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주요국 보호무역주의 대세로 떠오를 듯
수출 규모 유지하면서 정부의 고용 진작 제도 손질 노력 동시에 진행돼야
[매일일보 조성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진정되면 전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대두되면서 고용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글로벌 질서에 대비해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달 29일 한은 조사국이 내놓은 ‘코로나19 이후 경제구조 변화와 우리 경제에의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나타날 주요 환경 변화로 ‘경제주체 행태변화’, ‘탈세계화’, ‘디지털 경제 가속화’, ‘보호무역 강화’ 등이 제시됐다.
코로나19로 인한 외부적 리스크를 확인한 각국 정부는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자국이익 우선과 사회안전망 강화를 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미국·일본·독일 등은 자국의 핵심·필수 산업이 자국 또는 자국과 인접한 곳에 공급망을 갖출 수 있도록 리쇼어링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미 미국은 주정부별 제조업 지원정책을 연방정부 차원으로 통합해 해외에서 돌아오는 기업에 대한 지원하기로 했다. 또한 인프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의료용품을 정부가 조달할 때 '자국산 우선 원칙'을 적용해 기업을 보호하겠다고 선언했다. 멕시코, 캐나다와 함께 협정을 발효하는 등 통상정책에서도 미국 중심의 역내 가치사슬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일본은 지난 4월 ‘해외 서플라이체인 개혁정책’을 통해 기업이 생산거점을 일본 내로 옮기면 최대 2/3의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독일 역시 의료와 에너지, 인프라 등 핵심산업의 자국 내 생산비중을 키우기위해 연방정부 차원의 태스크포스팀(TF)을 설치했다.
중국 이외의 지역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하기 위한 ‘차이나 플러스원’ 전략도 눈에 띈다. 특히 인도의 경우 ‘향후 GVC 중심이 되겠다’는 목표 하에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직접 나서 단계별 제조업 육성정책, 외국인투자 유치 정책을 공격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베트남 역시 저임금과 젊은 노동력, 외국기업에 우호적인 정책 등을 무기로 대체투자지로서의 이점을 부각하는 모습이다.
코로나19로 무역이 위축됐지만 자국 산업을 지켜야 하는 정부들은 반덤핑 등 수입규제와 비관세장벽 조치를 더욱 선호하고 있다. 의료용품을 중심으로 수출 규제까지 도입되면서 보호 무역주의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공급이 부족한 일부 의료용품의 경우 관세면제 조치가 시행되고 있지만 한시적일 것으로 보이고, 해당 분야에서 무분별한 외국인투자를 제한하는 움직임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보호무역주의가 결국 수출로 돌아가는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수출 중심 경제구조를 갖춘 우리나라로서는 수출길을 최대한 방어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수출 수준이 유지돼야 고용 유지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수출을 유지하면서도 고용에 있어서 정부가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특별고용지원업종 추가 지정, 고용유지 노력을 하는 대기업 법인세 이월결손금 공제한도 상향, 최저임금 동결, 노사 합의시 특별연장근로 자동 허용 등의 방안이 제도적 보완으로 제기되고 있다.
재계 한 전문가는 “코로나19로 전지구적 위기를 맞으면서 보호 무역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수출 판로를 확보하고, 정부의 제도 개선으로 고용 시장의 건전성을 유지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