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에 따라 바뀌는 정부 정책…중심 잃은 과기정통부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기업 피로도 증가…소통도 ‘오락가락’
28GHz 장비 공급사·사용사 모두 불만…실질 지원 절실
[매일일보 정두용 기자] “각 사별로 2021년까지 28GHz 5G 기지국 1만5000개씩 의무적으로 구축해야한다.”(2018년 28GHz 주파수 할당시 정부 입장)
“28GHz 대역은 전국민 서비스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 기업 간 거래(B2B)나 특정 서비스를 위해 하는 것으로 전환할 수 있다.”(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020년 10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 발언)
“28GHz 장비·단말 성능검증부터 망 구축 방안까지 폭넓게 논의하겠다.”(허성욱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이 2021년 3월 밝힌 ‘28GHz 5G 이동통신 구축 활성화 전담반’ 발족 취지)
“28GHz 5G 의무구축에 공동구축 포함 여부를 검토 중이다.”(최 장관이 2021년 4월 농어촌 5G 공동이용 계획 발표식에서 한 발언)
“28GHz 대역 5G 기지국 공동구축을 이행사항으로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 가능한 대안 중의 하나가 될 수 있다.”(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가 2021년 5월 인사청문회에 서면으로 답변한 내용)
정책이 춤을 춘다. 시장 상황은 이에 따라 급변하고 있다. 이동통신 3사와 삼성전자 등 유관 기업들은 피로감을 호소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차세대 5G’ 28GHz 통신 장비의 실효성을 두고 장비 공급사(삼성전자)와 사용사(이통3사) 사이에 입장차이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주파수는 공공재라 정부 정책에 따라 사업 변동이 심하다. 양측의 입장이 선명하게 갈리고 있음에도 통신 정책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는 때에 따라 입장을 계속해서 바꿔왔다. 시장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통3사는 2018년 28GHz 할당 당시 약속한 내용에 따라 연말까지 각 사별로 1만5000대의 기지국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해당 주파수의 할당이 취소될 수 있다. 양정숙 의원에 따르면 이통3사가 지난 3월말까지 구축 완료한 28GHz 기지국 수는 91개에 불과하다.
해당 정책에 따라 장비 개발을 진행해온 삼성전자는 ‘닭 쫓던 개’가 됐고, 이통3사는 시장 형성도 안 됐는데 정부가 투자를 종용하고 있다며 곤란함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전담반을 구축하고 실효성을 검증 중이다. 할당이 이뤄진 뒤 2년이 넘어서야 검증에 나선 셈이다.
이 검증도 일관적이지 않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장비 성능이 비교적 높게 측정돼 도입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나오다가, 돌연 이통3사의 공동구축 허용 검토로 인한 규제 완화 검토 입장이 공개되는 양상이다. B2B 위주로 망을 구축할 방침이지만 이 시장을 활성화할 정부 지원책도 전무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차라리 정부 지원책이 화끈하게 나오던지, 규제를 대폭 완화하든지 하나만 했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도 “현장에서 느끼는 정부의 지원책은 전무하다. 소통보단 실질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