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근로직‧노인일자리 등 확대에 고용 착시 발생
한경연 조사, 코로나19 여파로 ‘나홀로 사장’ 증가
[매일일보 신승엽 기자] 경제가 성장해도 고용은 늘지 않는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이 현실화하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는 수출 개선과 디지털·친환경 등의 첨단 업종 중심으로 양호한 성장세가 점쳐진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올해 경제 성장률은 지난해(-1%)보다 높은 3.1%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은 올 2분기부터 연간 8.2% 증가한 후, 내년에도 7.3%의 높은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유행기를 맞으면서 소비와 고용이 큰 폭으로 감소하며 내수를 중심으로 경기 부진 체감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비대면 경제 전환으로 대면 중심의 서비스업, 제조업 등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어 일자리가 급격히 줄었고. 일반 국민도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는 온기를 체감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 역시 수출 호황, 내수 위축이라는 K자형 양극화가 쉽게 개선되기 어려워 고용 한파가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용 한파는 2030세대와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발생하는 실정이다. 정부는 일자리가 늘었다는 내용을 전면에 내세우는 상황이다. 통계청이 지난달 25일 발표한 ‘2020년 3분기 임금 근로 일자리 동향’에 따르면 경제활동인구의 주역인 2030세대의 일자리가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연령별 세부 내역을 살펴보면 20대 이하 일자리가 8만6000개, 30대도 6만4000개 각각 줄었다. 특히 20대 이하 일자리는 3분기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반면 60대 이상은 34만7000개 늘어 전 연령대 중 증가폭이 가장 컸다.
산업별로 분류해도 공공행정 고용이 가장 큰 것으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는 △공공행정 17만7000개 △보건‧사회복지 16만2000개 등이 대표적이다. 이와 달리 일자리 비중이 가장 큰 제조업의 경우 8만7000개 감소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여파로 수요가 급감한 숙박 및 음식점업에서는 2만5000개의 일자리가 증발했다.
연간으로 봤을 때 자영업자의 감소세도 눈에 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경제활동인구는 2801만2000명으로 전년보다 17만4000명 감소했다. 15세 이상 인구가 28만1000명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침체로 비경제활동인구가 45만5000명이나 증가한 영향이다.
취업자 수는 2690만4000명으로 21만8000명 감소했다. 이 수치는 1998년(-127만6000명)에 이어 두 번째로 악화된 수치다. 실업자 수도 110만8000명으로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49만명, 1999년 137만4000명 다음으로 높다. 실업률은 4%로 2001년(4%)이후 1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자영업자를 보면 규모가 큰 자영업자는 줄고 ‘나홀로 사장’만 늘었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137만2000명으로 16만5000명(-10.8%) 감소해 1998년(-24만7000명)에 이은 두 번째 감소폭을 보였다. 반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9만명 증가했다. 임대료와 운영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자영업자들이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감원을 펼친 것으로 분석된다.
자영업자의 고용 위축은 폐업과 관련이 있는 상황이다. 자영업자가 폐업하면 일자리는 그대로 사라진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자영업 고용 축소는 지난해 늘어난 폐업과 직결된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의뢰로 한국기업데이터가 실시한 ‘2020년 상가업소 개·폐업 현황조사’ 결과 소진공이 정보를 보유한 400만여곳의 상가업소 가운데 41만3521곳이 지난해 폐업했다.
실제로는 폐업 수가 조사 수치보다 많을 것으로 보인다. 41만3512곳은 폐업이 의심되는 51만5528곳을 대상으로만 지난해 9~11월 현장조사를 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3차 대유행 시기(12월)의 수치는 제외된 셈이다. 구체적인 집계는 존재하지 않지만, 3차 대유행 시기에는 연말특수를 기대하며, 버틴 이들 마저 폐업기로에 내몰린 것으로 파악된다.
현장에서는 이러한 상황에 절망적이라는 입장이다. 소상공인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에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라며 “공공근로를 포함한 노인 일자리가 늘어난 것은 좋은 일이지만, 소상공인 위기에 초점을 맞춰 고용 지표를 살펴보면 절망적인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치권에서는 자영업 손실보상제를 논의한다고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없어 진전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국내 경제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비중은 타 국가들보다 높은 만큼 자영업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실질적인 고용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