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아산은 금강산 관광 사업에만 매달릴 수는 없다"
"인수자금 대북사업권 팔아 마련 방안 있다"
인수주체 부상 `무게`.…인수자금 조달은 `글쎄`
2만원선을 전후로 횡보하던 현대건설 주가가 현대아산 김윤규 부회장의 인수 희망 발언으로 급등했다.
이에 따라 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이 현대그룹의 모태였던 현대건설 인수 희망을 피력한 이후 실제로 인수실현 가능성이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 부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사견임을 전제로 "현대건설을 인수해 현대아산과 합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면서 "인수자금은 1조5000억원에 이르는 대북사업권의 일부를 팔아 마련하는 방안이 있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이어 "현대아산은 금강산 관광 사업에만 매달릴 수는 없다"면서 "아산이라는 이름으로 아파트 사업에 진출해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혼이 담긴 최고의 아파트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또 올해 북한과 합영기업을 설립하는 등 금강산 사업을 대폭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 부회장은 "북한과 금강산 온정리에 합영기업을 설립하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했다"면서 "현재 보석가공 등 어떤 업종이 적합할지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도 새끼 제비처럼 어미 제비가 물어오는 먹이만 받아먹지 말고 자급능력을 키워야 할 필요가 있다"며 "합영기업을 통해 판매한 수익금을 반반씩 나누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부회장은 "5월달 금강산 일대에 골프텔을 착공하고, 상가 분양안을 구체화 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부회장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업계는 일단 실현 가능성을 떠나 개인적인 희망사항을 피력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현대건설 M&A(인수합병)과 관련해 기회있을 때마다 "고(故) 정몽헌 회장도 건설을 지키려고 무척 노력했었고 현재 계획이나 여력은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찾아오도록 하겠다"며 현대건설 경영권을 되찾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는 점에서 현대그룹의 강한 의지를 대변한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현대그룹의 모태라는 상징적 이미지나 직원정서, 그리고 시가총액, 자산규모 등의 모든 여건을 감안하면 여타 국내외 업체가 이같은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인수주체로 나서기가 힘든 상황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인수 의사를 피력한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아산이 주요 후보로 부상할 가능성에는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할 만한 자금조달능력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현대건설 지분은 지난해말 현재 보통주 기준으로 외환은행이 17.81%로 최대주주이고 산업은행(16.75%), 우리은행(14.61%), 국민은행(5.15%) 등이 보유하고 있다. 채권단이 총 지분중 54.33%를 갖고 있다.
현대건설은 현재 시가총액만 2조원이 넘어 이중 절반인 50%의 지분만 인수하더라도 1조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해지면 인수금액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김 부회장은 "인수 자금은 1조5000억원에 달하는 대북사업권의 일부를 매각해 마련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1조5000억원은 현대측이 북측에 건설한 기반시설과 북측에 지급한 관광대가까지 포함한 금액이다.
이같은 발언에 대해 과연 대북사업권 일부만의 매각이 가능한지, 매각이 가능하다면 인수희망자가 나올 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하지만 현대건설 인수자금 조달을 위해 범 현대그룹 계열사가 동원되거나 다른 제3자의 우호세력을 끌어들일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이와 관련, 현대증권 노조는 성명을 통해 "대북사업 일부를 매각해 현대건설을 인수한다는 것은 통일사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지지해준 국민을 배신하는 행위"라며 "향후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 현대증권이 출자를 결의한다면 이사 전면 퇴직 및 임시주총을 통한 해임 운동을 벌여나가겠다"며 계열사 출자에 반대의사를 밝혔다.
경영이 정상화된 현대건설을 옛 대주주인 현대그룹에게 다시 돌려 주는 것에 대한 도덕적 비난도 변수로 꼽힌다. 국민들의 혈세로 정상화된 기업을 과거 부실을 야기한 사주측에게 다시 넘겨준다는 것에 대해 국민적 비난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현대건설 직원들의 대부분도 현대가(家)에서 회사를 인수하길 바라는 것도 현대그룹 인수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아울러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가 본격적으로 추진될 경우 또다른 현대가인 정몽구 회장의 현대차그룹이나 한동안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정상영 회장의 KCC그룹측의 반응도 주목된다.
현대가의 장자인 정몽구 회장도 현대건설이 그룹의 모태라는 점에서 애착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한보철강 인수에 막대한 자금이 소요된데다 향후 고로사업 진출에 조단위의 투자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만약 현대건설 인수를 추진할 경우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데 부담이 큰 상황이다. 따라서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선 이같은 리스크를 부담하겠다는 정몽구 회장의 결단이 필요하다.
KCC그룹의 경우는 현대건설의 규모를 감안하면 선뜻 인수를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대건설은 올해 순이익 목표인 2877억원을 달성해 4년 연속 흑자기조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또 올해 매출 4조4088억원, 영업이익 3941억원, 신규수주 7조8002억원을 달성, 우량회사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건설은 최근 해외수주 호조와 높은 현금보유 잔고, 해외공사원가율 개선에 따른 대폭적인 영업실적 증가 등으로 우량회사로 거듭나고 있다"면서 "인수자금 조달 문제만 해결된다면 인수후 과거처럼 다른 계열사에 부담을 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