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신사업 투자 늘리며 설비투자 회복세 보이지만
기업 부채비율 커져…실적 부진 업종, 차입금의존도 악화
금융비용 커져 순이익 나빠지면 금융조달 불리해지는 악순환
[매일일보 이재영 기자]기업이 신사업 트렌드에 대응해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높은 금리 속에도 관련 차입금을 늘려야 하는 부담이 비례하고 있다. 기업 전반의 부채비율이 커져 금융비용도 늘어나고 있으며, 이는 순이익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돼 금융계로부터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는 악순환을 야기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부진했던 설비투자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만 자금조달환경이 나빠진 상태에서 부채가 늘어나는 게 부담이다. 통계청이 가장 최근 발표한 5월 설비투자는 특수산업용기계 등 기계류가 전월대비 11.9% 증가했다. 항공기 등 운송장비 투자도 16.4% 올랐다. 이에 전체 설비투자는 전월보다 13% 확대됐다.
반도체 제조용 기계 수입액이 일평균 6840만달러로 투자 증가세를 견인했다. 전년동월대비로도 기계류 4.3%, 운송장비 7.9%씩 투자가 늘어 총 5.1% 투자성장률을 보였다. 이는 지난 4월 설비투자가 전월대비 7.5%, 전년동월대비 11.9% 감소했던 데서 반전된 것이다. 최근 주요 그룹들이 전기차 관련 소재・부품・장비 밸류체인 구축에 나서는 등 성장이 가파른 신사업 위주로 투자가 활기를 되찾는 조짐이다.
하지만 동시에 투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부채가 커지는 상황에서 금리가 높아진 환경을 감당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전체 외감기업의 부채비율은 1분기 말 88.1%로 전분기 86.4%에 비해 상승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64.8%에서 65.7%로, 비제조업이 119.4%에서 123.4%로 모두 증가했다. 기업규모별로도 대기업이 81.2%에서 83.2%, 중소기업이 107.0%에서 107.1로 모두 상승세다.
차입금의존도는 23.9%로 전분기 24.1%에 비해 소폭 하락했다. 1분기 사상최대 실적을 기록한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기업들의 실적이 양호해 자산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실적이 나쁜 업종과의 편차가 커졌다. 적자기업이 많은 전기가스업의 경우 44.0%에서 44.8%로 차입금의존도가 악화됐다. 전년동기 41.8%와 비교하면 나빠진 추이가 더욱 뚜렷하다. 건설업은 전분기와 같은 25.3%지만 전년동기 20.6%에 비해서는 나빠졌다. 서비스업 중 정보통신업이 전분기 20.9%, 전년동기 19.2%에서 올 1분기 21.9%가 된 것도 눈에 띈다.
금리가 높아진 환경에서 부채가 커지는 것은 기업 순이익에 부정적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회사채 3년물 AA-(안정적) 신용등급 무보증 채권 기준 금리는 지난 6일 종가가 4.086%였다. 연초에는 2%대 중반이었는데 급상승한 것이다. 작년 중순만 해도 같은 조건에 1%대 금리의 회사채 발행이 평균적이었다.
이처럼 금융비용이 증가하면서 순이익이 위축되는 현상은 이미 1분기 상장사들 실적에서 나타났다. 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연결기준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 상장기업 608사는 1분기 매출액이 24.18%, 영업이익이 14.43%로 전년 동기 대비 늘었으나 순이익은 13.79% 감소했다. 순이익률도 6.31%로, 2.78%포인트 줄었다. 유독 실적이 좋은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순이익은 26.33%의 더 큰 낙폭을 보인다. 순이익률도 5.21%로, 3.62%포인트나 축소됐다.
이들 상장사의 1분기 연결부채비율은 118.57%로 작년말 대비 2.3%포인트 늘어난 것도 확인됐다. 또 608사 중 순이익 흑자기업이 476사(78.29%)로 전년 동기 504사 대비 28사(4.6%포인트) 감소한 것도 부각됐다. 이처럼 금융비용 증가로 적자전환 기업이 늘어나면 해당 기업은 자금조달이 더 불리해지는 악순환이 벌어질 것이 우려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발 금리 인상은 국내 회사채 금리와 은행으로부터 기업대출 금리가 상승하는 현상을 유발하고 있다”며 “계약금부터 중도금, 대금 납입까지 장기간이 걸려 대출이 불가피한 수주산업 등 금융비용이 급증할 산업 분야부터 정책적 금융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