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위주 삼성, 원가 상승에 따른 가격 전가력 양호
전자제품 중심 LG전자는 상대적으로 원가상승 압력에 취약
자동차・철강, 원가부담 크지만 막강한 가격 교섭력으로 완충
[매일일보 이재영 기자]지정학적 리스크로 원가부담이 역대급인 가운데 기업별 판가 전이 교섭력은 상이한 것으로 파악된다. 공급과점인 반도체 중심 포트폴리오를 가진 삼성전자는 교섭력이 강한 반면 소비자향 가격 전가가 용이하지 않은 전자제품 중심의 LG전자는 상대적으로 교섭력이 떨어지는 식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원가가 전년 대비 15.2% 상승했으나 매출총이익은 22.6% 증가해 영업이익은 더 높은 상승률인 43.5%를 기록했다. 원가가 올랐지만 판가에 상승분을 전이하면서 수익성 방어에 성공한 셈이다. 삼성전자는 또한 작년 외상으로 원재료나 부품 등을 구입한 매입채무가 38.1%나 증가해 납품업체에 대한 협상력 우위를 보였다. 최근 국제 원자재값 상승으로 전자제품은 비용 상승 부담에다 물류비 증가의 어려움까지 겪고 있으나 삼성전자의 경우 이러한 비용 측면에서 강점을 보이는 반도체 사업 비중이 높아 수익성 방어가 용이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비해 전자제품이 주력인 LG전자의 경우 작년 매출원가가 28.7% 증가한 가운데 영업이익은 1% 감소했다. 비용 상승 부담이 수익성 감소로 연결된 것이다. LG전자의 같은 기간 매입채무는 거의 변동이 없어 삼성전자처럼 협상력을 통해 원가 상승분을 완충한 효과도 덜했다.
원자재값 폭등 충격에서 조선업종도 취약한 분야로 꼽힌다. 계약 후 제품 인도까지 시간이 소요되는 수주산업은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에 쉽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통상 매출단가가 수주 초기에 결정돼 철강재 가격 등 원가 상승분의 전가가 어렵다. 국내 삼성중공업의 경우 매출원가는 지난 2019년 급등한 이후 3년간 비슷한 수준이 유지됐다. 작년엔 0.8%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 속에 영업이익은 24.5% 적자폭이 확대됐다. 조선업에서 원재료 매입 관련 비용은 협력사의 원자재 매입 자금을 지원하는 선급금이 있다. 삼성중공업의 선급금은 작년 6.6% 감소해 관련 부담이 완화된 것처럼 보이나 2018년과 2020년 선급금이 급증한 이후 비슷한 수준이 유지된 측면이 있다.
자동차는 반도체 부품 부족에다 철강 등 원자재 가격 상승, 친환경차 용도의 알루미늄, 니켈 등 비철금속 가격 상승 등의 복합적 비용 부담에 시달리는 형편이다. 그럼에도 국내 현대차 등 완성차는 부품업체에 대한 교섭력을 바탕으로 수익성 방어에 용이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현대차의 작년 매출원가는 11.8% 올랐으나 영업이익은 179%나 급증했다. 해당 기간 매입채무는 4% 정도 증가했다.
다만 자동차는 작년과 달리 올해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대러 제재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현대차는 러시아 현지법인을 보유하고 있고 기아는 국내와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러시아로 수출하고 있다. 러시아 시장이 양사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지만 판매 감소에 따른 가동률 하락과 루블화 변동성 등이 수익성에 다소 부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대차가 현지 공장 가동을 중단한 가운데 글로벌 해운사의 러시아 운항 중단 등에 따른 부품조달과 완성차 수출의 어려움, 반도체 부족난 등으로 당분간 재가동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철강 업체들도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이 크지만 전방 자동차, 조선 산업 등을 상대로 거듭 가격인상에 성공하며 막강한 교섭력을 증명해왔다. 포스코의 경우 작년 매출원가가 21.4%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284.4%나 올랐다. 포스코의 작년 매입채무도 45.6%나 상승했다.
대신 철강업종은 건설업종과 마찬가지로 원자재가격 상승 외에 탄소중립을 이행하기 위한 환경비용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가운데 안전비용이 예상보다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