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최은서 기자] 공공택지 입찰 방식이 추첨에서 경쟁으로 변경된다. 건설사가 계열사를 동원해 무더기 입찰에 나서는 ‘벌떼 입찰’을 막기 위해서다. 공공택지 공급 입찰 시 임대주택 건설 계획이나 이익공유 정도 등을 평가하게 된다. 대형건설사 대비 이같은 자격을 마련키 어려운 중소·중견건설사들은 입지가 좁아질 것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5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공공주택특별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공공택지공급 입찰 시 경쟁방식의 토지공급제도가 지난달 23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국토부는 상반기 중 토지공급 대상자 선정을 위한 공모방법, 절차, 매입기준 등을 마련하고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토지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택지 공급이 사회적 기여를 포함한 사업계획을 평가하는 경쟁방식으로 전환된다. 지난해 11월 발표한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 방안 중 ‘질 좋은 평생주택’과 ‘공공택지공급제도 개선 방안’의 일환이다.
그간 공공택지 입찰 과정에서 일부 건설사들은 추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수십여곳의 페이퍼컴퍼니를 동원해 입찰에 나서면서 청약 경쟁 과열 등의 부작용이 발생했다. 이에 계열사나 페이퍼컴퍼니를 동원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입찰에 나서는 업체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번 개정안으로 벌떼 입찰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나, 분양 수익성 악화와 대형건설사로 일감이 편중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민간분양용지에 건설되는 주택의 일부를 임대주택으로 건설하는 계획을 평가해 반영하게 되는데, 현행 공공택지 내 공공임대주택 의무비율이 35%에 달하는 상황이다. 임대 비율이 늘어날수록 사업 수익성이 떨어지게 된다는 점에서 재정여건이 상대적으로 좋은 대형사가 유리해질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또 공공개발사업 이익을 일반 국민이 공유할 수 있도록 공모 리츠 방식도 도입된다. 공모 리츠의 주식공모비율, 공모 배당률, 소액투자자 주식배정계획 등을 평가해 공공택지 공급 대상자를 선정하게 된다. 이 경우 역시 금융기관과의 협업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대형사들의 진입 문턱이 더 낮을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중견사들의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중견·중소 주택건설업체 단체인 대한주택건설협회의 관계자는 “실질적 주택사업자가 9000여개인데 현행 추첨제에서 공공택지 입찰자 1순위 요건을 충족해 참여할 수 있는 주택사업자도 전체의 2% 남짓에 그친다”며 “사실상 다른 조건들이 추가되는 규제로, 신규사업자나 중소업체는 진입장벽이 높아짐에 따라 요건을 갖춘 주택사업자만이 참여할 수 밖에 없는 그들만의 리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대주택 건설계획 등을 평가하는 방침과 관련해선 “공공에서 해야 하는 임대주택 건설을 민간에게 떠넘기는 것이란 지적도 있다”며 “임대주택을 보다 늘리게 되면 분양 수익성이 낮아지게 돼 결국 피해는 수요자들에게 전가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간 ‘벌떼 입찰’ 등이 문제시 되어 왔던 만큼 이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는 필요하다”며 “공공택지 공급방식이 경쟁제로 바뀌는데 따른 예상되는 문제점도 있는 만큼 이를 면밀히 사전검토해 세부 기준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