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경제계, 민간 차원 협력 지속 논의…제3국 통한 양자협력 방안 나와
한일 정부 기조 냉랭 여전, 산업부는 일본 정부 전향적 입장 전환 촉구
[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발표한 지 3개월이 지난 가운데, 민관의 현저한 온도차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7월 4일 첫 수출규제 이후 3개월이 지났지만,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엄격한 규제는 현재도 변함이 없다. 특히 규제 이후 수출허가 건수는 매우 제한적으로 반도체용 불산액은 아직까지 한 건도 허가가 나지 않고 있다.
7월 4일 이후 지금까지 일본 정부가 수출 허가를 내준 것은 포토레지스트 3건, 에칭가스 1건, 불화폴리이미드 1건 등 총 5건에 불과하다.
한국 정부는 지난 9월 11일 일본 정부를 상대로 WTO 제소절차를 개시하는 등 양국 정부는 한 치도 물러섬 없이 냉랭한 기조를 이어가고 있어 향후 진행될 WTO 양자협의에서도 원만한 문제해결이 이뤄질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일본 정부의 기조와 달리 일본 경제계는 한국과의 통상갈등을 우려하며 교류를 지속하길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51회 한일경제인회의’에서 이 같은 모습이 역력히 나타났다.
일본 사사키 미키오 단장은 “지난해 일본에 방문한 한국인이 750만명에 이를 만큼 우호관계가 좋았는데,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안타깝다”고 전했다.
또 한국미쓰이물산 대표는 “내 희망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한일 관계 정상화”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민간 차원의 협력관계를 모색하기 위한 방안도 논의됐다. 무코야마 히데히코 일본종합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한국 경제에서 탈일본 분위기가 확산되는 것은 큰 문제” 대안으로 ‘제3국에서의 양국 간 협력’을 제안했다. 이에 베트남이 ‘제3국 협력’의 유력 후보지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한일 경제계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양국 정부의 입장이 좁혀지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일경제인회의 개회식 축사에 나선 주한 일본대사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은 한일 양국의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며 한국정부를 지적했다.
한국 정부는 1일 입장문 발표를 통해 “일본 정부의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엄격한 수출규제는 변함이 없다”며 WTO 양자협의를 앞두고 전향적인 입장 전환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