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조성준 기자] 한국과 미국이 최근 정상회담에서 미사일 사거리 제한을 둔 ‘미사일 지침’을 해제하면서 국내 방위산업체들의 역할이 기대된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미 미사일 지침이 42년만에 종료됐다고 밝혔다. 이번 종료로 한국은 미사일 사거리 800㎞ 제한과 탄두 무게 제한이 해제돼 장거리 미사일부터 우주 개발용 위성 및 로켓까지 제약 없이 운용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긴 셈이다. 또한 군사 목적 개발 기술과 비군사 목적(우주 발사체 등) 개발 기술을 서로 전용할 수 없는 조항도 해제돼 방산 분야의 일대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미사일 사거리 제한 해제에 따라 방산 분야에서 2000~3000㎞ 중거리 미사일과 5500㎞ 이상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이 가능해진다. 우리 군 미사일 사정거리가 북한은 물론 중국 베이징과 일본 도쿄까지 닿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인접 국가들의 반발로 장거리 미사일 개발이 곧바로 착수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다만 방산업체들도 미래 부가가치를 고려해 국방부 등 정부의 발주가 있을 경우를 대비해 기술을 개발해놓을 가능성은 있다. 군사용 및 비군사용 발사체 전용이 가능해지면서 보유 기술을 상황에 맞게 활용할 수 있으며, 장거리 미사일 기술을 통해 우주 개발용 기체 기술 접근도 용이해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방산업계는 미사일 지침 해제가 방산업계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선 수혜를 입을 분야는 탄두, 발사체, 추진체 등 미사일 관련 기업이다. 그 중에서도 이번 지침 종료가 가장 반가운 업체는 LIG넥스원과 한화그룹이다. LIG넥스원은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의 핵심전력으로 불리는 ‘천궁II’를 비롯해 대전차 미사일 ‘현궁’을 양산하고 있다. 한화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주)한화는 유도무기체계, 탄약체계 등 방산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그룹 내에서 항공우주·방위사업을 맡고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공·방위산업에 사용되는 엔진류 등을 제조·판매하고 있다. 이밖에 한화시스템은 군사용 레이더, 위성통신을 제작하고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당장 사거리 2000~3000km에 달하는 미사일을 만들지는 않겠지만 사거리 제한이 사라진만큼 새로운 무기체계에 대한 수요가 생기고 이에 따라 기술 개발과 방산 기업간 협력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