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조준영 기자]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경영 전면에서 물러난 지 2년 만에 미래에셋대우로 '공식적으로' 돌아왔다. 계급장을 다시 달고 내우외환에 빠진 미래에셋그룹을 현장에서 추스르려는 걸로 보인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박현주 회장은 이달 13일 미래에셋대우 글로벌경영전략고문으로 신규 선임됐다. 임기는 오는 2022년 5월 12일까지 2년이다.
박현주 회장은 이미 2018년 5월부터 미래에셋대우 글로벌경영전략고문으로 일하는 걸로 알려져왔지만, 공시하는 임원 명단에서는 빠져 있었다. 즉, 지금까지 글로벌경영전략고문은 비공식적인 자리였다.
박현주 회장은 2016년 5월 미래에셋자산운용 상근회장직에서 물러났고, 2018년 5월에는 미래에셋대우 상근회장직도 놓았다. 국내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해외 사업 확장에 전념하려는 걸로 풀이됐었다.
◆공정위 제재 직전 돌아온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계열사를 상대로 박현주 회장 측에 부당이득을 제공했는지 여부를 조사해온 공정거래위원회는 27일 제재 수위를 정한다. 애초 공정위는 2019년 11월 미래에셋컨설팅(최대주주 박현주 회장)에 불법적으로 일감을 몰아주었다는 결론을 내렸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3월에는 제재 수위를 정하려고 했지만, 추가 심의를 위해 이달로 일정을 연기한 것이다.
미래에셋대우 인사는 이처럼 공정위 제재 직전에 이루어졌다. 최고위직 연임 문제를 논의하던 국내 일부 금융지주도 얼마 전 금융당국 징계에 앞서 임원 인사를 단행하기도 했다.
미래에셋대우 입장에서는 제재 수위가 시정명령 또는 과징금으로 정해져야 유리하다.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서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을 다시 추진할 수 있다.
공정위에 의한 검찰 고발은 가장 나쁜 시나리오다. 대법원 판결까지 새로운 초대형 IB 사업은 엄두를 내기 어려워진다. 박현주 회장이 법정에서 실형 선고를 받는다면 총수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
전망은 분분하다. 먼저 공정위가 본보기 차원에서 강도 높은 제재를 내릴 거라는 시각이 있다. 반면 부당이득 자체가 발생하지 않아 제재 수위가 낮을 걸로 보기도 한다. 미래에셋컨설팅은 부동산펀드로 조성한 호텔 또는 골프장 임대ㆍ관리로 수익을 얻는다. 하지만 이 회사는 2019년까지 12년 동안 누적 영업손실 133억원을 기록했다.
◆밖에서도 중국 안방보험과 소송전
미래에셋그룹은 해외 사업에서도 위기를 맞고 있다. 금융당국은 증권사 해외부동산 투자실태를 자체적으로 전수조사하라고 지시했다. 미래에셋그룹이 7조원대 해외 호텔 인수 문제로 중국 안방보험과 미국 법정에서 소송전을 일으킨 여파로 보인다.
안방보험은 얼마 전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상대로 애초 계약대로 미국 소재 15개 호텔을 인수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걸었다. 반대로 미래에셋그룹은 안방보험 측에서 호텔 소유권을 둘러싼 분쟁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기망행위를 했다고 반소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안방보험 측에 호텔 인수 계약금 7000억원(전체 매매대금 10%) 전액을 반환하라고 요구했다.
미래에셋그룹은 한동안 불확실성에 휘말려 있을 수밖에 없다. 미국 법원은 8월 하순 변론기일을 진행하고, 9월 초 1심 판결을 내릴 걸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미래에셋그룹 해외 부동산 투자를 깐깐하게 들여다볼 거라는 점도 부담을 줄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금융투자업계 최대로 일으킨 해외투자 수익성이 나빠질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