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측 "24일까지는 버티실 듯"
[매일일보] 국내 첫 존엄사 시행 사례로 남을 김모 할머니(76)가 인공호흡기를 제거한지 11시간(23일 오후 9시 기준)여 가까이 자가호흡을 하며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김 할머니의 주치의 연세 세브란스 박무석 교수는 23일 오전 10시21분께 김 할머니의 호흡기를 제거하고, 3분 뒤 호흡기와 연결된 기계의 전원을 껐다.
인공 호흡기가 제거된 후 김 할머니는 눈을 뜨고 입술을 벌린 상태로 입술이 약간 움찔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10시38분께는 눈물 한 방울을 흘리기도 했다. 당초 병원 측은 인공호흡기 제거 후 짧게는 30분 길게는 2~3시간 이내에 김 할머니가 숨을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김 할머니는 호흡기 제거 후 7시간 가까이 자가호흡을 하고 있는 상태다. 주치의 박 교수는 "김 할머니의 호흡이 약한 상태이지만 자가호흡을 하고 있다"며 "자가호흡 환자의 경우 앞으로의 상태를 예측하기 어려워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또 김 할머니가 인공호흡기를 제거하기 전인 3시간 30분 전과 큰 차이 없는 맥박과 호흡수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연세 세브란스 박창일 의료원장은 "대법원 판결은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라는 판결이었지 다른 조치를 취하라는 판결이 아니었다"며 "생명이 남아 있는 한 영양 수액 공급 등 나머지 의료조치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할머니의 맏사위 심치성씨(49)는 "장모님의 호흡기를 제거하면 바로 소천하시겠다 생각했는데 산소포화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돌아가시라고 뽑은 게 아닌 만큼 몇 시간 며칠이 갈진 모르지만 장모님을 쭉 뵐 수 있으면 감사할 일"이라고 밝혔다.한편 김모 할머니(76)는 적어도 24일까지는 생존할 것으로 보인다. 김 할머니의 주치의인 세브란스 병원 박무석 교수는 23일 오후 7시35분께 병실을 찾아 "할머니가 폐렴이 없어 지금 잘 버티고 있다"며 "오늘은 넘기실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박 교수는 "(인공호흡기) 관을 꼽았다 빼면 환자들이 가래 제거를 못해 가래가 기도로 넘어가 영향을 미친다"며 "하루 정도 더 추이를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할머니의 상태는 현재 맥박 95, 산소포화도 97, 호흡수 23, 혈압 123~70 등으로 호흡기를 제거하기 전과 비슷한 상태를 보이고 있다. 박 교수는 그러나 "산소포화도가 90 이하로 내려가면 (임종이) 곧 올 것"이라면서도 "얼마나 버틸지는 예측이 어렵다"고 전했다. 김 할머니는 또 중환자실에서 호흡기 제거를 위해 1인실로 옮긴 후 12시간 가까이 무수면 상태로 지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교수는 "김 할머니가 원래 조금씩 주무시고 그랬는데 병실을 옮길 때부터 계속 깨 있다"며 "아마 환경이 바뀌어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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