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천 목사 “우리는 심는 자의 역할, 거두는 자는 하나님이 택하실 것”
‘인류애 실천’ 비전 구체화, 사람 살리는 역사 속의 교회 될 것 강조
[매일일보 송상원 기자] 분당중앙교회(담임목사 최종천)가 교단도 하지 못하고 있는 대규모의 선교사 연금 정책을 단독으로 실행해 한국기독교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해 목회 비전으로 선포했던 총120억원 규모의 선교사 500명 연금 지원 사역을 오는 10일부터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분당중앙교회는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고 10일부터 교회 홈페이지를 통해 초교파적으로 지원자를 받기로 했음을 알리며 기본원칙과 모집 요강 등 중요사항을 구체적으로 발표했다.
주요 사항은 다음과 같다. 지원 대상은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만45세(1977년생) 이하의 장기 선교사로 정했다. 이는 연금을 납입한지 30년 후부터 수령할 수 있기에 너무 나이가 많은 사람은 현실적인 한계가 있어 만45세까지 신청을 받기로 했다.
총 모집인원 500명 중 분당중앙교회가 속한 예장합동 교단 소속 선교사 중에서 60%, 타 교단에서 40%를 선정한다. 분당중앙교회는 이들에게 매월 10만원 씩 20년 동안 연금을 납입해주고 10년 거치 후 연금을 수령할 수 있게 했다. 10년을 거치하는 이유는 복리 이자로 인해 실수령액이 상당히 높아지기 때문이다.
접수 기간은 2022년 1월 10일 오전 9시부터 2022년 2월 19일 오후 6시까지 40일간이다. 신청을 원하는 선교사는 분당중앙교회 홈페이지에서 후원선교사 신청서 및 필요서류를 내려받아 작성 후 제출하면 된다.
△분당중앙교회 후원선교사 신청서(홈페이지 다운로드) △이력서(홈페이지 다운로드) △자기소개서(홈페이지 다운로드) △소속 선교단체 증명서 및 주 파송교회 소속 증명서 각각 1부 △소속 지부 선임선교사 또는 동료 선교사 추천서 1부 △(국내) 지방세 세목별 과세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선교지 주거 형태를 증명할 수 있는 계약서 등이다.
서류접수는 분당중앙교회 홈페이지에서만 가능하며 문의 사항은 이메일로 질의하면 된다.
제출된 서류에 대해 교회 선교위원회가 확인하고 선정기준에 따라 500가정을 선발한 뒤 당회에서 명단을 최종 승인할 예정이다. 결과는 2022년 3월 분당중앙교회 홈페이지에 게재되며 신청서에 명기한 개별 이메일로도 통보한다.
분당중앙교회는 지원자들 중 교단 혹은 신뢰할 수 있는 선교단체의 확고한 보증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단순 서류로 선교사를 검증하는데 한계가 있기에 기본이 갖춰진 교단에서 신분을 보증해줄 수 있는 이들을 선정할 계획이다.
선정된 선교사는 지원 개시 후 은퇴하기까지 20년 이상 선교사역에 종사해야 하며 중도에 연금 계좌 임의 해지, 변경, 수령개시 신청, 양도 등 후원 취지의 실현을 저해하는 일체의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추가 납입도 해서는 안 된다. 각 선교사마다 이에 대한 법적 공증을 하기로 했다.
지원 대상에 선정되면 매년 12월 1일까지 전년도 12월 1일부터 당해 연도 11월 30일까지 1년간 수행한 사역의 보고 및 다음 해를 포함한 앞으로의 사역계획을 기재한 보고서를 교회에 제출해야 한다.
최종천 목사는 이번 연금지원에 대해 “가장 중요한 선교라는 사역에 있어 사명을 감당하고 있는 선교사를 보호하려는 의도”라며 “장기적인 구조 속에서 선교사에게 노후 보장에 대한 안정감을 줌으로써 부담 없이 보다 장기적이고 자신 있는 선교사역을 진행하게 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이는 최 목사가 주창해온 “역사 속의 교회, 끝까지 사람이다”라는 목회철학과 비전의 산물이다.
최 목사는 “선교사들의 현황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선교를 마치고 현지에서 노후를 보내거나 귀국할 시 은퇴 선교사의 노후 보장이 안 되면 이들은 아픔 속에서 누군가에게 손을 벌려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면서 “다수 선교사들의 초라함과 누추함은 한국교회 전체에 우려가 되고 나아가 일반 사회에도 짐으로 여겨지며 선교사와 그 사역의 영화로움은 가려질 수밖에 없다. 이는 그들을 보호하지 못하고 누추한 자리로 방치시킨 교회의 책임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목사의 지적대로 선교사들의 은퇴 후 노후 문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중요한 과제다. 한인세계선교사지원재단과 동서선교연구개발원 한국본부가 2017년 11월 27일부터 12월 23일까지 4주간 54개국 한국 선교사 341명을 대상으로 무기명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노후 준비가 돼 있다는 이들은 20%도 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37.5%는 보험이나 연금에 가입돼 있지 않았고 18.5%는 최소한의 건강 보장을 위한 국민건강보험에도 가입돼 있지 않았으며 62.5%는 은퇴 후 주거 대책이 없다고 한다.
최 목사는 분당중앙교회 선교사 연금 지원이 ‘30년’이라는 매우 긴 기간과 호흡으로 진행되는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연금 지원 사역은 선교사 자신뿐 아니라 배우자와 선교지에서 함께 자라온 자녀들까지 선교사라는 관점에서 진행된다. 선교사가 세상을 떠나면 배우자가 연금을 받고 배우자까지 유고 시 자녀에게로 상속함을 원칙으로 했다. 45세라는 연령을 감안했을 때 자녀도 선교지에서 함께 하며 선교에 동참했기에 충분히 연금을 받을 자격이 있다”면서 “분당중앙교회는 언제나 심는 자와 거두는 자는 다를 수 있다고 가르쳐왔다. 우리는 기쁨으로 심는 것이고 거두는 것은 역사 속에서 하나님이 택하신 자를 통해 거둘 것이다. 장기간 진행되는 연금 사역에 있어 우리는 긴 호흡으로 심는 자의 역할을 감당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최 목사는 “20년 납입하고 10년 거치 후 연금을 수령할 수 있게 한 것은 복리효과가 특징인 연금의 특성상 불가피하다. 짧은 시간에 그 액수를 확보하려면 최소 현재 지원 예정 금액의 5~10배를 매월 불입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연금지원 사역을 월 10만원의 단순한 선교지원 프로그램으로 봐서는 안 된다. 선교사의 노후 20~30년을 보호해 줄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분당중앙교회는 이미 수많은 실제 사례들을 통해 이 같은 연금 지원이 매우 효과적임을 입증했다. 이전부터 파송선교사, 미자립교회 목회자, 부교역자 등의 연금을 지원해 왔고 이를 통해 그들이 은퇴할 시 물가 상승을 감안하더라도 기본적 생활이 가능하게 했다. 눈앞에 보이는 것보다 멀리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최종천 목사의 혜안이 만들어낸 결과다.
이번 사역과 관련해 최 목사는 “연금지원 사역은 성도들의 정성 어린 헌금으로 진행되는 것이니 어떤 경우가 있더라도 선교사와 그 배우자 및 자녀들이 꼭 30년을 기다려 성도들이 그들에게 주고 싶은 선물을 줄 수 있도록 약속을 지켜 이후 큰 혜택을 누리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최 목사는 임기 내에 계획한 연금 지원을 차질없이 완성할 것도 강조했다. 자신이 은퇴해 후임자가 들어와도 연금지원 정책이 바뀌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교회 중직자와 성도들이 모두 뜻을 모은 상태다.
그는 연금지원 사역이 선교사 500명을 지원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을 것도 역설했다. 재원을 마련하는 대로 500명을 추가로 선정해 지원할 예정이다.
최 목사는 “1천명 지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때부터가 사역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선교사들이 노후에 품위를 지키고 선교의 영화로움이 퇴색되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 목사는 “어떤 분들은 일부 선교사들의 잘못된 모습을 비판하는 분들도 있지만 모든 일에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다. 우리는 순기능을 살려 역기능을 덮어야 한다”면서 “그들은 복음 전파에 대한 열정이 있으니 선교를 나간 것이다. 나는 그분들을 존경한다. 선교비를 받은 후 일을 제대로 안 한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선교지에서 사는 것만으로도 선교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떡을 물 위에 던지는 심정으로 그들을 지원하고 이후는 하나님께서 인도하실 것이다. 우리의 실천이 아름다운 열매를 맺길 기도한다”고 심정을 밝혔다.
한편 기자회견에서 대형교회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지만 최종천 목사는 다른 교회들에게 부담이 되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 다른 대형교회들도 각기 좋은 사역을 실천할 것이라고 하며 자신의 교회를 드러내려 하기보다는 기독교계 전체의 이미지를 생각하는 모습이었다.
대가를 기대하지 않고 성경 말씀에 따라 무조건적인 사랑을 실천하는 분당중앙교회의 모습이 한국기독교계에 큰 울림을 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