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공장 셧다운…일주일 6000여대 감산
노조, 1천만원 성과급 요구…사측 수용 가능성 미지수
[매일일보 조성준 기자] 한국GM도 경영난과 노사 갈등이라는 점에서 르노삼성자동차와 비슷하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을 겪는 와중에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까지 겹치면서 회사의 앞날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2월 중순부터 부평2공장, 이달 초부터 창원공장을 50%만 가동하고 있다.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닷새 동안은 부평1공장과 부평2공장 생산을 전면 중단했다. 앞서 한국GM은 반도체 수급난으로 지난 2월 8일부터 트랙스와 말리부 등을 생산하는 부평2공장에 대한 50% 감산을 실시해왔다.
트레일블레이저 등 핵심 차종을 생산하는 부평1공장과 스파크를 만드는 창원공장은 정상적으로 가동해왔는데,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심각해지면서 결국 부평2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하게 됐다.
지난 3월 한 달 간 부평1공장, 부평2공장 합산 생산량이 2만3292대인 점을 감안하면 일주일간 6000여대 규모의 생산 차질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와중에 한국GM 노조는 사측에 월 기본급 9만9000원 정액 인상과 성과급·격려금 등 1000만원 이상 수준의 일시금(성과급) 지급, 부평 1·2공장과 경남 창원공장의 미래 발전 계획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국GM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노사 협상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수출 악화에 최근 전 세계적인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까지 겹쳐 어려움이 가중된 상황에서 사측이 노조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양측의 임단협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으면 이전처럼 극단적인 파업 정국으로 흐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GM의 노사갈등은 이미 극단으로 치달은 적이 있다. 지난 2018년 회사는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전북 군산공장을 폐쇄한 바 있다. 당시 1900명의 인력을 감축하는 등 사측은 자구책 마련에 안간힘을 썼지만 노조와의 충돌은 불가피했다. 결국 GM 본사가 한국 사업장 철수 가능성을 시사하는 극단 상황까지 가자 노조가 사측의 자구안을 수용하며 위기를 넘겼다.
업계에서는 이번 임단협에서 갈등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노조는 최근 회사 측이 경남 창원과 제주의 부품 센터와 사업소 폐쇄를 추진하는 데 대해 반발하며 단식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한국GM 노조는 지난해 임단협 과정에서 총 15일간 부분파업을 벌였고 2019년에는 사측과의 임금협상이 결렬되자 1개월 넘게 부분·전면 파업을 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한국GM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에 따른 공장 가동률 조절과 휴업으로 2만여 대가 넘는 감산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노사 협상이 장기화할 경우, 올해도 대규모 적자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