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최재원 기자] 정진석 추기경이 입원해있던 서울성모병원에서 지난 27일 선종했다. 향년 90세.
정 추기경은 1931년 서울 중구 수표동의 천주교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의 외할아버지는 명동성당 사목회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1950년 정 추기경은 서울대학교 화학공학과에 진학했다. 그러나 한국전쟁 발발로 전쟁의 참상을 겪은 뒤로 사제가 되기로 결심한다. 이후 1954년 서울 대신학교에 입학했으며 1961년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사제품을 받았다. 그가 사제품을 받은 뒤 축복을 받으러 온 첫 사람은 어머니 이복순 씨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 추기경은 서울대교구 약현성당에서 보좌신부로 사목활동을 시작했다. 이어 소신학교인 선신고 교사, 서울대교구 재판국 서기로 봉직했고, 1964년에는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총무 겸 ‘경향잡지’ 주필로 활동했다.
1965년부터 서울대교구장 비서 겸 상서국장을 지낸 정 추기경은 1968년 이탈리아 로마로 유학을 떠난다. 그는 1970년 교황청립 우르바노 대학에서 교회법 석사학위를 받았다. 만 39세인 1970년에는 청주교구장으로 임명되며 최연소 주교 서품을 받는다.
이후 정 추기경은 28년간 청주교구장으로 봉직했으며 교회법 번역위원회를 출범해 1989년 라틴어-한국어 대역판 교회법전을 출간했다. 그는 교회법 번역위원회를 통해 2002년까지 총 15권의 교회법 해설서를 편찬한다.
정 추기경은 1998년 대주교로 승품하며 서울대교구장 및 평양교구장 서리를 겸임했다. 당시 그는 청주교구 천주교회 유지재단 이사장, 청주가톨릭 학원 이사장을 지내기도 했다.
2006년 2월에는 교황 베네딕토 16세로부터 추기경으로 임명받았다. 고(故) 김수환 추기경에 이은 한국의 두 번째 추기경이었다. 당시 전 세계에서 정 추기경을 포함해 15명이 서임 예식에서 추기경 자리에 올랐다.
정 추기경은 2012년 서울대교구장 및 평양교구장 서리 자리에서 사임한 뒤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 성신교정 주교관에서 머물며 저술활동에 매진했다.
정 추기경은 매년 책을 내며 저서 51권, 역서 14권을 펴냈다. 지난해 7월에는 모교인 서울 중앙고에서 특별 전시관을 마련해 교회 관련 서적 등 총 99권을 전시하기도 했다.
지난 2월 21일 정 추기경은 노환에 의한 대동맥 출혈로 서울성모병원에 입원했으나 주변에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다며 수술과 연명치료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