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소비·투자 트리플 감소...코로나19에 실물경제 타격
제조업 가동률 70%·재고율 118%...금융·외환위기 방불
[매일일보 박지민 기자] 코로나19가 한국을 덮친 첫 달인 2월부터 실물경제 쇼크가 심상치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생산이 9년 만에 최대 폭으로 감소했고, 소비 급감으로 인해 생산한 제품도 재고로 쌓여 재고율이 90년대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생산·소비·투자 트리플 감소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2월 산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산업생산지수(계절조정·농림어업을 제외한 전체 산업생산지수)는 전월 대비 3.5% 감소했다. 이는 구제역이 발병했던 2011년 2월(-3.7%) 이후 9년 만에 최대 감소 폭이다.
소비(소매판매)도 전월 대비 6.0% 감소해 역시 2011년 2월(-7.0%) 이후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온라인 쇼핑 등 무점포 소매판매가 8.4% 증가하기는 했지만 △면세점(-36.4%) △백화점(-21.3%) △대형마트(-4.5%) 등의 감소 폭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품목별로 보면 △신발·가방(-32.6%) △의복(-22.3%) △자동차(-22.3%)에서 크게 감소했다.
투자라고 예외는 아니어서 지난달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4.8% 감소했으며 자동차 등 운송장비 투자는 15.4% 하락했다. 또 건설기성(한 달 동안 시공한 공사 실적)도 3.4% 감소했다. 생산과 소비는 물론이고 투자까지 감소한 ‘트리플 감소’를 기록한 것이다.
▮광공업 생산 금융위기 이후 최대 폭 감소
소비·투자 감소와 생산 감소는 무관치 않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감염 예방으로 인한 소비 패턴 변화로 서비스업 생산과 소매 판매가 크게 감소했으며 부품 수급 애로 등으로 차 생산이 감소해 광공업 생산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서비스업 생산의 경우 전월 대비 3.5% 감소해 2000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특히 △여행업(-45.6%) △항공여객(-42.2%) △철도운송(-34.8%) △숙박(-32.6%) △음식점(-15.9%) 등 대면 접촉이 필요한 분야에서 타격이 컸다. 일부 금융·보험(2.1%)과 같은 분야에서만 소폭 증가했을 뿐이다.
광공업 생산은 전월 대비 3.8% 감소했는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덮친 2008년 12월(-10.5%) 이후 11년2개월 만 최대 폭이다. 특히 제조업 생산이 전월 대비 4.1% 감소했으며, 생산능력 대비 생산실적을 의미하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전월 대비 4.9%포인트 하락한 70.7%로, 2009년 3월(69.9%) 이후 10년11개월 만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 제조업 재고율(재고/출하비율)은 외환위기가 있었던 1998년 9월(122.9%) 이후 21년5개월 만에 가장 높은 118.0%를 기록했다.
▮3월 통계부터는 팬데믹 영향으로 더 암울
코로나19가 실물경제에 가한 충격은 현재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에서도 확인된다. 동행지수는 전월보다 0.7포인트 하락했다. 앞으로의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과 변화가 없는 보합세를 보였지만 코로나19 영향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결과다. 안 심의관은 “선행지수가 이번 달에 보합이긴 하지만 구성 지표들이 코로나19 같은 경기 외적 충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이번 달 변동치로는 경기를 전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월에는 중국과 한국만 코로나19 영향을 받는 상황에서 작성된 만큼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으로 인한 세계적인 확산 영향은 3~4월에 걸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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