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행정관 성매매 수사 축소·은폐 의혹
민주 "언론인 구속하면서 성매매?…진상 밝히라"
[매일일보=최민수 기자] 현직 청와대 행정관이 모 케이블업체 임원으로부터 이른바 '술 접대'를 받은 뒤 2차까지 나가 '성매매'를 한 혐의로 경찰에 적발돼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해당 경찰이 관련 사실을 축소·은폐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불거지고 있다.
경찰은 특히 성매매 혐의는 고사하고 청와대 행정관이 업체 관계자로부터 직무 관련 대가성 로비 성격의 향응을 제공받았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애시당초 "수사할 뜻이 없다"고 밝혀, 경찰이 이명박 정부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31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25일 밤 10시40분께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 G모텔에서 술집 여종업원과 성매매를 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실 김모 행정관(43)은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 소속으로 청와대에 파견 중이었으며, 사건이 불거지자 방통위에 복귀한 뒤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술자리에 동석한 것으로 알려진 청와대 장모 전 행정관도 청와대에 사표를 제출해 수리됐다. 25일자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당초 김 전 행정관은 24일 밤 10시30분께 서울 마포구 서교동 'P안마시술소'에서 여종업원과 성매매를 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그러나 경찰은 30일 브리핑에서 "김 전 행전관이 24일 밤 안마시술소에서 성매매를 한 것이 아니라 이튿날 밤 마포의 한 모텔에서 술집 여종업원과 성매매를 한 혐의로 입건됐다"고 밝혔다. 경찰의 사건 수사 내용이 갑자기 180도 뒤바뀐 셈이다. 경찰은 또 사건 당시 김 전 행정관 외에 장 전 행정관도 케이블업체 관계자로부터 함께 술 접대를 받은 사실이 알려졌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도 소극적으로 일관하고 있다. 경찰 측이 "현재로서는 장 전 행정관에 대한 조사 계획은 없다"고 말했기 때문.경찰은 특히 케이블업체 관계자로부터 술 접대를 받은 부분에 대한 수사에도 한 발 물러선 모습을 보이고 있어 사건 축소·은폐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김 전 행정관은 청와대에서 IPTV사업과 관련해 정책업무를 담당하고 있었으며, 구 방송위원회 근무 시절에는 케이블TV 담당 과장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번에 김 전 행정관에게 술 접대 등 향응을 제공한 사람은 정부의 IPTV사업 진행과 관련해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케이블 TV업체의 관계자였다. 이에 대해 경찰은 "지금으로서는 성매매 혐의에 대한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며 "나머지에 대해선 현재로서 수사 계획이 없다"고 잘라 밝혔다.경찰은 "청와대 행정관이라 봐주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보호한다는 차원은 절대 아니"라며 즉답을 회피했다.김 전 행정관은 성매매 혐의에 대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청와대, 성매매 파문 곤혹…내부 기강잡기 총력 한편 최근 추부길 전 비서관 구속에 이어 행정관 성매매 파문으로 곤혹스런 입장에 놓인 청와대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공직기강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집권 2년차에 접어들면서 '컨트롤타워'로서의 청와대 역할이 강화되고 있는만큼 부정부패에 연루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측근들을 전진배치해 친정체제 구축을 공고히 한 터라 이에 편승, 이권에 개입하려는 세력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기강잡기에 일조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7일 확대비서관회의에서 "청와대 근무자는 다른 부처의 모범이 돼야 한다"며 "윤리·도덕적인 측면에서도 한 점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동기 민정수석도 이 자리에서 "집권 2년차에 나타날 수 있는 기강해이를 막기 위해 청와대 직원들의 근무윤리 기준을 강화하고 일정기간 내부 윤리감찰도 병행하겠다"고 보고했다.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된데 이어 곧이어 터진 '행정관 성매매' 파문은 청와대를 현재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이와 관련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가 악법 통과를 위해 언론인들을 무참히 구속하는 와중에 청와대 행정관이 접대를 받고 성매매를 했다"며, 청와대에 대해 조속히 진상을 국민 앞에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송두영 민주당 부대변인은 '성매매한 청와대 행정관이 방송업자를 만난 이유는?'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청와대 행정관이 최근 안마시술소에서 성매매를 한 혐의로 경찰에 적발됐다. 적발된 행정관은 사건 당일 밤 또 다른 청와대 행정관, 방통위원회 간부, 방송업계 관계자 등과 함께 술자리를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송 부대변인은 "이명박 정부는 지금 방송 장악을 목표로 MB 악법의 상징인 미디어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이를 반대하는 언론인들을 무참히 구속하고 있다. 또 방송업계는 사업권과 관련해 권력 실세들에게 줄을 대고 있다고 한다"며 "이런 와중에 방통위에서 파견된 청와대 행정관이 업자로부터 접대를 받고, 성매수를 했다니 참으로 어처구니 없다"고 질타했다.그는 "청와대는 행정관의 성매매 행위에 대한 규명 못지않게 청와대 행정관들과 업자와의 검은 거래에 대해서도 진상을 규명하고 실태를 국민에게 보고해야 한다"고 청와대의 조속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30일 청와대 방송통신 담당 행정관과 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직원의 접대 사건과 관련, "이명박 정부의 '묻지마' 방송통신 정책이 어떤 배경과 환경에서 태동했는지 그 일면을 보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이들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이번 사건을 "불법과 퇴폐, 부도덕성을 집대성한 사건"이고 규정하고 ▲방송의 공정성과 중립성 ▲공정경쟁 ▲민심 ▲도덕성 등에 대한 4대 불감증에서 자초된 것과 다름없다며 이같이 주장했다.이들은 KBS와 YTN에 대한 낙하산 사장 투입과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간섭을 방송의 공정성에 대한 불감증으로 지적하고 "맘에 들지 않는 방송사에 대해서는 부당한 심의와 제재를 통해 길들이기에 나서면서, 정작 정권 홍보와 대통령 홍보에는 열을 올리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들은 또 공정경쟁에 대한 불감증에 대해 "방통위는 방송통신시장의 공정경쟁 환경 조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책무가 있다"며 "방통위는 사안별로 특정 사업자의 이해를 일방적으로 옹호해주고 있다는 시장의 우려에 대해 외면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방송과 통신, 인터넷에 대한 광범위한 규제를 민심에 대한 불감증으로 지적하고 이번 사건에서 보여준 도덕성에 대한 불감증도 "국민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다"며 책임을 물었다.이들은 "정권의 불감증은 권력을 맹신하는 오만과 자만의 결과물"이라며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이명박 정권의 불감증이 아무도 고치지 못할 불치병인지, 스쳐가는 감기인지는 결국 대통령과 방통위원장의 책임 있는 진상규명 노력과 조치의 경중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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