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사정당국 예의주시
[매일일보]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집단의 불공정거래를 집중 겨냥하고 있는 가운데 과거 '조사국'과 같은 대기업 전담조직의 신설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11일 정부 및 재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관행을 차단하기 위해 대기업 전담조직 필요성에 대한 내부 검토를 모두 끝마쳤다.
지난달 29일 김동수 위원장이 기자간담회에서 "대기업 집단 감시를 전담할 조직이 필요하다"고 발언한 데는 이 같은 배경이 깔려 있다.여기에 공정위가 대기업 총수의 친인척이 사주로 있는 '실질적 계열사'로까지 감시 영역을 확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계에는 미묘한 긴장감마저 감지되고 있다.이렇듯 대기업을 겨냥한 공정위의 칼날이 날카로워지면서 일각에서는 조사국 부활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지난 1992년 신설된 조사국은 당시 성행하던 대기업의 부당 내부거래 적발을 전담했다. 대기업 총수를 중심으로 한 거래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기업들에게는 큰 부담일 수 밖에 없었다. 따라서 당시 공정위는 대기업으로부터 조사국을 폐지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 공정위의 잦은 태클에 불만을 품은 대기업들이 공정위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승소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불공정거래 유형 중 기업간 담합(카르텔)이 늘면서 조사국은 2005년 '카르텔 조사국'으로 슬그머니 전환됐다.하지만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대한 부당 내부거래가 급증하자 공정위가 다시 칼날을 바짝 세우고 있는 모양새다.실제로 지난 2011년 공정위가 제재한 대기업 내부 부당거래는 1건(태광그룹 9개사의 계열사 부당지원 )이었으나 지난해에는 신세계그룹의 베이커리 계열사 부당지원 등 6건이나 적발됐다.공정위 관계자는 "최근 들어 다시 대기업 부당 내부거래를 면밀히 조사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명칭은 다르더라도 과거 조사국과 같은 역할의 조직이 필요하다"면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공정위 내부 조직개편에 대해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이에 인수위 측은 "아직 대기업 전담조직 신설 등 공정위에 대한 조직개편안을 논의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으나 '대기업의 불공정행위 차단'이 경제 민주화의 핵심인 만큼 정부 조직개편이 마무리되는 대로 논의에 착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인수위 관계자는 "아직 큰 틀의 조직개편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내부 조직개편을 다루기는 시기상조"라며 "다만 공정위가 거듭 대기업 전담조직의 필요성을 강조했기에 이에 대한 긍정적 검토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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