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트렌드 확산에 직접교체 원하는 소비자 늘어
1인 가구 수요 기대 불구 상위권업체 수요 독식 우려
[매일일보 신승엽 기자] 자가관리 정수기 시장이 한 축으로 떠오르고 있어, 업계 경쟁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의 확대가 정수기 시장의 변화를 불러왔다. 정수기 시장은 포화시장(레드오션)으로 불린다. 자가관리형 제품군은 그간 주요 타깃에서 제외된 1인 가구까지 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정수기 시장의 주요 업체는 자가관리 정수기를 선보이고 있다. 코웨이와 SK매직, 청호나이스 등 상위권 업체뿐 아니라 교원그룹을 포함한 중하위권 업체도 자가관리 제품을 출시했다. 후발주자로 시장에 진입한 삼성전자도 자가관리형 제품을 공개했다. 사실상 업체 규모를 불문하고 자가관리 정수기를 출시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간 생활가전 시장은 할부와 관리서비스가 결합된 렌털 판매 방식으로 운영됐다. 정기적인 관리서비스를 진행하면서, 해당 직원의 방문판매가 동시에 이뤄지는 구조다. 자가관리 정수기를 주력으로 내세운 업체는 상위권 업체인 만큼 방문판매망을 구축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1인 가구 확대 추세가 반전을 불러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 비율은 2015년 27.4%에서 2020년 30.4%까지 뛰었다. 지난해에는 1인 가구의 비중이 더욱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1인 가구는 방문 직원과 일정을 조율하는데 어려움이 존재한다. 퇴근 이후 존재하는 짧은 시간을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1인 가구는 생활가전업체들의 주요 공략 대상에서 제외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수기 판매 업체들은 다인 가구를 주요 타깃으로 설정한 뒤, 관련 사업을 전개했다. 하지만 정수기 보급률은 60%에 달하는 만큼 새로운 수요를 찾아내야 했다”며 “이에 자가관리형 제품을 기반으로 1인 가구까지 범위를 넓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유통채널에서도 이러한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전자랜드는 지난해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정수기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108%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자랜드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고객이 필터를 직접 관리하는 ‘자가관리형’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들이 증가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시장 확대는 이뤄지고 있지만, 유동적으로 트렌드에 대응할 수 있는 상위권업체의 경쟁만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후발주자로 시장에 진입한 대기업군(삼성전자‧SK매직‧LG전자‧현대백화점)은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코웨이를 제외한 중견‧중소기업은 시장 선두그룹에서 밀려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정수기 시장은 중견‧중소기업들을 통해 형성됐지만, 현재는 대기업군도 진입해 경쟁구도를 확장시키고 있다”며 “자금력을 바탕으로 트렌드 맞춤형 마케팅을 전개하는 대기업군에게 교체수요까지 독점 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자가관리 정수기는 1인 가구도 공략 가능한 만큼 생수 시장과 경쟁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1인 가구는 생수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2020 인구주택총조사 표본 집계 결과 인구·가구 기본항목’에 따르면 생수를 그대로 마시는 가구는 662만가구(31.6%)로 정수해서 마시는 가구(555만가구‧26.6%)보다 5%포인트 많았다.
세대 구성별로 나눌 경우 2세대 가구(35.2%)와 3세대 가구(39.1%)는 수돗물을 정수해 마시는 비중이 높았다. 반면, 1인 가구(47.5%)와 비친족 가구(51.4%)는 주로 생수를 그대로 마시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상 혼자 거주하는 사람들은 생수를 주로 이용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