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사태 당시 여권 '피해호소인' 표현 논란
재발방지 약속했지만 진정성 의문 "4차 가해"
[매일일보 조민교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2일 내년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공천하기로 확정하는 자리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문 피해 여성에 사과하고 성 비위 및 부정부패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당 윤리규범에서 여전히 '피해호소인'이란 표현을 사용 중인 것으로 확인돼 빈축을 샀다. 박 전 시장 사태 당시 여권 인사들은 '피해자'라는 표현 대신 '피해호소인'을 고수, 성추문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풍겨 논란을 불렀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원의 뜻이 모였다고 해서 서울·부산 시정의 공백을 초래하고 보궐선거를 치르게 한 저희 잘못이 면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서울·부산시민을 비롯해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사과를 드린다. 피해 여성에게도 거듭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또 "유권자의 선택권을 존중해 드리는 것이 공당의 책임 있는 자세라고 생각해 후보를 내려고 하는 것"이라며 "철저한 검증, 공정 경선 등으로 가장 도덕적이고 유능한 후보를 찾아 유권자 앞에 세울 것"이라고 했다.
특히 이 대표는 당내 윤리감찰단, 윤리신고센터, 젠더폭력 신고 상담센터 운영, 성인지 교육 강화 등을 약속하며 "그런 잘못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고 했다. 실제 이날 민주당은 당내 상설기구인 윤리감찰단(단장 최기상) 직속으로 윤리신고센터와 젠더폭력신고상담센터 운영을 시작했다. 윤리신고센터는 윤리감찰단 감찰 기준에 따라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와 주요 당직자의 부정부패, 젠더폭력 등과 관련 신고 접수 업무를 담당하고, 젠더폭력신고상담센터는 당원에 의한 성희롱, 성폭력에 대한 피해상담, 조사, 이행 상황 모니터링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민주당은 "피해자 보호와 2차 피해 방지를 우선순위로 두고, 당내 성차별 개선 및 성폭력 근절을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 윤리규범에는 박 전 시장 사태 당시 논란이 됐던 '피해호소인'이란 표현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야당의 빈축을 샀다. 이날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민주당은 후안무치의 극치를 공개 인증했다"며 "이번 절차에 맥락상 좀 빠진 것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 강령도 같이 고쳐야 하는데 고치지 않았다. 11항의 '성평등·사회적 약자·소수자'를 통째로 들어내야 했거나, 적어도 성과 관련된 범죄의 예방 및 근절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한다'는 조항을 삭제해야 했다"고 했다.
특히 배 대변인은 "윤리규범도 보조를 맞추어야 했다"며 "제14조(성희롱· 성폭력 등 금지)도 지워야 했다. 게다가 아직도 그 조항에 '피해호소인'이라는 표현이 있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고 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 출신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의 성폭력 의혹은 1차 가해다. 지지자들의 피해자들에 대한 공격은 2차 가해"라며 "민주당원 모두 나서서 당헌까지 뒤집으며 후보자를 내며 피해자에게 3차 가해를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제 유권자들이 이들 민주당 후보들에게 투표한다면 그것은 4차 가해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