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비정규직 노동자가 올해 8월 기준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통계청 조사에 이례적으로 통계청장까지 나서 “올해 조사를 지난해와 동일한 잣대로 비교해서는 안 된다”고 해명하자 바른미래당 유승민 대표가 30일 “국민을 바보, 원숭이로 알고 국민을 상대로 정부가 사기를 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어제 통계청이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를 발표했다”며 “비정규직 근로자가 748만명을 넘어 1년전보다 13% 증가한 87만명이 늘어났고 정규직은 36만명 넘게 감소한 충격적인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런데 어제 통계청장과 기재부 1차관은 ‘작년과 단순 비교하면 안된다. ILO(국제노동기구)의 강화된 기준에 따라 고용예상기간을 묻는 질문이 추가되면서 비정규직이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즉 새로운 기준으로 조사했으니 지난해와 비교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통계청과 기재부의 이 말은 명백한 거짓말로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고 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근로형태별 부가조사는 2002년 노사정 합의로 2003년부터 17년째 거의 동일한 방식으로 해오던 조사다. ILO의 새로운 방식이 적용되는 조사는 3월, 6월, 9월, 12월에 실시하는 부가조사로 8월의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는 지적이다. 유 의원은 정치권 입문 전 KDI(한국개발연구원)의 연구위원으로 재직하는 등 ‘경제통’으로 평가받는다.
유 의원은 “이런 점을 ‘바보 같은 국민과 언론’은 알아채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3월, 6월에 ILO 기준으로 조사한 것이 8월 조사에도 영향을 비쳐서 비정규직 숫자가 급증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라며 “정말 국민을 바보로, 원숭이로 알고 조사모사로 국민을 상대로 정부가 사기를 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소득주도성장, 비정규직 제로 정책이 참담한 실패로 끝나자 통계청장과 기재부 1차관까지 나서서 정부 스스로 정부 자신이 만든 통계가 믿을 게 못 된다는 헛소리로 국민을 기만한 것”이라고 했다.
앞서 전날 통계청은 비정규직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지난 1년 사이 비정규직 근로자가 87만 명 늘어나 748만 명을 넘어서면서 비정규직 근로자가 전체 임금노동자의 36.4%를 차지했다. 이에 강신욱 통계청장은 브리핑에서 “예전 기준으로는 정규직에 포함됐던 35만~50만 명 정도가 조사 방식 결과로 이번에 비정규직에 새로 들어갔다”고 해명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도 “비정규직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이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는 등 근로 여건이 전반적으로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이날 청와대 황덕순 일자리 수석은 한 발 더 나아가 ‘새롭게 포착된 기간제 근로자 35만~50만 명을 제외하더라도 비정규직이 역대 최대로 증가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36만 명이 증가했다는 것을 인정해도 이 조사를 하고 나서부터의 비정규직 비율을 보면 중간 정도 수준”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