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최지혜 기자] JTBC 토일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가 최근 자체 최고시청률 6.7%로 종영했다. 특히 최종회 시청률은 수도권 7.6%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작품은 경기도 내 가상의 도시 산포시에 사는 염가네 삼남매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들은 매일 서울 중심부로의 출퇴근에 4시간을 보내며 경기도민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작품 속 삼남매가 겪는 출퇴근의 고역은 서울에 직장을 두고 수도권 외곽에 거주하는 이들의 일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인천과 경기지역에서 매일 서울로 출근이나 등교하는 인구는 15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들이 매일 통근·통학에 소요하는 시간은 왕복 1시간으로 조사됐다. 전국 시·도 중 출근이나 등교 시간이 가장 긴 도시는 서울로 왕복 75분이 소요됐다.
그러나 서울 집값과 전‧월셋값이 급등하며 직주근접을 포기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지난달 서울의 주택종합 평균 매매가격은 8억8216만원으로 1년 전 7억2035만원보다 22.4% 올랐다. 서울 평균 전셋값은 3억8711만원에서 4억8907만원으로, 한달 월셋값은 97만6000원에서 107만6000원으로 각각 26.3%, 10.2% 올랐다.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자 세입자와 주택수요자의 주거서비스 구매력은 현저히 떨어졌다. 특히 임차인의 경우 오른 전셋값을 부담하지 못하고 월세 낀 거래를 찾거나 아파트에서 빌라로, 서울에서 수도권 외곽으로 이동하는 이들이 늘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준 ‘탈서울’ 인구는 10만6243명으로 전년 6만4850명보다 63.8% 늘었다. 지난달 서울에서 계약된 아파트 임대차 거래 1만4428건 가운데 월세 낀 거래는 38.3%를 차지하며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1년 1월 이후 5월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택수요가 이동하며 지난달 빌라 매매량은 3191건에 달했다. 아파트 매매 1465건의 두 배 이상이다.
정부는 수도권이 도심지로서 주거수요를 배분하는 효과를 높이고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을 구축하고 있지만 동시에 이들 지역의 집값까지 급등하는 양상이다. GTX 의왕역이 지날 예정인 경기 의왕시의 아파트값은 지난해 누적 상승률 38.02%를 기록하며 전국에서 가장 높은 폭으로 올랐다. 이어 GTX 오이도역 유치를 시도하고 있는 시흥시는 37.26% 오르며 2위, 인덕원역이 지나는 안양시 동안구가 33.81% 상승해 3위를 기록했다. 역세권으로 진입마저 수월하지 못한 상황이다.
‘나의 해방일지’의 등장인물 병식은 “저는 차도 없고 경기도민이에요. 어떻게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합니까.”라며, 여자친구와 헤어진 창희는 “걔가 경기도는 계란 흰자 같대. 서울을 감싸고 있는 계란 흰자.”라며 서울 생활권에 속하지 못해 겪는 애환을 토로한다. 급등한 전셋값과 월셋값을 부담하지 못하거나 비교적 저렴한 주택을 찾아 수도권 외곽으로 밀려나는 부동산 시장에서의 젠트리피케이션이 출퇴근만 했을 뿐인데 하루가 끝나는 염가네 삼남매를 증가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