정규직) : 귀에 타박상 진료이후 이명 시 재진료를 요함.(의사소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