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노동이사제 올 하반기 시행 앞둬
대선 정국 속 정치적 판단으로 졸속 추진
민간기업 확대 경계… “노사갈등 심화 우려”
[매일일보 김명현 기자]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이 졸속으로 추진되면서 경제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노동이사제가 공공부문에 이어 민간으로 확대돼 기업 경영에 심각한 차질을 야기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25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은 이르면 올 7월 적용될 전망이다. 노동이사제는 근로자 대표가 이사회에 들어가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는 일사천리로 법제화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작년 12월 정기국회 처리를 당부하고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도 이를 찬성하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이어 곧바로 지난 11일 국회의 문턱을 넘었다. 대선 정국 속에서 노동계 표심을 잡기 위해 노동이사제 도입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단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노동이사제 도입을 지속해서 반대해왔던 재계는 깊은 유감을 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입장문을 통해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검토나 사회적 합의 없이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에 노동이사제 도입을 의무화하는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것은 깊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앞서 경영계는 노동이사제가 우리나라의 경제시스템과 부합하지 않고, 이사회가 노사갈등의 장으로 변질돼 신속한 의사결정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수차례에 걸쳐 재검토를 요청한 바 있다.
특히 재계는 노사 간 힘의 균형을 도모하는 노동이사제 도입은 우리나라의 노동 현실과 노사문화를 고려할 때 적합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노동이사제의 민간 확대를 경계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경총은 노동이사제가 민간기업에 도입될 경우 우리 시장경제에 큰 충격과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역시 “우리나라는 강성노조로 인해 노사 간 갈등과 쟁의행위가 빈번하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면 공공기관의 효율적 경영을 저해할 뿐 아니라, 정치 투쟁이 활발한 우리나라 노조의 특성상 공공기관 이사회의 정치적 중립이 훼손될 가능성도 높다”고 강조했다.
전경련은 또 “노동이사제는 해외에서도 기업의 혁신 저해, 외국인 투자 기피, 이사회의 의사결정 지연, 주주 이익 침해 등의 이유로 비판이 많은 제도”라며 “공공기관의 노동이사제 도입이 졸속으로 추진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향후 민간기업에 대한 도입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를 지울 수 없다”고 했다.
한편 정부는 구체적인 노동이사의 자격요건과 선임절차 등을 담은 시행령 개정 작업에 돌입한다. 경제계는 노동이사제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시행령, 시행규칙 제정을 요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